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가 ‘선량하지 않은 풍속’이라고? 성소수자 키워드 오픈채팅방 기능 제한한 카카오톡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카오톡이 성소수자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소개된 오픈채팅방의 기능을 ‘공서양속에 맞지 않는다’며 일부 제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모씨(43)는 지난 16일 ‘서울·경기·인천 수도권만 모여요’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일상에서 성 정체성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성소수자들과 익명이 유지되는 오픈채팅방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려는 취지였다.

김씨는 성소수자 모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외부로 공개되는 채팅방 설명란에 ‘#트랜스젠더 #트젠 #trans #transgender #CD #성소수자 #수도권 #러버 #게이 #레즈 #mtf #ftm #바이 #LGBTQ+’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김씨가 지난 17일 카카오톡 고객센터로부터 받은 답변. 김씨가 입력한 해시태그가 포함되어 있어 운영정책 위반으로 일부 기능이 사용 불가하다는 내용. 김씨 제공

다음날 김씨는 카카오 고객센터로부터 오픈채팅 이용이 일주일간 제한된다는 통지 메일을 받았다. 김씨가 개설한 오픈채팅방 소개 내용에 성소수자를 나타내는 키워드가 포함돼 운영정책에 위반되니 일부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임시조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김씨는 본인이 개설한 오픈채팅방 외에 다른 모든 오픈채팅방도 일주일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고객센터는 “오픈채팅방을 만들 때 사용한 닉네임·소개글·해시태그는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된다”면서 “이때 불건전 또는 불법정보에 해당하거나 이용자 피해가 우려되는 내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했다.

김씨가 해당 해시태그가 왜 문제인지 다시 문의하자 고객센터 측은 지난 18일 “카카오는 국내 법률을 준수하고,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맞는 사용자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카카오 서비스의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을 수립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김씨가 지난 18일 카카오톡 고객센터로부터 받은 답변. “카카오는 국내 법률을 준수하고, 공서양속에 맞는 사용자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카카오 서비스의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을 수립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 김씨 제공

카카오 관계자는 “‘성소수자’ 등 일반적인 단어를 제지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픈채팅의 경우 외부로 공개되는 닉네임, 방제목, 해시태그 등에 대해 금칙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고, 해시태그처럼 공개된 곳에 성적 만남과 관련된 키워드가 포함될 경우 (이용을) 제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사용한 해시태그 중 성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씨가 입력한 해시태그 중 MTF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사람을 일컫으며, FTM은 반대말로 통용된다. CD는 크로스드레서, 즉 생물학적으로 반대인 성의 복장을 착용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한다. 러버는 이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을 일컫는다.

김씨는 “해시태그에 다양한 성소수자를 언급하는 것이 왜 불법과 관련있고, 선량한 풍속을 해친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제한 조치의 판단 근거가 된 ‘공서양속’은 누가 만든 기준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김씨가 이용제한 사실을 알린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원나잇이나 집단 난교 모임도 아니고 성소수자 모임이 과연 공서양속 운운할 일이냐” “기혼남녀가 모여서 불륜하는 채팅방이 수십개인데 이런 방은 가만히 놔두고 성소수자 모임만 정지하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성매매나 성적 만남을 암시하는 여러 오픈채팅방은 방치하면서 김씨의 채팅방을 하루 만에 이용 정지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시세 조종 리딩방 등을 포함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많은 방이 특별한 제재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성소수자 모임이라는 것만으로 제한 조치하는 것은 제재의 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