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장애인 간호 어렵다는 병원…엄만 마스크만 쓰고 병실로 갔다

문광호 기자

병원에선 “지원 인력 없다”

코로나 결과 나오기도 전에

병실서 아들 돌보다 확진

10일간 치료·간병 병행해

중증 자폐가 있는 쌍둥이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지난달 5일, 대구에 사는 우미영씨(45)는 병실로 함께 들어갔다. 아직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병원에서 “달리 간호하고 지원해줄 사람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함께 돌보던 남편과 장애인활동지원사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돌봄이 어려웠다. 결국 우씨는 마스크 하나에 의존한 채 20대 아들 2명을 24시간 돌봤다.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치료를 받으면서 10일 동안 돌봄을 병행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코로나19를 독감이나 감기처럼 일상적인 질병으로 여기겠다는 것이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는 같지 않다. 위드 코로나 시행 셋째 날인 3일 장애인들은 코로나19가 아직 ‘혼자 가볍게 앓고 넘길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고 말했다.

장애인 전담병상 부족한데
‘위드 코로나’로 치료 소외

장애인단체들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장애인 확진자 치료 체계의 부족을 꼽는다. 장애인 확진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서는 장애 특성에 맞는 활동지원 등이 필요한데, 일반 병상에는 이것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장애인뿐 아니라 그 가족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 확진자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병원에서 이용하려면 5개 주체가 합의해야 한다. 장애인, 장애인 가족, 병원, 활동지원사, 활동지원사 중개기관”이라며 “합의를 받으러 다닐 사람도 정리되지 않았고, 병원도 비전문의료인인 활동지원사 배치를 꺼린다”고 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재활원에 장애인 전담병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병상 수는 16개에 불과하고 재활원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소재해 수도권 바깥 환자들은 접근하기 어렵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난 9월1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두 달도 채 안 되는 동안 장애인 전담병상이 5차례나 꽉 찼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장애인 전담병상은 당사자 특성에 맞는 코로나19 치료뿐만 아니라 체위 변경, 이동지원 등 장애인에게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치료를 돕는 곳이다. 활동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신변처리도 어렵고 욕창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수도권 외 지역에선 일반병상의 간호인력이 그 역할을 대체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모든 장애인이 적절한 치료와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 단위의 장애인 전담병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에 비해 높은 코로나19 치명률도 우려되는 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질병관리청에 질의해 지난달 28일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0월18일까지 비장애인 확진자 사망률은 0.4%, 장애인 확진자 사망률은 2.6%로 장애인 확진자 치명률이 6.5배 더 높다. 허미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어딘가 이상이 생겨도 그걸 즉각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더 노심초사할 것”이라며 “지난해 2월엔 한 분이 자가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급격히 폐렴으로 진행되는 일도 있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적절한 조치나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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