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번엔 ‘정동야행’서 일제 헌병·천황 의상 입어보기 행사

이성희 기자

지난달에는 광화문광장 ‘일장기 연상’ 포스터 논란

서울시 “승인 없이 업체가 한 일, 법적책임 물을 것”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4일 올라온 ‘지금 정동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게시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4일 올라온 ‘지금 정동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게시물.

서울시가 주최한 ‘2022 정동야행’ 행사에서 일왕과 일본군 헌병 의상 등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시 승인없이 운영업체가 비치한 의상들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최근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조선총독부와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설치돼 논란이 있었던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3~24일 덕수궁 돌담길 등 중구 정동 일대에 열린 ‘2022 정동야행’에서 개화기 복식과 한복을 유료로빌려입고 정동을 돌아보게 하는 ‘정동환복소’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 옛날 남녀 교복과 경성 여성드레스, 고종황제 의상, 대한제국군 의상 등이 있었는데 일제시대 일왕과 일본군 헌병 의상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 2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지금 정동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정동야행은 당초 정동 지역에 모여있는 문화재와 대사관·박물관·미술관 등 역사문화 시설의 야간개방뿐 아니라 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한 공연·전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지만, 부적절한 의상이 등장하면서 본래의 의미를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동 일대는 대한제국 근대역사의 중심으로, 을사늑약 체결의 아픔이 서린 곳 등이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5일 해명자료를 내고 “행사 대행 용역사가 ‘정동환복소’ 운영업체에 사전 협의 승인된 체험 의상을 대여하도록 했으나 시 승인 없이 현장에서 운영업체가 일본천황복과 일본헌병복을 비치하고 실제 일본천황복 1회 대여한 부분이 있었다”며 “시가 행사장 내 관리 감독을 통해 부적정한 부분은 조치해야 했으나 일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금번 행사를 대행 한 업체의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불과 한달여 전에도 서울시는 비슷한 일로 곤욕을 겪었다. 지난달 6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 앞 버스정류장에 조선총독부는 물론 일장기를 떠올리게 하는 붉은 원의 모습 등이 그려진 그림이 설치돼 도마에 올랐다. 당시 문제의 그림은 광화문광장 개장을 기념해 광화문광장 역사의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2009년, 2022년의 광화문 전경을 기록한 작품이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즉각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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