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쇼트트랙은 잡음이 끊이지 않나

박주연 선임기자
[반론보도] <왜 쇼트트랙은 잡음이 끊이지 않나> 관련
본보는 2021년 10월 23일자 경향신문 사회면, 2021년 11월 1일 인터넷 주간경향 제1450호 및 주간경향 제1450호 사회면에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명규 측에서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회는 위 보도 등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최근 진상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6 월드컵 및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아경기대회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심석희 사태로 빙상계 파벌싸움 극단적으로 드러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심석희, 최민정 선수가 서로 부딪쳐 넘어지고 있다.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당시 조항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말에 심 선수가 “응응” 하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1000m 결승 이 장면을 두고 심 선수가 고의 충돌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석우 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심석희, 최민정 선수가 서로 부딪쳐 넘어지고 있다. “브래드버리 만들자”는 당시 조항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말에 심 선수가 “응응” 하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1000m 결승 이 장면을 두고 심 선수가 고의 충돌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석우 기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24·서울시청)가 동료 선수들 비하와 고의충돌, 불법도청 논란에 휩싸였다. 또 심석희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기 위한 국가대표팀 내에서의 승부조작 시도가 최소 두차례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논란은 지난 10월 8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 선수와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인 조항민 코치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디스패치가 공개한 해당 문자메시지는 심 선수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측이 법정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심 선수가 동료인 김아랑(26·고양시청)·최민정(23·성남시청) 선수에 대한 비하발언을 하고 조 코치가 심 선수에게 수차례에 걸쳐 “브래드버리 만들자”고 말하자 “응응” 하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또 다른 언론에서는 당시 심 선수가 라커룸에서 최 선수 등의 대화를 녹음하겠다는 내용도 문자메시지에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심석희 선수와 조항민 코치 사이의 문자메시지는 심 선수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측이 법정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코치는 옥중편지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외 2차례 승부조작 시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연합뉴스

공개된 심석희 선수와 조항민 코치 사이의 문자메시지는 심 선수를 상대로 3년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측이 법정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코치는 옥중편지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외 2차례 승부조작 시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연합뉴스

