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설문 방식 ‘반강제’ 느껴”
간협 “선관위 검토 거쳐 진행한 설문”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을 상대로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묻고 이름·연락처 등 개인정보도 기입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원하는 사람만 응답하는 조사였지만 개인의 정치 성향을 묻는 문항이 부적절할뿐 아니라 조사를 하는 방식도 강압적으로 느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주 간협은 ‘간호법 제정 달성’을 목적으로 일선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에게 정치 성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간협은 조사에서 ‘20대 대통령선거 관련 각 정당 대선후보 지지선언 참여’ 여부를 물었다. 참여 의향, 응답자 성명, 연락처, 간호사 또는 간호대학생 여부가 필수 응답 사항이었다. 이어 ‘지지하는 대선후보자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이 뒤따랐다. 이 문항에는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응답하라’고 기재돼 있지만,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혹은 기타 후보라 적힌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와 별도로 각 정당 후보자별로 명단을 만들고 지지하는 후보 이름 아래에 성명과 연락처를 적게 했다. 이 설문에는 개인정보 수집 이용 목적에 ‘자발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 명단을 취합하고,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간협이 설문조사 결과와 후보자별 지지자 명단을 어떻게 활용하며, 어디에 제공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간협은 모든 조사에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의 자발적인 참여 동의 및 개인정보 동의에 따라 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 소재 간호대학교에 다니는 강모씨(23)는 “지난 7일 설문조사 링크와 함께 ‘개인정보제공 동의에도 체크 꼭 해라’, ‘과마다 200명 이상은 설문을 받아야 한다’는 공지가 있었다”며 “설문 조사를 권유하는 방식이 ‘반강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대로면 학과의 절반 가량이 서명에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간협에서 언급한 자율성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변에서도 ‘이 설문이 마치 학생들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 같다’며 불편해 했다”고 전했다.
일선 간호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한 대학병원에 다니는 9년차 간호사 장모씨는 “지난 8일 설문조사를 전달받았는데 매우 불쾌했다”며 “간협은 박근혜 정부 때도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내용의 서명지를 돌린 적이 있다. 간협이 하나의 직역을 대표하는 만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도 “간호사 사회는 군대 조직처럼 상하 관계가 견고한 편이기 때문에 이같은 질문이 일선에 내려오면 현장 간호사들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협은 이번 조사가 적법하다고 말한다. 간협 관계자는 “이런 조사는 이전 총선, 대선 때도 했다. 설문조사와 명단을 취합하겠다는 것도 법적 자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검토를 거쳐 시행한 것”이라며 “일부 병원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진행해 비판이 제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은 저희 협회만 아니라 다른 단체에서도 (동의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수집된 정보는 (대선 전날인) 3월8일 오후 전부 폐기한다”고 했다.
선관위 측은 “내부적으로 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것은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률 위반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공직선거법상 제한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022년 2월 17일자 지면기사 및 사설과, 2월 16일 인터넷기사 사회면과 오피니언면에 대한간호협회가 실명으로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자발적 참여를 고지하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을 주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자발적 참여 시 명단 취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 또한 취합된 명단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한 바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