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출생률에 ‘역발상’…선생님 1명당 아동 비율 줄이고 보육 면적 늘리면 “안심”

김보미 기자

서울 노원구 어린이집 87곳

교사 증원 대신 아이 수 줄여

놀이 환경의 질 개선하면서

돌봄 현장 고충 줄이기 시도

지난 24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노원구청직장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노원구 제공

지난 24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노원구청직장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노원구 제공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명(잠정치)이다. 통계청 조사 이래 사상 최저의 기록이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전국 평균보다도 적어 합계출산율이 0.68명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려는 수많은 노력에도 출생아 수는 2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 연 26만명에 그친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도 늘었다. 그러나 보육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 한 명이 많은 아이들을 돌본다. 이로 인해 영·유아 수가 줄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보육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조정하고, 아이 1인당 면적을 늘려 보육의 질을 개선해야 보육환경이 실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만 0세반과 만 3세반의 돌봄 부담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영아들은 개월 수에 따라 발달 차이가 커 같은 0세도 누워있는 아이부터 뛰는 아이까지 천차만별이어서 식사와 놀이를 할 때 교사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 법적 기준인 교사 1명이 아이 3명을 담당하기 버거운 것이다. 만 3세반은 직전 만 2세반(7명)보다 정원 2배 이상인 15명으로 늘어난다.

적정한 아동 수에 교사 수를 맞춰 반을 꾸리면 어떨까. 노원구는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지역 내 87곳의 ‘노원안심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아이의 비율을 법정 기준보다 낮추는 새로운 시도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나 자치구는 그동안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기 위해 주로 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인건비를 지원했다. 반면 노원구는 교사를 늘리지 않고 아이 수를 줄여 0세반은 1대 2, 3세반은 1대 12의 비율을 맞춘다. 예를 들어 교사 1명과 아이가 3명 있던 반은 1명을 다른 반으로 보내 비율을 낮춘다. 14명이 있던 3세반도 2명을 다른 반으로 보내는 식이다. 아이 수를 줄이는 만큼 감소한 보육료에 대해선 구청이 어린이집에 지원한다. 구는 해당 보육비 지원에 1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 ‘위기 상황에서 아기 2명은 안고 뛸 수 있지만 3명은 힘들다’는 돌봄 현장의 고충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춰야 하는 이유”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데 선생님을 늘리면 한 아이당 공간이 좁아진다. 하지만 아동 수를 줄이면 1인당 보육 면적도 넓어져 놀이 환경이 쾌적해지고 안전사고 위험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교사 한 명이 맡는 아이의 수를 줄이는 데다 보육실 밀집도까지 낮출 수 있어 노원안심어린이집은 지역 내 332개 어린이집 중 201개(325개반)가 신청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집 아동 비율을 낮추는 사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공립·서울형 외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는 민간·가정 어린이집까지 대상으로 했다고 노원구는 설명했다.

0세·3세반뿐 아니라 장애아반도 지원된다. 안심어린이집으로 선정된 곳은 아동 전체에 대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축소하고 한 보육실에는 같은 연령만 꾸려 운영해야 한다. 노원구에서 반 운영비도 지원하기 때문에 담임교사 인건비, 교재·교구 구입비, 아동 급식과 간식비 등의 보조도 받는다.

노원구 프뢰벨슐레 어린이집 김명숙 원장은 “보육실에서 진행하는 놀이뿐 아니라 오늘의 활동을 부모에게 전달하는 알림장 작성까지 한 아이에게 집중해 할애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과 저출생으로 줄어든 아이들에게 보육 예산을 어떻게 분배해 사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이 수에 선생님을 맞추는 방식은 정원 충족률이 높은 어린이집의 입소 대기자가 인접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어린이집 사이의 보육아동 불균형이 해소되는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노원구는 전망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저출생 시대에 보육환경 개선은 숙명적인 과제”라면서 “아동, 학부모, 교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해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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