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고시원·쪽방·창고서…작년 서울서 1139명 ‘고독사’

강은 기자

2021 고독사 위험 현황 자료 분석 결과

서울 지역 고독사, 전년대비 20% 증가

비적정 주거공간서 사망하는 경우 많아

서울의 한 지하방에서 중년 남성이 TV를 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서울의 한 지하방에서 중년 남성이 TV를 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가 전년도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독사 사례는 48건 증가했다. 사망 장소는 노후 다가구주택이나 임대아파트가 많았으며, 여관이나 창고와 같은 비적정 주거공간에서도 고독사가 발생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17일 공개한 ‘2021년 고독사 위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고독사 위험’ 건수는 1139건이었다. 같은 해 서울시 연간 사망 4만8798건 중 2.33%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독사는 1년새 161건(16.4%) 늘었다. 2020년 발생한 고독사는 978건이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고립돼 사망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기방임형’ 취약계층 실태도 드러났다. 공적급여 외 사회서비스를 전혀 지원받지 않았던 사망자가 전체 고독사의 22.3%(254건)를 차지했다. 현재와 같은 ‘복지 신청주의’ 체제에서는 개인이 사회적 지원을 일절 거부할 경우 사각지대로 남게된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지저분한 환경을 방치하는 등 가사를 돌보지 않아 외부로부터 고립 정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2021년 서울시 고독사위험 서비스지원수 비율 | 서울시복지재단

2021년 서울시 고독사위험 서비스지원수 비율 | 서울시복지재단

2021년 서울시 고독사위험 주거유형별 발생건수 | 서울시복지재단

2021년 서울시 고독사위험 주거유형별 발생건수 | 서울시복지재단

주거취약계층의 고독사 위험성도 확인됐다. 이들의 사망 장소는 다가구주택이 5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대아파트 18.4%, 고시원 11.1%로 나타났다. 그 외 여관·쪽방·창고·상가 등 비적정주거가 6.5%를 차지했다. 지난 6월에도 서울 강서구의 한 쪽방에서 50대 후반의 남성이 고독사한 채 발견됐다.

고독사의 지역화 경향도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고독사 건수는 동대문구가 88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서구(81건), 관악구(76건), 중랑구(6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고독사 건수는 동대문구와 관악구가 많았고,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망한 건수는 강서구와 노원구 등이 많았다. 동대문구와 관악구는 낡은 다가구주택이 밀집해있으며, 강서구와 노원구에는 임대아파트가 많다.

송 연구위원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있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달동네 문화’라도 형성돼 있었던 반면 지금은 지역사회와 훨씬 단절된 채로 살아간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사망 원인은 내인사 72.5%, 사인 미상 22.4%, 자살 4.3%로 분석됐다. 보통 시신 발견 시점이 늦어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면 사인 미상으로 처리된다. 내인사의 세부 사항은 당뇨나 고혈압, 암, 알코올중독, 소화기 질환 순으로 많았다.

2021년 서울시 고독사위험 성별 발생건수 | 서울시복지재단

2021년 서울시 고독사위험 성별 발생건수 | 서울시복지재단

그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됐던 중년 남성의 고독사 위험도 재차 확인됐다. 사망 건수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전체의 69.4%(790건)를 차지했다. 여성 사망자 중에는 고령층인 70~80대(51.2%) 비율이 높았지만 남성 사망자 중에는 중장년층인 50~60대(58.6%) 비율이 높았다. 사인 미상과 사회 서비스 지원을 받지 않았던 사례에서도 남성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송 연구위원은 “사회서비스를 전혀 받지 않은 취약계층은 공적·사적 연결망이 단절된 상태에서 사인을 알기 힘들 정도로 시신이 부패되는 등 심각한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서 “(고독사를 막으려면) 경제적 지원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서비스 지원을 거부했다고 해서 공적급여만 주고 정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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