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여도 계속하는 마음, 덕분에요 한바탕 총선이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랐는데, 지나고 나니 허전하네요. 독자님이 응원하는 후보와 정당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지도 궁금합니다. 다수의 선택을 받았든 받지 못했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월요일 아침이 시작됐으니까요. 새 아침을 여는 글로 박채영 기자의 칼럼을 가져왔어요. 박 기자가 최근 한 유튜버를 인터뷰했는데, 기획사에서 갑자기 인터뷰 영상을 채널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해요. 왜인지 궁금하시죠? 짧은 칼럼을 읽고 이야기 더 나눠요! ✦ 오늘자 레터 하단에 독자 이벤트 공지가 있어요. 점선면팀이 직접 고른 책을 보내드립니다! 꼭 확인해 주세요😀 |
|
|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2024. 4. 15. 박채영 기자 |
|
|
얼마 전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인터뷰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유쾌한 사람이라 즐겁게 인터뷰를 마쳤다. 같이 갔던 PD와 "편집하는 것도 재밌겠다"라는 말을 나누며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로 돌아와 2시간쯤 지났을까. 그 유튜버가 속한 기획사에서 갑자기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지 말아달라"는 문자가 왔다. 기획사는 "아직은 크리에이터의 신비주의 콘셉트가 유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기껏 촬영을 다 했는데 왜? 인터뷰 전에 질문지를 이미 주고받았고, 인터뷰 영상이 어떤 유튜브 채널에 올라갈지 담당자와 미리 상의한 상태였다. 얼굴이 공개된 적 없는 유튜버였지만 촬영 현장에서 "그동안 왜 얼굴 공개를 안 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가 "기회가 없었던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던 것도 기억났다. |
|
|
경향신문 버티컬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그루' 영상 일부 |
|
|
기획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내부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 꼬치꼬치 따지다 보니 또 다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담당자는 "우리 크리에이터를 인터뷰한 영상이 올라가기엔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자극적이고 어두운'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유튜버 본인의 입장인지 기획사의 입장인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영상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이유가 조금은 짐작이 갔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 그루'는 업로드된 영상도, 구독자도 아직 얼마 되지 않는 유튜브 채널이다. 채널 가장 위에 올라와 있는 영상은 트랜스젠더 뮤지션을 인터뷰한 것이다. 추천에 가장 먼저 뜨는 건 여성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인터뷰한 영상이다. 그 기획사는 '어둡고 자극적'이라는 표현으로 돌려 말했지만 결국 성소수자나 여성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채널에 엮이기 싫다는 뜻 아니었을까. "앞으로 채널에 밝은 분위기의 영상도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득을 시도해봤지만 기획사의 입장은 완고했다. |
|
|
영상 '트랜스젠더 처음 보시나요?'의 주인공 정글이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백준서 PD |
|
|
전화를 끊고 기획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내가 했던 말들을 후회했다. 앞으로는 밝은 영상도 올라갈 것이라니. 나조차 트랜스젠더 뮤지션이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 인터뷰는 밝지 않다고 생각했나.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영상에 담긴 인터뷰이들의 모습은 매력이 넘쳤는데 말이다. 최근 스튜디오 그루 채널에는 세월호 생존자 유가영씨를 인터뷰한 영상이 올라갔다. 유가영씨는 4월 방영이 불발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주인공이었다. 4월 18일에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가 4월 10일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적의 논리로 불방된 바로 그 다큐멘터리다. 이것도 너무 어둡고 자극적이어서 잘렸던 걸까. 세상은 시끌벅적한 듯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애써 나타나도 별로 환영받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요즘은 '그런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 기획사도 엄청난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민감한 이슈는 피하고 보자는 판단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거 유세차 소리가 귀가 아프게 시끄러웠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
|
스튜디오 그루는 인터뷰 콘텐츠를 주로 다뤄 온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입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김지양씨, 배드파더스 운영자인 구본창씨,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이혜정씨, 트랜스젠더 아티스트 정글, 세월호 생존자 유가영씨 등을 인터뷰했어요. 이어서 한 유튜버의 인터뷰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었는데 기획사에서 반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어둡다' '자극적이다'라는 이유로요. 이 소식을 듣고 우선 분했습니다. 스튜디오 그루 영상에서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그간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지금과 앞으로에 대해 말합니다. 그 담당자는 이들의 존재와 삶에 대해 '자극적이고 어둡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억울하기도 했어요. 인터뷰이들의 태도는 오히려 담담하고 경쾌하거든요. 실은 저도 압니다. 그 담당자가 '예의 있게' 돌려서 말하려다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는 걸요. 담당자가 '진짜 하고 싶었을 말'도 짐작이 가요. 사상 검증이 휘몰아치고 까딱하면 '페미 논란'에 휩싸이는 엄혹한 시절, 구독자 지지가 곧 생계인 유튜버에게 여성 인권을 이야기한 채널과의 인터뷰는 후환을 남기는 일이었을지도요. 한국에서 가장 권력 있다는 이들의 집단인 의회에서도 여성 인권 언급을 꺼리는데, 유튜브 세상에서는 더 당연한 일이었을 거예요. 