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년간 장애인 600명 ‘탈시설’ 도와…향후 5년간 800명 더 지원

최미랑 기자

탈시설 지원 정책 성과는

서울시, 5년간 장애인 600명 ‘탈시설’ 도와…향후 5년간 800명 더 지원

지원주택 4년간 70호씩 늘려 공급
방향 맞지만 속도 매우 느린 셈
독립 가구 대출 등 정책 손봐야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2006년 유엔에서 192개국 만장일치로 통과된 장애인권리협약은 제19조에서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자율성이 없는 거주시설에 장애인을 격리시키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신체적, 경제적 조건에 사회적 차별까지 더해 장애인들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어렵다. 장애인거주시설의 비인권적 행태가 주기적으로 드러나지만 여전히 시설에 수용돼 사회와 격리된 경우도 많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관내 시설 입소 장애인은 2657명(2017년 기준)이지만 자진해서 시설로 간 사람은 3.5%(96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가기보다는 공공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1차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 5년간 장애인 600명의 탈시설을 지원했다. 2017년 발표한 2차 탈시설화 추진계획에서는 향후 5년간 300명의 탈시설을 돕겠다고 밝혔다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로부터 “완전한 탈시설까지 45년이 걸린다”는 비판을 받고 올 상반기에 목표를 ‘5년 내 800명’으로 수정했다. 취약계층 장애인을 위한 지원주택은 올해 68가구를 시작으로 앞으로 4년간 매년 70가구씩 늘려 공급한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는 매우 느린 셈이다.

시설 밖에 있는 장애인이 자립해 지역사회에 살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7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발달장애인 3만2524명 가운데 20세 이상 성인이 75%(2만4435명)다. 이들은 부모나 형제자매 등의 보호가 없어지면 언제든 시설로 보내질 위기에 처한다. 서울시는 공동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이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 중이다. 지적·발달장애인이 자신이 생활할 집을 스스로 선택하면 주거 생활을 독립적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주거매니저·주거코치를 통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현재 지적·발달장애인 가구 20곳(24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지원주택 공급을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장애인이 보호자로부터 독립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서비스를 공급하는 일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택 및 서비스 공급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서울시가 시설 입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 45.3%가 ‘둘 이상 함께 살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함께 살기를 희망해도 서로 가족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제공하는 취약계층 전세자금대출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금융 정책 등을 포함한 장애인을 위한 주택지원 정책 전반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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