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허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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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10월25일자(https://stib.ee/GmS9)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로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오랜만에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집에 들렀는데, 늘 지나던 근처 사거리의 풍경이 좀 낯설게 느껴졌어요. 한 귀퉁이에 오랫동안 있던 핸드폰 대리점이 사라지고 대신 탕후루 가게가 생겼더라고요.

그 사거리는 근처 산 중턱에 자리한 중학교에서 내려오는 길목이어서 학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원래 많은 곳인데, 드디어 탕후루 가게도 하나 생긴 거죠.

그런데 그 탕후루 가게 건너편에 또 탕후루 가게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가게가 몇 달 먼저 문을 연 곳이더군요. 나중에 생긴 가게가 접근성이 더 좋고 사거리에서 눈에 더 잘 띄어서 그런지 훨씬 더 붐비는 것 같았어요.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주머니를 공략하기 위한 입지 선정, 또 더 나은 입지를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그날 사거리의 풍경을 보고 든 생각을 점선면 독자님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오늘 점선면은 탕후루 유행의 그림자를 다룹니다. 지난 레터에서 이번 주제를 예고하며 ‘소아당뇨’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상황에 따라서는 이 표현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독자 제이드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참고해서 준비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탕후루 유행, 어느 정도야?

· 탕후루 프랜차이즈가 번창하는 데서 그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어요. ‘달콤왕가탕후루’ 가맹점은 2021년 11개, 2022년 43개였는데 올해 이미 400개를 넘었다*고 해요.

*10월24일 기준 포털 지도(카카오맵)에서 ‘왕가탕후루’를 검색했을 때 472개 장소가 나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 수를 공개하는데, 올해 수치는 내년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 편의점업계도 탕후루를 본뜬 냉동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집에서 탕후루를 만들 수 있는 ‘탕후루 키트’도 유통되고 있어요.

· 탕후루 유행은 여러 신조어도 낳았어요. ‘식후탕’(식사 후 탕후루 먹기), ‘마라탕후루’(마라탕 먹고 탕후루 먹기) 등입니다.

· 탕후루 유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포도 같은 당도 높은 과일에 시럽까지 얹어 당 함유량이 무척 높아 보인다는 점에서 경각심도 일고 있어요.

· 안 그래도 아동·청소년 비만·당뇨 문제가 점점 심해지는데, 탕후루가 인기 간식이 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 국회도 탕후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10월25일 국정감사에 달콤왕가탕후루 가맹본사인 ‘달콤나라앨리스’의 임원을 불러 당류 섭취 문제를 다룰 예정이에요.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올해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지난해보다 10배가량 늘었을 정도로 탕후루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1. 청소년 당뇨 실태, 어떻길래

아동·청소년 당뇨 유병률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신현영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형 당뇨병* 진료를 받은 중학생 환자(13~15세)는 2018년 1143명에서 2022년 1932명으로 약 1.7배 늘었어요.

*당뇨병은 크게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나눕니다.

1형 당뇨병: 췌장 세포가 손상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입니다.

2형 당뇨병: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에 따른 비만·과체중 등이 작용해 생기는 병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생(10~12세)과 고등학생(16~18세)도 각각 1.6배와 1.3배 늘어 전체 10대에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사진 크게보기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비만도 크게 늘었습니다.

비만으로 진료받은 10대는 중학생에서 3배 이상, 초등학교 저학년생과 고등학생에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10대 미만인 초등학교 저학년생(7~9세)도 1.7배 늘었어요.

신현영 의원은 이런 내용을 들어 “코로나 시기에 신체활동 저하, 나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비만·만성질환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 환자들이 급격히 늘었다”며 “최근 탕후루 등 달콤한 간식까지 대유행하고 있어 아동·청소년의 건강관리에 가정과 사회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2. 탕후루 이전에 ○○○이 있었네

탕후루가 곧 아동·청소년 만성질환 급증의 원인이라는 건 아닙니다.

