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절반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오늘 내가 바른 화장품에도?

김한솔 기자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국내 화장품 과불화화합물’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국내 화장품 과불화화합물’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과불화화합물 : 탄화수소 가운데 수소가 불소로 치환돼 불소가 많아진 화합물. 물이나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프라이팬이나 일회용컵의 방수코팅제, 가죽과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즉석식품 포장재 등에 쓰인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립 메이크업과 자외선차단제, 파우더 등의 화장품에서 코팅 프라이팬의 원료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발암 위험물질로, 최근 미국에서는 사용 금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9일 국내 판매 중인 화장품 20개 제품 중 10개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은 4700여종의 다양한 화학물질로, 물이나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프라이팬이나 일회용컵의 방수코팅제, 가죽과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즉석식품 포장재 등에 쓰인다.

코팅 프라이팬의 원료 물질
환경운동연합 등 3개 단체
20개 제품 조사, 10개 검출
발달 장애 영향 물질도 나와

세 단체는 립 메이크업 제품 3종, 자외선차단제 5종, 파우더 및 팩트 5종, 메이크업베이스 2종에 과불화화합물이 얼마나 포함됐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립 제품은 3개 제품 모두에서, 자외선차단체는 5개 중 4개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됐다. 자외선차단제의 경우 최대 105.50ng/g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 여러 제품 중 가장 높은 농도를 보였다. 파우더와 팩트는 5개 제품 중 2개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고, 메이크업베이스도 2개 중 1개에서 검출됐다. 세 단체는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중 유해하다고 알려진 종류의 과불화화합물(PFHxA)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도 따로 분석했다. 이 결과 10종 중 6종에서 PFHxA가 미량으로 검출됐다. 세 단체는 “잔류성, 생물축적성, 독성 물질인 PFHxA는 체내 축적성 물질로 생식기관 및 발달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그 외 과불화옥탄산(PFOA) 등 다른 발암성 물질도 검출됐다.

국내에서 과불화화합물을 화장품에 쓰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 과불화화합물은 보호막 형성 기능이 있어 방수 기능의 메이크업 화장품이나 로션과 크림 등 기초 화장품에 쓰이고 있다.

발암 위험성 알려지면서
미·유럽에선 사용금지 추진
국내선 조사도 제대로 안 돼

하지만 세 단체들은 과불화화합물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 환경청(EPA)은 과불화화합물을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있는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0년 이미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했고, 미 의회는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2022년 말까지 과불화화합물을 규제하는 화장품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바는 없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화장품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의 농도는 미량일지라도 사용 과정에서 피부에 직접 흡수된다는 점, 하루에도 여러 개의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 내 과불화화합물 전수조사와 사용 금지 기준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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