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타도” “억압이 아닌 자유를 달라”···홍대 앞까지 번진 중국 ‘백지시위’

김송이 기자

중국 유학생 주축···신원 드러날까 불안

우루무치 참사 추모·제로 코로나 비판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중국 신장 우루무치 화재 사고를 추모하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중국 신장 우루무치 화재 사고를 추모하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파주의보가 내린 3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 어울마당로에 촛불과 흰 꽃, 백지를 든 300여명이 모였다. 중국 등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백지 시위’에 동참하러 나선 이들이었다.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 간체자, 영어, 한글로 인쇄된 종이를 바닥에 붙이기 시작했다. 한 가운데에는 검은 종이가 담긴 액자가 놓였다. 검은 종이에는 ‘추모 – 1124 신장화재 피해자 봉쇄, 제로코로나 때문에 죽은 동포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액자를 둘러싼 이들은 빈 A4용지와 ‘자유를 얻지 못하느니 죽는 것이 나으리라’는 뜻의 중국어가 적힌 종이를 제각기 들고 섰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민주자유를 원한다”는 의미의 중국어를 선창하면, 한국어 후창이 이어졌다. 이어 “타도 시진핑”, “언론자유, 인민만세”라는 외침이 반복됐다.

이들은 우루무치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과 시진핑 주석 타도를 주장했다.

대학 신입생인 중국 유학생 A씨(20)는 “한국에서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우루무치의 실상을 접했다”면서 “중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B씨(22)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나의 의무다. 이렇게 한국에서 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 같다“고 했다.

중국인 C씨(23)는 “2019년에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 이곳에서 홍콩 시위에 연대하러 나온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는데, 불과 3년이 지난 지금은 본토 사람들이 나와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다. 다른 참가자는 “중국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로 느꼈다”고 했다.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중국 신장 우루무치 화재 사고를 추모하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중국 신장 우루무치 화재 사고를 추모하고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들은 ‘우루무치 화재 참사’가 이번 시위의 촉매제가 됐다고 했다.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의 한 아파트에선 화재가 발생했는데, 출입구가 잠긴 탓에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신장을 4개월 가까이 봉쇄 중이다. 그로 인해 아파트 출입구가 봉쇄 시설물로 막힌 상태였다.

참사 이후 중국 정부의 태도가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지난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로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중국 공안은 시위를 강제 해산하고 참가자 일부를 연행했다.

이번 시위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주축이 돼 자발적으로 꾸려졌다. “우루무치 화재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는 상하이 시민들을 지지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약 430명이 모여 집회에서 외칠 구호와 노래 등을 의논했다. 채팅방에선 “꽃, 흰 종이, 인쇄된 포스터를 가져갈 것이다. 포스터와 꽃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흰 종이는 접어 주머니에 다시 넣고 평생 간직할 것”이라는 다짐이 이어졌다.

이들은 신원이 드러날까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집회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익명이 보장되는 SNS로 소통했기 때문에 참가자끼리도 서로 알지 못하는 듯 인사를 나눴다. C씨는 “중국대사관이 오늘 시위를 알고 어제 밤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들었다”면서 “오늘 밤 시위자에 대해서 얼굴을 색출작업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추모 및 연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 오지 못한 재한중국인들은 연대의 뜻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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