신현영 의원 말대로 최근 제기된 아동·청소년 건강 문제는 코로나19 유행에서 기인한 측면이 큽니다. 2020~2021년 등교 제한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초·중·고 학생들이 덜 움직이게 되면서 비만 비율이 2019년 15.1%에서 2021년 19.0%로 껑충 뛰어올랐어요.

탕후루가 돌풍을 일으킨 건 최근 1년 안팎입니다. ‘탕후루=아동·청소년 만성질환 증가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만큼 유행 기간이 길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한 익명의 독자님은 “탕후루의 당이 높다고 하지만, 솔직히 카페에서 파는 프라푸치노 등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인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보내셨어요. 당 함량을 서로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입맛을 유혹하는 달콤한 간식이 탕후루뿐만은 아니니까요.

그동안 유행을 타고 꺼지기를 반복했던 음식이 많았습니다. 흑당음료, 과일주스, 달고나 커피, 마카롱, 벌집 아이스크림, 슈니발렌…. 대부분 단맛으로 입맛을 ‘공략’하는 디저트였어요.

독자 주연님은 “요새는 사람들이 달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맛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탕후루는 달고 달고 단 맛의 정석인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여러 간식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나간 자리를 이제는 탕후루가 차지한 모양새입니다.

3. 그래서 탕후루는 무혐의?

하지만 탕후루 인기를 단순히 ‘간식의 세대교체’라며 넘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식습관에 영향을 받는 2형 당뇨병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질병관리청은 2형 당뇨병을 부르는 환경적 요인으로 ‘설탕 포함 탄수화물 과다 섭취’를 꼽습니다.

탕후루 이전에 흑당음료나 과일주스, 달고나 커피 등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가 당류 함량이 높은 음식에 오랫동안 노출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Demi DeHerrera(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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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과 매년 시내 가맹점 수가 많은 인기 간식의 당류 함량을 조사한 자료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관심을 둔 품목은 흑당음료와 과일주스예요.

이 자료에 따르면, 한 컵당 평균 당류 함량은 흑당음료 41.6g, 과일주스 30.8g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음료 한 컵을 마시면 각설탕(3g) 10~12개 분량의 당류를 섭취하는 셈이라고 설명해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일 당 섭취량은 약 50g, 한국 국민 1일 당류 섭취량은 2020년 58.4g입니다.

*달콤나라앨리스 측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탕후루 1개의 당 함량은 최대 25g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당류 함량이 높은 간식이 번갈아 유행했고, 최근 그 유행의 바통을 이어받은 탕후루는 아동·청소년 만성질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요. 국회가 탕후루 프랜차이즈 측을 국정감사에 부르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4. 탕후루가 ‘포위’한 초등학교

“탕후루… 몸에 안 좋은 건 알지만 길을 가다가 탕후루 가게를 마주치면 자꾸 멈칫! 하게 돼요.”

독자 꿀단지님은 이렇게 고백(?)하셨는데요, 지금 탕후루 열풍을 걱정하는 시선과 맞닿는 이야기 같아요. 서울 은평구의 어느 초등학교 주변 상황을 볼까요?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사진 크게보기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보시다시피 이 초등학교 주변에서는 탕후루 가게 3곳이 영업 중입니다. 근처에 200m 정도 떨어진 번화가의 탕후루 가게까지 포함하면, 학교의 네 귀퉁이에서 연결되는 길에 모두 탕후루 가게가 포진하고 있어요. 이 학교의 학생들은 매일 등하굣길에 탕후루를 만날 가능성이 큽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면 꼭 계산대 주변에서 초콜릿이나 탄산음료 등 단맛이 나는 식품을 마주치게 됩니다. 계획한 일(장보기)이 다 끝난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조장하는 장치죠. 장시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굣길에 만나는 탕후루도 비슷한 장치가 될 수 있어요.

