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 진입로에 빨간 꽃무릇이 카페트처럼 피어있습니다. 꽃을 찍을 땐 역광으로 찍어야 색이 곱게 나오는데 마침 광이 좋게 들어왔습니다. 꽃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려고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에게 관리원이 빨리 마스크 다시 쓰라고 제지를 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봐도 꽃은 곱습니다.
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긴 장마가 지나자, 부쩍 하늘이 높아졌습니다. 연일 쾌청한 하늘이 코로나19에 지친 마음을 위로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들뜨게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날들입니다만, 감염병의 유행으로 외부활동도 쉽지 않습니다.
다랭이 논이 있는 가천마을 가파른 경사골목에서 냉장고 만한 건조기를 밀고 올라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낑낑대며 함께 층계 위로 올리는 걸 도와드렸습니다. 할머니 가게에서 물 한모금 얻어 마시는데 반찬하려고 따놓은 고추와 호박이 눈에 보입니다. 소쿠리에 파란 고추 사이에 빨간 고추가 몇 개 섞여 있습니다. 노란 호박 속살도 보이구요.
가을은 저마다의 색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