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근용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 "문제제기 좀 해주세요"

류인하 기자
박근용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이 2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박근용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이 2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상생방역’을 내세우며 그 대안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제안했다. 취임 한 달여 만에 서울시내 309개 콜센터와 물류센터 근무자 2만9716명에게 자가검사키트가 지급됐다. 기숙학교에도 검사키트가 지급됐다. 이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내부 감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자가검사키트 도입과정에서 법이 정한 계약절차를 무시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판단, 부서에 주의를 내렸다. 이 판단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핵심 사업도 비판할 수 있는 내부 감시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옴부즈만위는 최근 서울시 일부 민간위탁사업 예산삭감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박근용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50)은 29일 인터뷰에서 “눈치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소신껏 결론을 내린 결과”라고 말했다. 옴부즈만위원회는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16년 2월 전국 최초로 설치된 시장 직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현재 옴부즈만위원회가 설치된 지방자치단체는 서울과 울산이 유일하다.

“보통 지자체장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시민단체들은 그 지자체 소속 기관에 감사나 조사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할 것이라는 불신이 있거든요. 심지어 풀뿌리 시민단체들조차 그 지역 문제를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중앙행정기관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최근의 몇몇 결과들은 우리 옴부즈만위가 서울시 소속이지만 독립적인 조사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그저 충실한 사례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7인 위원들의 합의제 기관이다.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들은 모두 외부인사로 구성돼 있다. 옴부즈만 위원들은 자신이맡은 감사 별로 감사 책임자가 되고, 중요 민원도 직접 조사한다. 순환근무제로 배치되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실무를 뒷받침한다. 박 위원장은 다만 “전임 시장이나 현 시장 모두 (우리 활동을) 특별히 견제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안에 따라 ‘민감한 내용이 되겠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판단과정에서 위원이나 조사관 스스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눈치를 보는 순간 독립적 기관이라는 위치 자체가 위태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2019년 2월23일 제 2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에 취임했다. 위원장의 임기는 3년 단임제다. 내년 2월이면 서울시를 떠난다.

그는 취임 직후 제일 먼저 옴부즈만위원회 조사결과 보고서 ‘비공개 최소화 방침’을 세웠다. 조사결과 보고서는 개인정보만 삭제하고 대부분 공개로 전환했다. “서울시 내부 조사·감사 관련문서는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게시해도 내용의 80~90% 이상을 지우고 올리기 때문에 사실상 비공개입니다. 시민들은 어떤 조사가 이뤄졌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볼 수가 없었죠.”

현재는 시민 누구나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또는 옴부즈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조사결과를 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재 문서 비공개 비율은 20~30%도 되지 않는다”면서 “새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근용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이 2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박근용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이 2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옴부즈만의 활동은 경직된 공무원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민원인의 지적이 옳아보여도 공무원들은 기존에 해온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근거 없이는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옴무즈만위가 시민들의 고충민원을 토대로 해당 부서에 권고하거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공무원 조직의 관행이 바뀌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은 자신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소하게 제기한 고충민원이지만 그 민원이 서울시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및 산하기관 공공일자리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에게만 결과를 통보하는 관행도 시민 한 명의 민원을 계기로 바뀌었다. 주차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차면적 규격 등을 제멋대로 관리해온 서울시내 공원 공영주차장도 한 시민의 고충민원을 계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옴부즈만위원회는 활동에 비해 여전히 인지도가 낮다. 서울시에 옴부즈만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박 위원장은 “감사위원회와 달리 옴부즈만위원회는 시민의 문제제기가 없으면 조사를 할 수 없다. 우리의 활동이 더 많은 힘을 받으려면 결국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임기동안 가장 많이 하고 다닌 말이 ‘민원 좀 내주세요’ ‘감사청구 좀 해주세요’였습니다. 고충민원은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서울시 응답소에 글만 써도 접수가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주민감사·시민감사 절차가 많이 간소화됐습니다. 시민들이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 25개 자치구의 활동에 많은 문제제기를 해줄 때 옴부즈만도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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