물론 탕후루 판매자들의 자유로운 영업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는 탕후루 먹기 등 고열량 식습관이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은 ‘환경’의 영향을 경계합니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이사는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10대 놀이문화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은 비만 아이가 스스로 교정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외부요인”(지난 9월7일 대한비만학회 보험·정책 심포지엄)이라고 지적했어요.

그래서 탕후루를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른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서는 어린이 기호식품 전담관리원*이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안에서 영양성분 표시 등을 관리할 수 있어요.

*소비자단체 추천을 받고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

**학교의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

하지만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과·채 가공품’에 속해 어린이 기호식품의 범위(초콜릿, 소시지,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에 들지 않기 때문이에요. 탕후루 프랜차이즈 측은 홈페이지에서 ‘다량의 비타민C’ ‘피부미용에 탁월’ ‘피로회복에 그만’ ‘면역력 강화’ ‘노화 방지’ 등 원재료인 과일의 영양과 효능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자 설희님은 “치아 건강과 당뇨 등 우리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순 없어요. 특히 이 탕후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 바라보는 어른의 입장에서 걱정이 됩니다”라는 의견을 주셨어요.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탕후루처럼 당류 함량이 적잖은 음식이 잇따라 유행하면서 아동·청소년의 비만·당뇨 관리에 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1. 마약 아닌 ‘설탕과의 전쟁’

이렇게 아동·청소년의 당 섭취 문제를 경계하는 건 설탕 등 당류가 지닌 ‘중독성’ 때문입니다.

독자님은 혹시 ‘설탕세’를 들어보셨나요?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이 시행 중인 세금 제도입니다. WHO가 2016년 설탕 섭취 감소와 건강한 식품 소비를 목표로 삼은 재정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권고한 제도이기도 해요. 주로 당류를 첨가한 음료의 제조·유통·판매자에게 부과하며, 당 함량이 많을수록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집니다.

WHO가 설탕세 검토를 권고할 때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류 저감 종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설탕세 도입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식품에 1일 당 섭취 기준치 중 몇 %가 들었는지 표시하고, ‘저당’ 등 표현을 광고에 쓸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어요. 당시 언론은 이를 ‘설탕과의 전쟁’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약과의 전쟁’도 아니고, 설탕에 전쟁을 운운하는 게 낯설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설탕을 마약에 빗댈 수 있는 지점이 적지 않습니다.

Alexander Grey(Unsplash) 사진 크게보기

Alexander Grey(Unsplash)

미국의 건강·과학 전문 기자 게리 타우브스는 저서 <설탕을 고발한다>에서 “설탕은 다른 약물들(니코틴, 코카인, 헤로인, 알코올)의 강력한 효과를 매개하는 것과 똑같은 신경전달 물질, 즉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한다”며 코카인이나 설탕 모두 더 강력한 효과를 내기 위해 정제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설탕은) 뇌에서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를 제공하는 영양소로 인식되어 왔을 뿐”이라고 설명해요.

<음식 중독>의 저자인 탐사보도 기자 마이클 모스는 “담배 연기가 뇌를 자극하는 데 10초가 걸리는 데 반해 혀 속에 들어온 설탕은 뇌를 활성화하는 데 1초의 절반이 조금 넘는 시간, 정확히는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게리 타우브스와 마찬가지로 설탕이 사람의 뇌를 더 빨리 자극하도록 정제된 물질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이런 중독성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는 설탕에 대한 경각심을 충분히 세우고 있는 걸까요? 어떤 저명한 외식사업가는 그의 성을 따 ‘○설탕’이란 별명으로 불립니다. 이 호칭이 멸칭이 아닌 애칭에 가깝다는 사실은 설탕에 대한 경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지도 모릅니다.

2010~2016년 영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조지 오스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설탕의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영국은 2018년 설탕세를 시행했습니다.

