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택배'로 받는 파충류···‘반려동물’ 아니니 이렇게 배송해도 괜찮다?

김흥일 기자
호주 열대우림 케언스의 도마뱀. 김영민 기자

호주 열대우림 케언스의 도마뱀. 김영민 기자

“카멜레온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7일 기자가 온라인으로 파충류를 판매하는 A업체에 문의하자, 해당 업체는 “고속버스 택배로 가능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일반택배로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고속버스 택배는 1만5000원, 일반택배는 3000원 배송료만 지불하면 전국 어디로나 카멜레온을 ‘배달’ 해준다는 것이다. A업체는 “일반택배로 카멜레온을 보내도 배송까지 하루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멜레온이 구토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배달되는 동안 별도의 먹이를 같이 보내지는 않는다”며 “택배 배송과정에서 동물이 폐사하더라도 업체에는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에서 파충류·조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지만, 허술한 규정 탓에 ‘생명체’가 ‘짐짝’처럼 배달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및 시행규칙상 개와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은 반려동물로 지정돼 있다. 반려동물로 지정된 동물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하거나 법이 정한 동물 운송업자를 통해서만 배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파충류와 조류는 현재까지 반려동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일반 화물처럼 택배 등으로 운송해도 법이 없기 때문에 불법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파충류와 조류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로 파충류와 조류를 기르는 비율은 각각 2.7%와 2.5%였다. 한때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았던 햄스터(1.7%)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보호법 및 시행규칙이 제정될 당시 반려동물로 가장 많이 기르던 동물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반려동물을) 지정하다보니 현재 실태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로 지정되지 않은 동물이라도 운송 과정에서 다치게 하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과처분을 통한 처벌은 미미한 실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이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5건에 불과했다. 안 의원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서 거주 공간의 제약을 덜받는 희귀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허술한 규정으로 인해 희귀동물이 짐짝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명확한 동물배송 근거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로 정하지 않은 동물은 이송에서부터 수입, 번식, 판매까지 관련 규정이 전무한 상태”라며 “운송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안 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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