■심석희, 고의충돌 논란에 휩싸여

브래드버리는 호주 출신의 쇼트트랙 선수다. 지난 2002년 솔드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 오노, 리자쥔, 투루콧의 연쇄 충돌 덕에 꼴찌로 달리고 있었음에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2018년 2월 22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1000m 결승에서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5위로 달리던 최민정 선수가 가속을 내며 코너를 도는 순간, 3위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를 제치려 파고들던 심 선수와 부딪치면서 심 선수와 최 선수 모두 빙판에 나뒹구는 상황이 발생했다. 심 선수와 조 코치 간 문자메시지 폭로 후 일부 네티즌은 당시 영상을 공유하며 심 선수가 치고 나가려는 최 선수를 오른팔로 밀었다고 주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외 두차례의 승부조작 시도는 조재범 전 코치가 구속된 상황에서 2018년 9월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 내용이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2016~2017시즌 월드컵 1500m에서 당시 한체대 A교수의 지시로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의 금메달을 위해 최민정 선수에게 양보를 부탁했고, 최 선수는 1500m 대신 심석희가 출전하지 않는 500m에 나섰다. 심 선수는 최 선수가 빠진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또 이듬해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1000m에서도 조 전 코치가 최 선수에게 빌면서 금메달을 양보해 달라고 부탁한 끝에 심석희가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해당 언론은 보도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 김아랑, 이유빈, 최민정, 김예진 선수(왼쪽부터)가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후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 김아랑, 이유빈, 최민정, 김예진 선수(왼쪽부터)가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후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심 선수는 지난 10월 11일 소속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고의충돌에 의한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반면 당사자인 최민정 선수는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최 선수는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외 두차례 승부조작 시도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0월 2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를 포함해 4차 월드컵까지 심 선수의 대회 파견을 보류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27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박태웅 빙상연맹 사무처장은 “이 회의에서 고의충돌 의혹과 선수촌 관리·감독 문제, 그리고 과거 승부조작 논란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문제의 조사 범위와 대상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상연맹은 지난 7월 말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에 대한 고의충돌 의혹 등을 진정했지만,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사무처장은 “당시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사적 내용이 너무 많았으며, 쇼트트랙 대표팀이 소집돼 선수들이 같이 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폭로 건을 바로 다루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체육계, 특히 빙상계의 병폐가 극단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기점이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국가대표팀 코치의 폭행에 못 이겨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한 일이 신호탄이었다. 심 선수는 폭행 혐의로 조재범 코치를 고소했고 1년 후에는 조재범 코치에게 고등학생 때부터 4년 가까이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며 추가 고소장을 냈다. 조 코치는 폭행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데 이어 성폭행 혐의로 지난 9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노선영 왕따 사건’도 소송 진행 중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선 노선영 선수를 김보름·박지우 선수가 왕따시켰다는 논란이 일며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이른바 이 ‘왕따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특정감사한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2020년 11월 김보름 선수가 노 선수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면서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선수는 “노선영의 허위 인터뷰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지탄을 받아 공황장애, 적응장애 등의 증상으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많은 계약이 무산돼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 선수로부터 2010년부터 욕설, 폭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선 노선영 선수(왼쪽)를 김보름(가운데)·박지우 선수가 왕따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2019년엔 남자 쇼트트랙 임효준 선수(오른쪽)가 훈련 중 황대헌 선수의 바지를 잡아당겨 엉덩이 일부를 노출시켰다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임 선수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br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선 노선영 선수(왼쪽)를 김보름(가운데)·박지우 선수가 왕따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2019년엔 남자 쇼트트랙 임효준 선수(오른쪽)가 훈련 중 황대헌 선수의 바지를 잡아당겨 엉덩이 일부를 노출시켰다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임 선수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빙상스포츠, 특히 쇼트트랙에서는 유독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9년에는 남자 쇼트트랙 임효준 선수가 그해 6월 17일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훈련 중 동성 후배인 황대헌 선수의 바지를 잡아당겨 엉덩이 일부를 노출시켰다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불거졌다. 임 선수와 황 선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임 선수는 “장난이 지나쳤다”며 사과했지만 이 사건으로 빙상연맹으로부터 1년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임 선수는 이후 국가대표 활동이 힘들다고 판단해 2020년 6월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임 선수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훨씬 오래전 일이지만,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렸던 안현수 선수가 2011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 끝난 뒤 러시아행을 선택한 일도 있었다. ‘파벌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안 선수가 한체대 졸업 후 한체대대학원 진학을 요구하는 스승 전명규 전 한체대 교수의 바람과는 달리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전 교수와 갈등을 빚었고, 이후 전 교수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안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씨가 앞장서 같은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안 선수는 2019년 2월 경향신문과 인터뷰(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902110600045)에서 “전 교수님과 사이가 나빴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이번 심석희 선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빙상계에서는 당시 파벌싸움, 즉 전명규 당시 한체대 교수 라인과 그렇지 않은 쪽 간의 갈등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심 선수뿐만 아니라 최민정·김아랑 등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출전 선수 모두의 지도자인 조항민 코치가 같은 팀 선수들에 대해 “브래드버리 만들자”고 심 선수를 부추기는 모습도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는 “조재범·조항민 코치 모두 전명규 교수 라인”이라며 “코치든, 선수든 사고를 쳐도 전 교수가 다 막아줄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치 선발권은 빙상연맹에 있다. 최근 일요신문은 조재범 전 코치가 옥중편지에서 “심석희 1등 못하면 각오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부를 조작해서라도 1등 시켜라. 아니면 너는 대표팀에서 짐 싸서 나가라”고 했다며 폭행과 함께 전 교수가 자신에게 심한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빙상인 B씨는 “심석희와 최민정은 초·중·고 시절 한체대 사설강습반 출신이지만 한체대로 진학한 심석희와 달리 최민정은 연세대로 진학해 전 교수의 눈 밖에 났고, 이후 ‘한체대 라인’과 사이가 좋지 않던 성남시청 빙상단에 입단했다”며 “전 교수의 입장에선 심석희가 꼭 우승해야 자신의 독보적 위상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아랑 선수도 한체대 졸업 후 역시 ‘한체대 라인’에 포함되지 않는 고양시청 빙상단에 입단했다. B씨는 “황대헌 선수가 임효준 선수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사건도 임 선수가 전 교수의 말을 안 듣고 고양시청 빙상단에 입단해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세우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공개된 문자 내용을 보면 심석희 선수와 최민정·김아랑 선수가 갈등관계였고, 박세우 코치나 조항민 코치도 갈등관계였음이 확인된다”며 “지도자로서 지위가 파벌로 인한 기득권이 돼버렸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실력을 키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이 정도까지 감정적인 표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리트 체육 의식과 성적 지상주의