2. 설탕 너머 또 다른 전쟁, 자영업

“대만 카스텔라를 시작으로 뚱카롱, 휘낭시에, 마들렌, 소금빵, 도넛, 핫도그, 달고나 등 많은 간식과 디저트가 우리 곁을 스쳐지나갔던 것을 기억해요. 우리나라 먹거리 유행이 양은냄비처럼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이유는 대부분 사업자에게 있다고 꼬집고 싶네요.

일단 우리나라는 사업을 시작하기가 너무 쉬워요. 결국 공급이 수요를 빠르게 따라잡는 것을 넘어 초과하는 사태가 올 거고, 그때쯤이면 슬슬 수요가 떨어져서 우후죽순 생겨난 가게들 대부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탕후루가 발생시키는 사회적 문제요? 이전에는 없었던 문제냐고 되묻고 싶네요.

한 익명의 독자님께서 ‘치고 빠진’ 간식의 역사를 짚어주시며 이렇게 의견을 보내셨어요. 이 밖에도 탕후루의 단명을 예측하며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전하신 독자님들이 계셨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지나갈 유행이라는 걸 느끼기 때문에 더욱 열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찰보리빵님)

🥲“반짝 유행에 휩쓸리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반짝 장사하려는 심리로 보여서 그렇습니다.” (제이드님)

😣“너무 달아서 두 번은 안 먹을 거 같고 유행 지나면 잠잠해질 거 같은 느낌!” (포도롱님)

🤔“그동안 유행했던 음식들을 떠올려보면 종류가 무엇이든 비슷한 가격대였던 것 같아요. 다른 음식이 비슷한 가격대로 나오면 또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요.” (익명의 독자님)


간식의 유행이 출렁일 때마다 자영업의 판도도 바뀌었습니다. 흑당음료와 과일주스 가맹점 모두 1년 안팎의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 정점을 찍고 이내 내리막을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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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경향신문은 이미 11년 전인 2012년 자영업 과잉 실태를 조명한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 기획시리즈에서 당시 정부가 “자영업자를 조직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내놓은 ‘프랜차이즈 활성화 정책’이 자영업 과잉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어요.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국가에 속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3.5%로, 프랑스(13.1%)·스웨덴(10.5%)·일본(9.6%)·독일(8.7%) 같은 나라보다 현저히 높아요. 자영업자 4명은 3명은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합니다.

자영업자 비율이 워낙 높다 보니, 과거 프랜차이즈 활성화 같은 정책은 실업률을 사실상 ‘은폐’하려는 시도라는 의심을 받았어요. 실제 여러 연구는 취업의 기회가 적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으며, 실업률이 증가하면 자영업자도 늘어난다고 분석합니다. 그래서 학계에선 자영업을 ‘위장된 실업’이라고 정의하기도 해요.

2012년 경향신문의 자영업 기획 취재진이 당시 여야 지도부를 만나 자영업 현실을 묻자 “공급 과잉이 문제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 뒤 재취업이 잘 안되니 결국은 창업 쪽으로 내몰린다”, “실업자와 정리해고자, 정년퇴직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자영업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졌다”라고 진단합니다.

그 후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자영업에 ‘취업’하는 현실은 똑같습니다. 그사이 슈니발렌이 지면 카스텔라가 뜨고, 카스텔라가 지면 마카롱이 뜨는 일이 반복됐어요.

이제 학교는 탕후루 가게에 둘러싸였습니다. 이 풍경은 아동·청소년의 체질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질에 대한 고민도 함께 던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탕후루 유행은 설탕 등 당류의 중독성에 대해 느슨해진 경계심뿐만 아니라 ‘자영업 과잉’이란 한국 경제의 오래된 문제 또한 생각하게 합니다.

세 줄 점선면

▶ 탕후루가 인기 높은 간식이 되면서 아동·청소년의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 당류의 중독성을 고려해 학교 등 아동·청소년의 생활 환경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 당류 함량이 높은 간식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데서 한국 경제의 오래된 숙제 또한 읽을 수 있어요.





[뉴스레터 점선면]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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