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노동인권교육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로 찾아가는 학생 노동인권교실’은 전문 강사가 중·고등학교를 찾아 ‘노동의 의미와 가치’ ‘노동인권 침해사례 토론’ ‘근로기준법 골든벨’ 등 수업을 진행한다. ‘노동인권 체험교육’에는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답사 등이 들어가 있다.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도 노동인권교육 예산에 포함된다. 서울시교육청의 ‘2021년 서울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 지역 교원 83.4%가 ‘노동 교육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광주시교육청의 ‘2020년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조사’에서는 광주 청소년 3289명 중 90.1%가 “학교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 정부도 지난해 6월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확대’를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국힘 시의원들 “편향된 노동인권”…결국 ‘0원’ 최근 정부가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이른바 ‘반 노동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노동인권교육도 공격받았다. 최유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11월25일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노동인권교육 교재를 언급하며 “책임 없고 권리만 강조하고 편향된 노동인권”이라고 했다. 본예산 심의 당시 왕정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이 “학생들이 자라나 노동현장에 나갔을 때 (노동인권을) 알지 못해서 당하는 경우와 교육을 받은 경우는 확연하게 다를 것”이라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본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번 2차 추경에 대한 예비심사보고서에서도 “본예산에서 삭감된 사업을 추경을 통해 편성할 만큼 긴급하고 중요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교육부도 지난해 청소년 노동교육을 교육과정에서 배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30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하면서 교육목표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삭제했다. 이 시안은 같은 해 12월22일 최종 확정됐다. 정부가 교과서에서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지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선경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은 미래의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이미 아르바이트나 특성화고 현장실습 등으로 노동현장에 있는 이들도 많다”며 “지금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노동교육은 당장 절박한 문제”라고 했다. 또 “유럽 등 해외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오랫동안 노동교육을 선도해온 곳인데, 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일관적으로 진행해 온 교육을 정부나 시의회가 모두 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별도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했다. 전국 교육청 ‘노동교육’ 성적표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노동인권교육 운영은 교육감이 나 시·도의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청소년이 안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배울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운동본부)는 전국 6개 시·도교육청의 지난 1년간 노동인권교육 정책협약 이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6개 항목 중 4~5개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운동본부는 지난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13개 지역 교육감 후보 17명과 정책협약을 맺었고 이 중 7명(서울, 인천, 세종, 충남, 광주, 경남, 울산)이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이번 조사에서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고 노옥희 교육감이 숨지면서 제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