“도청이 당시 쇼트트랙 선수들 사이에선 자주 있는 일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 선수 외에도 2017년 11월 최민정 선수가 술을 마시고 전화한 조재범 전 코치와의 통화 내용을 김아랑 선수와 함께 녹취한 정황도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여준형 대표는 “감독, 코치가 있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피아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작은 실수도 몇 배로 확대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리가 불안해 방어 차원에서 선수들이 녹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빙상인 C씨도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선수들이 잘못된 경쟁의식으로 어려서부터 전쟁처럼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 보니 침소봉대하고, 녹취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호 평론가는 “심석희 선수는 여덟 살 때부터, 최민정 등 다른 선수들도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다”며 “스포츠 지도자들이 운동기술뿐 아니라 윤리와 스포츠맨십까지 제대로 가르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을 무조건 매도할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반성하고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라파고스섬 같은 외딴 섬에 놓여진 것처럼 어린 선수들이 그 나이에 경험하고 학습해야 할 사회문화적 지식이나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된 지도를 받았다는 것이다. 만연한 엘리트 체육 의식과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라는 지적도 많다.

고의충돌 여부와 관련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당시 심 선수는 3위로 달리던 이탈리아 폰타나 선수와 아웃코스로 추월하기 위해 심 선수 옆으로 따라붙은 5위 최민정 선수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이었다. 최동호 평론가는 “이런 상황에선 손을 안 쓰려 해도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으로 팔을 휘두를 수 있다”며 “이 행동이 고의인지, 고의가 아닌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현수 선수(빅토르 안·현 중국 쇼트트랙 기술코치)의 아버지이자 2018년 빙상발전TF 위원 등 빙상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안기원씨는 “고의충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쇼트트랙을 하다 보면 그런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에 있었던 최민정에 대한 승부조작 제의에 대해서는 “나는 오래전에 이미 들어서 알고 있던 일인데, 쉬쉬하며 넘어갔다”고 했다.

심석희 선수 2차 가해에 우려의 목소리

고의충돌 논란에 대한 진위 여부 및 진상 조사와는 별개로, 심 선수와 관련한 최근 폭로 양상이 성폭력 2차 가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인권연구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성폭력 범죄자 조재범에 의한 심석희 선수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 제공의 불법성과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조재범이 재판에 계류된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광범위한 사적 정보를 적나라하게 언론매체에 제공한 행위는 불법이자 피해자 흠집 내기를 통한 의도적 보복이며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최근 불거진 심 선수에 대한 일각의 의혹 제기 및 언론보도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 선수와 조항민 코치 간의 문자메시지를 적나라하게 재현한 ‘디스패치’ 보도 후 심 선수의 성폭력 피해를 의심하는 여론까지 등장했다.

언론인권센터도 지난 21일 심 선수에 대한 언론의 무분별한 2차 가해를 비판했다. 센터는 “아무런 고민 없이 해당 내용을 공개한 ‘디스패치’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리의식을 갖고 보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쓰고 사건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폭로 과정의 불법성 여부도 논란이다. 심 선수가 성폭력 피해 입증을 위해 제출한 휴대폰 정보가 조재범 측 변호인에게 제공됐고,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변호인 의견서가 언론에 제보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동의없이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생활의 비밀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 자체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 선수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이는 그 자체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4조 등을 위반하는 범죄행위”라면서 “현재 심 선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조재범 측 변호인의 의견서가 언론사로 유출된 경위와 함께 심 선수의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라커룸에서의 불법도청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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