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책 비판 연구위원 고발 안철수 측, 표현의 자유 침해”

박하얀 기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시민단체들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 측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의 재정정책 발언을 비판한 이 수석연구위원을 고발한 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은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 합당한) 국민의당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고발한 사건은 형사사법 절차를 이용해 학술적 비판을 제약하는 것으로 시민의 표현·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지난 3월4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 위원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 마포경찰서에 넘겼고, 경찰은 4월 초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오후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국민의당은 이 연구위원이 지난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안 의원이 언급한 국가부채 유형 ‘D4’를 ‘잘못된 개념’이라고 지적한 것이 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들의 연구모임인 포용재정포럼은 기자회견에서 “(비판한 시민과) 논리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고발하는 것은 연구자의 사회 참여나 기여를 가로막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학문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수단을 기준으로 정부 부채를 D1~D4 개념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는 D1~D3 외에 별도로 재무제표상 부채를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의 문제제기가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유권자로서 선거 시기에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비판할 수 있고, (후보자는)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하거나 틀렸다면 수정·사과하면 될 일”이라며 “고발로 응수한 것은 정책적 의견을 제시하지도, 대선 후보를 비판하지도 말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등은 공직 후보자가 언제든지 끌어다가 유권자를 고발할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어 개정이 필요함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이 연구위원은 “당시 안 후보자의 발언은 지금도 명백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연하게 토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었는데 고발장이 날아왔다. 지금도 그렇게(발언대로)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고발을 당한 이후 생계 유지 수단인 강의 섭외가 끊겼다고 한다.

민변은 이 사건을 공익소송으로 판단해 변론을 맡았다. 유권자가 정치인의 의견을 검증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허용돼야 하는데, 자칫 수사 결과에 따라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시민의 검증을 원천 차단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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