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주차장 사건 ‘정의구현 축제’의 결말

정용인 기자

“현재로선 펜스를 치거나 장애인주차구역을 만들 계획은 현재는 없습니다. 그분들이 문으로 드나들기 때문에 펜스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현재는 문도 자진 봉쇄했고요. 정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습니다.” 화순군청 관계자의 말이다.

이른바 ‘화순주차장 사건’이 11월 둘째 주 인터넷을 달궜다.

사건은 전남 화순군의 국화향연 축제가 마무리되던 11월 10일 밤 일어났다. 외지에서 축제를 보러온 한 시민이 오후 6시쯤 자신이 주차한 화순군 공영주차장에 돌아왔더니, 차 앞을 다른 승용차가 가로막고 있었던 게 발단이다. 승용차엔 연락처도 없었다. 수소문해보니 공영주차장 바로 옆집 부부가 승용차의 주인이었다. 마침 귀가하던 그 집 아들을 통해 연락했고, 오후 10시쯤에 차를 빼주기로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차량을 이동시키는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졌다. “차에 손대지 마라”며 언성을 높이는 차 주인의 목소리가 녹취돼 유튜브에 올라갔다. 결국 그 시민은 택시로 돌아갔고, 다음 날 차를 가지러 갔는데 이번에는 다른 차량이 자신의 차를 가로막고 있었다. 역시 옆집 부부 소유의 차였다.

누리꾼들은 이 부부가 공용주차장을 마치 자신의 개인 주차장처럼 사용하면서 거기에 다른 사람이 주차했다고 이틀에 걸쳐 ‘차막’을 시연한 사실에 분노했다. 피해를 본 시민이 사연을 인터넷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리자 전국에서 회원들이 차를 몰고 화순에 집결했다. 목표는 부부 소유 두 대의 차량에 대한 ‘앙갚음’을 시연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주차장 쪽으로 난 대문이나 포털 로드뷰에 잡힌 집과 설계도면 상의 차이에 대한 불법건축물 의혹, “차를 빼줄 사람이 없었다”고 한 부부의 주장과 다른 성인자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기자는 사건 초기부터 누리꾼이 제기한 여러 의혹을 추적해 검증해봤다. 일부는 사실이었고, 일부는 의혹에 불과했다. 민원을 전담한 군청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첫날 저녁에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누리꾼의 공분에 이미 부부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화순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 땅은 도로를 내다가 남은 자투리땅이었다. 건축물을 짓지 못하는 땅을 토지보상하면서 매입한 것이었다. 정식적인 주차라인이 나오지 않는 땅이라, 라인을 긋지는 않았다. 사실 거기에 그분들(화순 부부)이 차를 대는 것은 문제없다. 그렇다고 남이 차를 댔다고 화를 낸 것은 안 맞는다.”

화순군 측은 11월 12일 이 부부의 집과 관련해 제기된 ‘확인된 위법건축물 사항’에 대해 1차 시정명령을 내렸다. 주차장 쪽으로 난 문은 집 주인이 스스로 패널로 막았다.

사건의 결말? 최초에 글을 올린 피해자는 11월 14일 ‘마지막 글’이라고 올린 글에서 “사과는 사과대로, 행동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지는 것이 옳다”며 “정식으로 경찰에 접수했고 조사를 받고 왔다”고 밝혔다. 화순 국화향연축제보다 더 유명해질 뻔한 누리꾼들의 ‘화순주차장 정의구현 축제’도 일단 이것으로 일단락된 듯하다.

p.s.

기사를 마감한 뒤인 11월 15일 저녁, 다시 작은 축제가 열렸다. 11월 12일, 피해자 측의 글을 보고 공분해 전국에서 모인 누리꾼 중 캐러반을 달고 판교에서 달려온 보배드림 회원이 있었다. 이 회원은 이날 화순 남편으로부터 “집의 소유자가 아니어서 퇴거요청을 받았으며,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화순사건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다시 ‘축제’를 기획했었다고 11월 16일 올린 글에서 밝혔다. 가해자 부부의 자녀가 고통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화순군 관계자로부터 기자도 들었던 사항이다. 피해자와 법적 해결하는 것과 별도로, 누리꾼의 공분에 대한 사과는 두번째 전국집결 행사로 깔끔히 마무리 된 것으로 보여 이 역시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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