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 슈퍼바이저 “은둔형 외톨이 출신 전문가 키웁니다”

김태훈 기자
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 슈퍼바이저. / 김태훈 기자

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 슈퍼바이저. / 김태훈 기자

K2인터내셔널은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사업에 특화된 사회적기업이다. 2012년 한국지사 설립 때부터 일본에서 건너와 줄곧 자리를 지켜온 오오쿠사 미노루 슈퍼바이저(46)는 아직도 한국에선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10월 18일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은둔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사업장으로 운영 중인 서울 성북구의 ‘슬로카페달팽이’에서 그를 만나 국내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둘러싼 현실에 관해 들어봤다.

-K2인터내셔널이 은둔형 외톨이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회사의 전신이 요트회사였다. 버블경제 덕에 경기가 좋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선 등교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회사에선 일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들 청소년을 위해 그들이 요트를 타고 다른 나라로 여행 다니는 국제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처음엔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여행 내내 밝게 어울리며 바뀌기도 했다. 그런데 이 청소년들이 집에 돌아가 한달이 지나니 예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간 거다. 그래서 이들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안 바뀌니까 반복된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일시적인 이벤트 대신 공동생활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까지 기숙사에서 공동생활하는 방침을 유지하는 걸로 봐선 효과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이탈하는 인원은 없었나.

“공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괜찮다. 그래도 다시 올 수 있고 우리는 언제든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사실 은둔형 외톨이 친구들이 자기 방에 있어도 마음 편히 쉬면서 지내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내 자리가 없는 친구들이고 부모님 옆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 자기를 알아보고 격려해주는 제2의 가정 같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자기 방에서만 주로 생활하는데 집이 가장 고통스러운 곳이라니 의외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무조건적인 인정을 받지 못한 탓에 많이 불안해한다. 주로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인데 부모도 불안해하니 옮아버린 것이다. 은둔생활이 편해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고통이다. 고통스럽지만 그럴 수밖에 없어서, 왜냐면 밖으로 나갔을 때 더 큰 고통을 겪으니까,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은둔하는 거다. 험한 환경에서 이미 많이 다쳐 생명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이들이니 억지로 끌어내는 건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럼 이들을 어떻게 나오게 하나.

“은둔생활은 곰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생존전략에 가깝다. 곰에게 겨울이 닥치듯 이들에게도 가정이나 사회가 겨울처럼 살기 어렵다고 여겨지니까 못 나온다. 이미 폭풍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제 나가도 괜찮다고 느껴질 수 있게 봄이 와야 한다. 은둔에서벗어나는 건 의지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환경을 바꾸고, 자극이 생겨야 변화가 생긴다. K2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서는 처음 들어가면 충전을 하듯 쉬는 시간을 준다. 이후 작은 일, 보통 식사당번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괜찮아지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외부와 만날 수 있는 활동의 범위를 늘린다. 그다음에 직장에서처럼 좀더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일도 시도한다. 마지막 단계는 자기가 받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갚는 것이다. ‘은둔고수’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을 지원하고 자신의 경험을 환원하는 활동이다.”

-누구보다 가족의 역할이 크고 또 그만큼 가족들이 받는 고통 역시 클 텐데.

“은둔형 외톨이의 부모들은 스스로가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 가정을 일부러 만든 게 아니다. 열심히 키워서 부모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못한 것뿐이고 부모들도 좌절감을 겪고 있다. 그러니 부모들도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하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자녀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가정에서나마 편히 있을 수 있게, 부모와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를 부모가 이해하기 위한 교육이다. 부모와 아이는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에 살기 때문에 저와 같은 통역자가 필요하다.”

K2인터내셔널에서 진행하는 은둔형 외톨이 자립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 K2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K2인터내셔널에서 진행하는 은둔형 외톨이 자립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 K2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그럼 이들을 어떻게 나오게 하나.

-당사자와 가족들에게만 고통이 전가되지만 이런 환경을 만든 사회적 요인도 찾아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보통은 소속을 잃었을 때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졸업하거나 직장인이 퇴사하면 갈 곳이 없어지고 만날 사람이 없어진다. 내가 어디 어디의 누구라고 소개할 수 있는 소속 공동체도 없어진다. 인간의 정체성은 어딘가에 속하는 정체성과 진짜 자기만이 가진 본질적인 정체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그 공동체가 구성원의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공동체 대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공동체가 늘면 그 또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회사에서 능력이 없으면 잘리듯이 학교나 가정에서도 좋은 성적을 못 받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능력주의 사회가 되고 있다. 그러니 지역공동체든 가정이든 작은 단위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오쿠사 슈퍼바이저는 굳이 한국에 와서 활동하게 된 개인적 이유가 있나.

“이 일을 하기 전까지 일본에서는 공연 무대에서 스태프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기획 업무를 했다. 그러다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로 온 뒤 양국 사이의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본 K2인터내셔널 대표도 알게 됐다. 그 인연으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2012년부터 한국에서 살려고 건너온 뒤에 K2가 한국지사를 만들 예정이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 설립 당시부터 일하게 됐다. 사회적기업이라 수익모델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이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은둔도 스펙’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은둔고수’라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 출신 전문가들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한국과 일본, 그밖의 문화권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대하는 문화와 정책의 차이가 있나. 그리고 한국에 시급한 정책은 무엇일까.

“한국의 증가 추세가 더 빠르고, 일본인보다 한국인 은둔형 외톨이들이 그래도 말수가 많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다만 어느 사회에서건 본질적인 문제는 같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은 성인이 돼도 집에 남는 반면 성년 이후 독립해야 하는 문화권에서는 홈리스가 되는 정도의 차이다.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더 먼저 겪어 이젠 정부 차원의 정책도 마련돼 있고 지원센터도 전국 79곳을 세웠다. 이것은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방치하면 고령층의 고립·고독사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이런 대책은 필요하지만, 일본에서도 사실 센터 중심의 정책이 효율적이진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전문성을 지닌 사람을 키워 당사자 옆에 있게 하는 방안이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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