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족 신화’ 깨기 위해 팔 걷은 인권위…“다양한 결혼형태 인정하는 법 만들어야”

윤기은 기자
2019년 11월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동성혼, 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2019년 11월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동성혼, 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응급실로 실려간 파트너에게 의식이 없었지만, 보호자 자격으로 동의를 할 수 없어 의료조치가 미뤄졌습니다.”

“두명 모두 변변치 않은 벌이에,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여러가지 대출이나 주택 제도가 존재하지만 동성부부들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커플은 둘 다 공무원이지만 가족수당도 못 받고, 파트너 가족의 경조사에도 경조사 휴가가 아닌 개인 연가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한국 성소수자 1056명의 진정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응답했다. 인권위는 지난 6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주거, 의료, 재산분할 등에서 성소수자 생활공동체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만들 것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국회 계류 중인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것도 권고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는 2019년 11월13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한국의 동성부부와 커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주거권, 노동권, 사회보장권, 건강권을 누리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사회적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진정을 제기했다. 국내·외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 1056명의 성소수자가 진정에 참여했다.

혼인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성소수자들은 주거·건강·노동 등 분야의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인권위가 2014년 실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서 ‘파트너십 제도 공백에 따른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성소수자들은 16.9%였다. 이들은 ‘의료기관에서 파트너의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함’(9.1%), ‘파트너가 세대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공공·국민임대주택 입주 신청을 포기함’(8.1%), ‘손해, 질병, 자동차 보험 등 파트너를 피보험자로 지정하지 못함’(5.5%) 등의 차별을 경험했다고 했다.

‘성소수자 주거권 네트워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성소수자 주거 실태와 주거 불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30대 성소수자의 아파트 거주율은 13.4%이다. 2019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파악된 동일 연령대 아파트 거주 비율(47%)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권위는 “동성 커플이 법률혼 불인정에 따라 신혼부부에게 지원되는 다양한 주거 지원책에서 배제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새롭고 다양한 가족형태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법과 제도는 전통적 가족 개념을 근거로 하고 있다”며 “다양한 생활공동체가 차별 받고 있으며, 혼인·혈연 외의 사유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는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30개 국가가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으며, 30여개 국가가 동성 간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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