'룸살롱에서 놀 듯 성희롱' 연세대 교수...피해학생 고소했다 또 대자보 붙어

김찬호 기자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기둥에 붙어 있는 대자보/김찬호 기자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기둥에 붙어 있는 대자보/김찬호 기자

“교수님, 약속하셨던 사과 대신 형사고소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룸살롱에서 놀 듯 성희롱 했다’고 폭로된 연세대 교수가 약속한 사과는 하지 않고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 곳곳에는 ㄱ교수의 행태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등에 붙은 ‘문과대학 ㄱ교수님, 약속하셨던 사과를 제발 이행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사과가 아니라 형사고소를 하시면 어떡합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연세대에서는 성희롱 가해 교수가 피해 학생들을 형사고소한다’ ‘학교는 ㄱ교수의 전무후무한 만행을 묵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에 따르면 ㄱ교수는 지난해 12월 ‘수업시간에 여학생들을 성적 노리개 취급했다’고 폭로한 학생들을 올해 7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했다. ㄱ교수는 학교 측이 의결한 ‘정직 1개월’ 징계도 부당하다며 교육청에 소청심사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검찰은 학생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고, 교육부 역시 소청심사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을 조사한 관련 기관들의 결정에 대자보는 ‘지난 2017년 4월 소속 학과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약속한 ㄱ교수의 발언을 녹취한 파일을 학교본부와 검찰 등에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ㄱ교수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소송을 거듭하는 것은 행위는 맞지만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이라고 적었다.

ㄱ교수 사건을 처리하는 학교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자보에는 ‘학교본부는 이 모든 행태를 알면서도 묵인했고, 더 나아가 사건을 덮으려는 거짓말을 반복했다’는 주장과 함께 4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이는 ‘학교 측이 언론 인터뷰에서 ㄱ교수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임시기구를 차려 조사 중이라고 했지만, 임시기구는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점’, ‘피해 학생이 학내 윤리인권위원회에 ㄱ교수의 2차 가해 내역 등을 적법하게 신고했지만 윤리인권위원회가 접수 양식을 어겼다며 신고를 받지 않은 점’, ‘ㄱ교수에 대한 학교의 징계 결과를 공개하라는 피해자의 요구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소송이 걸릴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한 점’, ‘ㄱ교수에게 피소된 학생들이 법률적 대응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한 점’ 등이다.

‘ㄱ교수를 옹호하며 피해 학생들을 2차 가해하는 것도 이제는 중단해 달라’는 호소도 있었다. ‘ㄱ교수는 선량한 학우들에게 억울하게 비치기를 고대할 뿐이다’며 ‘모든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우들이 왜 11개월간 사건 내부에 고립돼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 달라’고 적었다. 대자보에는 ‘ㄱ교수를 파면할 것’, ‘ㄱ교수는 공식 사과문을 즉각 발표할 것’, ‘연세대는 재발방지책을 수립할 것’ 등의 요구도 담겼다.

피해학생 ㄴ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약속대로 사과를 하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믿음도 있었는데 고소라니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이라도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ㄱ교수 사건은 지난해 12월,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ㄱ교수님은 수업에서 여학생들을 성적 노리개로 취급하였던 사실을 제발 사과해 주십시오’라는 대자보가 붙으며 알려졌다.

당시 대자보에는 ‘ㄱ교수가 강의에 필요한 조모임을 구성하기 위해 여학생들을 강단 앞으로 불러내 이상형을 밝히게 하고, 남학생들이 그중에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선택하게 했다’ ‘ㄱ교수가 종강 뒷풀이에서 “술자리에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지”라고 말하면서 여학생들을 남학생들이 앉은 테이블에 한 명씩 가서 앉게 했다’ 등의 내용이 폭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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