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날 ‘구룡마을’ 큰불, 5시간 만에 진화…주택 60채 소실

김보미 기자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설 연휴 전날인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일어난 큰불이 5시간 만에 잡혔다. 이날 화재로 주택 60채가 소실됐고 한때 주민 50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7분쯤 구룡마을(양재대로 478 일대) 4지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오전 11시46분 완전히 꺼졌다. 5시간 넘게 이어진 불길에 가건물 형태의 비닐 합판 소재 주택 약 60채가 탔다. 화재 직후 마을 4~6지구 거주자 500여명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44가구 6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을 피해 구룡중학교에 모였던 이들은 강남 지역 호텔 4곳에 임시로 머물 예정이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오전 7시26분 2단계로 상향했다가 오전 10시10분 초진이 완료되면서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경찰, 강남구 직원 등 918명과 장비 53대, 소방 헬기 7대가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발화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화재로 인한 잔해물 처리와 안전 펜스 등 출입 통제시설 설치, 이재민 구호 활동 등에 사용된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구룡마을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준비하던 1980년대 후반 강남 도심 개발로 태생된 곳이다. 터전에서 밀려난 영세민 1000여 가구가 구룡산과 대모산 자락에 모여 거대한 판자촌을 이뤘다. 면적 26만여㎡, 축구장 37개가 넘는 규모다.

강남구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은 10여년 전까지 전입신고도 할 수 없었다. 무허가 판자촌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2011년 5월부터 강남구에서 전입신고를 받고 있다. 전입신고로 거주민이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남구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해 공영개발 논의가 시작됐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헬기가 진화에 동원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헬기가 진화에 동원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당시 서울시는 구룡마을 25만여㎡에 임대 1250가구 등 2793가구 주택을 짓는 정비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발 방식과 거주민 보상 등과 관련해 서울시와 강남구 견해차로 충돌하면서 재개발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후 사업 취소, 논의 재개를 반복하다 2014년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됐고 주거 환경도 개선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구룡마을 주택들은 ‘떡솜’이라고 불리는 솜뭉치를 사방에 두른 상태다. 내부에 비닐과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도 많다. 사방이 붙어있는 주택 구조에 LPG 가스통, 연탄, 전선 등이 얽혀 있어 작은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지는 일이 잦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14년 11월 화재로 1명이 사망했으며 2017년과 2022년 3월에도 불이 났다. 지난해 8월 서울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주택들이 침수돼 100여명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재 사망 사고를 계기로 2016년 개발구역으로 다시 지정된 구룡마을은 2020년 6월 실시계획 인가가 고시됐다. 2022년 착공해 2025년 하반기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게 당시 서울시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발 후 임대를 할 것인지, 분양할 것인지를 두고 또다시 서울시와 강남구가 합의를 보지 못했고 토지 보상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화재 직후 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이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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