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택시가 사라졌다…코로나 2년, 택시업 접는 기사들

강은 기자

영업난 시달리던 운전자들
배달·대리운전으로 이직
위드 코로나 뒤 승객 늘어도
일할 기사 없어 ‘택시 대란’
“개인택시 규제 완화” 의견도

“어? 빈차다!”

14일 0시쯤 서울 종로3가역 근처에서 젊은 남녀 서너 명이 빈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를 보더니 우르르 달려갔다. 기대감도 잠시, 이미 중년 남성이 타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발길을 돌렸다.

같은 시간 종로3가역에서 종로2가 사거리까지 약 200m 거리에 서른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변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있던 오재호씨(33)는 “원래 쓰던 앱으로 택시를 부르려고 하는데 다섯 번이나 실패했다”면서 “방금 다른 앱을 깔고 결제카드를 등록하는 중”이라고 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시민들은 애가 탔다. 경기 안양시까지 가야 한다는 송미리씨(45)는 “집에서 아이도 기다리고 있어서 급하게 가야 하는데 택시가 너무 안 잡힌다”면서 “일반택시 호출보다 두 배 넘게 비싼 고급택시를 간신히 호출했다”고 말했다. 기다리다 지쳐 쓰레기통이나 신문가판대에 기댄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박승현씨(26)도 “회사에서 야근하고 자정에 나오면 택시가 없어 한 시간 더 일을 하고 나와야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로 각종 모임과 회식이 늘면서 심야 시간대 택시를 타려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이 어려워진 택시 기사들 상당수가 이미 운전대를 놓은 상황이라 ‘택시 대란’이 심해지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7만7934명으로 작년 1월(10만154명)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강북구의 한 택시 차고지에는 ‘기사 없는’ 택시 37대가 주차돼 있었다. 입구에는 ‘기사 구함’이라는 네 글자가 적힌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회사 배차과장 정모씨는 “전체 택시 기사 157명 중 1년 사이 60명 넘게 빠졌다”면서 “코로나 시기에 폐업하는 회사도 많아졌고, 저희도 최근에 봉급이 한 달 밀렸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구인·구직사이트에 기사 모집 공고도 내놨지만 지금까지 문의가 한 건이 없다고도 했다.

운전 경력 37년의 법인택시 기사 이모씨(72)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진 기사들이 배달업계나 대리운전으로 많이 넘어갔다”면서 “밤에는 승객이 없으니까 하루에 7만~8만원밖에 못 버는 날도 있었는데 이 정도로는 사납금도 못 채운다”고 했다. 이씨가 하루 운행당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오전 근무 기준 12만5000원, 오후 근무 15만1000원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택시 공급이 부족한 와중에도 ‘3부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개인기사 천준우씨(63)는 “개인택시 기사들은 (법인기사와 달리) 이틀 일하면 하루는 (규제 때문에) 무조건 쉬어야 하는데 기사들이 모자란 마당에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지 않냐”면서 “택시업계가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배달업계나 대리운전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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