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발언에 재검토 들어간 여가부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추진단 “정상화 요구”

유선희 기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지난 6월30일 버터나이프 크루 4기 출범식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대책위 제공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지난 6월30일 버터나이프 크루 4기 출범식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대책위 제공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페미경도, 알박기 정책” 발언 이후 여성가족부가 4년째 진행 중인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지원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자 사업 추진단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업 정상화”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버터나이프 크루 4기에 참가한 16개팀은 운영사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버터나이프 크루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를 만들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6월30일 4기 출범식에 참여해 ‘사업의 목적과 취지에 공감한다’는 축사를 발표했다”며 “하지만 권성동 의원의 발언 이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지원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면서 “알박기 정책이고, 새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와 전혀 상관없는 사업방식”이라고 했다.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은 ‘갓 구운 빵에 나이프로 버터를 발라 먹듯이 참여를 통해 일상의 기쁨을 달성한다’는 의미로 2019년 출범했다. 청년들이 일·안전·주거·건강 등 일상 전반에 걸쳐 성평등 흐름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연구와 캠페인, 콘텐츠 제작 등을 해왔다. 올해는 버터나이프 크루 추진단의 특별분야로 젠더갈등 완화와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분야가 신설됐다. 양성평등 인식 격차와 차별·혐오 해소를 위한 팩트체크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노동취약계층 청년들의 어려움과 대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권 원내대표 발언 이후 여가부는 지난달 7일 “(사업) 재검토에 들어간다”고 인정했다. 이로 인해 정부 부처가 중심이 돼 수년째 진행해온 사업이 여당 원내대표의 말 한 마디에 휘둘리는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앞으로 여가부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저희도 이런 경우가 별로 없다”며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사업 재검토에 대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남성 참여율 저조”가 이유라고 밝혔지만 공동대책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공모 시 남성참여자에게 가점을 부과하면서 버터나이프 크루 4기 남성 참여율은 지난해 5%에서 올해 12%로 2배 이상 늘었다”면서 “구체적인 기준과 대안없이 사업을 삭제한 여가부의 설명은 충분하지 않고, 기만적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공정’인지 크루들은 분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동대책위는 “김현숙 장관과 여가부는 사업폐지의 경위를 명확히 설명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업폐지 결정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공동대책위는 이후 기자회견과 추가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용어 사용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사용한 ‘성평등 문화 추진단’ 표현을 ‘양성평등 문화 추진단’으로 바꾸면서다. 다양한 성을 평등하게 인정한다는 의미의 ‘성평등’과 달리, ‘양성평등’은 남녀간 평등에 초점을 맞춰 사용되는 용어다. 이 때문에 젠더·성평등 이슈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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