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목사 동성애 반대 설교’ 형사처벌?

박채영 기자
지난 5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성시민사회단체들 주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행동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지난 5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성시민사회단체들 주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행동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동성애 반대 발언 등을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인데,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는 이와 같은 발언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목사의 동성애 반대 설교가 처벌 가능해진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른 커뮤니티에도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것’, ‘법으로 금지되는 단어가 생길 것’, ‘조선족, 친일, 동성애자 등을 욕하거나 차별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글들이 보였다.

그러나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평등법 시안 어디에도 이 같은 내용을 처벌하는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

장 의원 안이나 인권위 시안의 경우 애당초 차별 금지의 영역이 ‘고용, 재화 및 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으로 제한돼 있다. 즉 종교시설인 교회에서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하거나 길거리에서 친일 행위를 욕하는 것은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이다.

장 의원 안을 보면 형사처벌 관련 조항은 하나 뿐이다. 이 조항은 차별을 받은 사람이 구제 절차를 밟는 중에 사용자, 임용권자, 교육기관장 등이 해고, 징계, 퇴학 등 불이익 조치를 한 경우에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차별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받은 차별과 관련해 진정이나 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를 상대로 보복조치를 할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다.

이 의원 안은 모든 영역의 차별을 금지하지만 형사처벌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이 법안은 차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악의적 차별(고의성, 지속성, 반복성, 보복성,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 고려)로 발생한 손해의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 게 아니다”면서 “현행 법률이 포괄하지 못하는 차별 영역까지 인정하고 인권위 시정 조치나 민사재판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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