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420여만 건, 검찰 200여만 건…수사기관별 통신자료 연평균 조회 건수

유경선 기자
경찰 420여만 건, 검찰 200여만 건…수사기관별 통신자료 연평균 조회 건수

경찰이 2016년부터 5년간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통신자료 건수가 연평균 420여만 건, 검찰이 제공받은 통신자료 건수가 연평균 200여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자료는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도 얼마든 제출받을 수 있어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다. 인권친화적 수사를 표방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 첫 해인 지난해 상반기 135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아 논란이 된 지금이 제도를 손질할 적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이 국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경찰은 연평균 423만3466건, 검찰은 연평균 201만4036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았다. 같은 기간 경찰과 검찰이 제출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건수도 각각 67만5950건과 14만8914건에 달했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사 가입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과 가입일 등이 담긴 자료로, 각 기관이 통신사에 서면으로 자료를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문자메시지 전송 일시, 통화 시간과 발신기지국 위치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입수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통신 관련 정보 조회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각각 583만3312건과 141만5145건이던 경찰의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건수는 문재인 정부 말인 2020년 346만5790건과 32만3033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경찰이 187만7582건, 검찰이 59만7454건, 국정원이 1만4617건, 공수처가 135건이었다. 같은 기간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건수는 경찰 19만7098건, 검찰 3만8524건, 국정원 768건, 공수처 21건으로 집계됐다.

시민사회는 과도한 통신자료 조회를 용인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수년 간 지적해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등은 2016년 5월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는 위헌이고,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도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통신자료 조회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면 해당 조항의 삭제를 권고했다. 대법원도 2012년 판결을 통해 이용자 개인 정보와 관련된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치권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 문제가 최근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고발 사주’ 등 사건을 수사하는 공수처가 야당 의원들과 기자들 및 그 지인들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됐다. 야당은 공수처가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도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다. 사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썼다.

공수처는 자신이 제공받은 통신자료 건수는 경찰, 검찰 등이 제공받은 건수에 비해 적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관행은 사생활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줄곧 지적됐고, 공수처는 인권친화적 수사를 내건 수사기관이다. 공수처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검·경의 수사 관행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답습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 참에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자료 제공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 수사기관이 사후통지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수사·정보기관의 자료 조회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만큼 관계법령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로부터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해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로부터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해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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