이번 총선에서도 여성이나 성소수자 인권, 다양성 관련 의제가 사라졌습니다. 낙선한 한 후보가 마지막 유세에서 한 발언이 SNS에서 여러 차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소개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허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22대 국회"라고 했습니다. 다수의 것, 대중적인 것은 정상이 되고 너무 많이 회자하는 반면, 그 이외의 것들은 비정상이 되어 논의 테이블과 정책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담당자는 '어둡다' '자극적이다'라고 했지만, 정치나 일상에서는 '민감한 이슈' '극단적 의견'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보았던 것 같네요. 지금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인권은 그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이나 검찰 개혁, 정권 심판보다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 이야기가 어둡고, 자극적이고, 민감하고, 극단적인 주제인가 의문이 듭니다. 지나가는 바람이길 바라지만 자주 두려워집니다. 소수자 이야기가 치이고 지워지다 보면 어디에 이를지요. 소수자 린치가 확산하고,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나서 억압하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들립니다. 러시아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극단주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였어요. 성소수자 혐오가 아니라 성소수자 운동이 극단주의라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날에 응원을 더 많이 받습니다. 다른 많은 뉴스레터에서 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여기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 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어요.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 주세요🍀 |
|
|
✦ 1. '스튜디오 그루'는 최근 한 유튜버를 인터뷰한 뒤 기획사로부터 영상을 업로드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채널이 '어둡고 극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 2. 성소수자나 여성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채널에 엮이기 싫다는 뜻 아니었을까, 기자는 반추한다. ✦ 3. 이번 총선에서도 다양성 의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불편하다고 해서 누군가의 존재를 말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
|
|
내일은 세월호 참사 이후 10번째 4월16일입니다. 경향신문 기획기사 한 편을 가져왔어요. 10년간 싸우고 위로하다 보니 어느새 재난참사 피해자 '선배'가 된 유가족 이야기입니다. |
여러분은 10년 전 4월16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지난 10년간 독자님께 세월호는 어떤 의미였나요? 그날을 기억하는 시민 30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
|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패배의 결과로 채 상병 특검법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것으로 보여요.
|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대 증원은 찬성 여론이 높은데, 이번 총선 결과를 민심의 의대 증원 반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
|
|
4월, 뉴스레터 점선면 디자인이 확 바뀐 것 눈치채셨죠? 독자님은 새 디자인을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지난해 2월 첫 레터를 보낸 점선면팀은 발행 1년이 넘은 지금, 한단계 더 도약해보려 합니다! 디자인 개편에 이어 이번엔 더 많은 독자님을 만나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우리 독자님들의 힘이 필요해요🧚♀️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위해 선물도 정성껏 준비했으니 살펴봐 주세요😊 ✦ 참여 방법은 이렇습니다. 1. 독자님의 SNS에 4월 1일 이후 발행된 점선면을 소개해 주세요.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 블로그 어디든 좋습니다! 글 한 줄, 사진 한 장을 같이 소개해주셔도 좋아요🥰 2. 링크에 들어오셔서 소개하신 SNS 글의 주소를 남겨주세요. 3. 이벤트는 4월 26일까지 진행됩니다! 26일 자정까지 링크에 주소를 남겨주신 참여자분들 중 추첨을 통해 점선팀이 직접 고른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아래 버튼, 상단 이미지를 눌러도 이벤트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많은 신청 바랍니다💜 |
|
|
📬 "디지털 리터러시 강사로 인공지능을 많이 가르치고 있어요. 심지어 환경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풀어보자고 제시하는데 참 아이러니하죠. 클라우드 사용이 탄소 배출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물도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지금 정부에서 '디지털 새싹'을 키운다며 인공지능 관련 체험이 무분별하게 많아졌는데 이제 교육의 방향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마녀차차님) 📬 "AI를 추상적인 기계 일반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지구 환경과 에너지 자원 낭비,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인공지능 뒤에 사람의 노동이 있고 착취가 있다는 점도 다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챗봇이 생성한 이미지를 분류하는 작업에는 비인간적 환경과 처우, 그에 따른 노동자의 트라우마 등이 얽혀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관점과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y21님)
📬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에서 최대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이렇게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물의 사용량을 밝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자들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사이님) 📬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선사하는 편리함과 이익을 거부하기 어렵더라도 이익의 '손익계산서'(다음 세대에게 빚을 전가하는)와 윤리적 의미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하는 것 같아요." (데부씨님)
|
|
|
y21님이 말씀하신 인공지능 기술의 인간 노동력 착취 문제는 이 기사에서 보실 수 있어요. 챗GPT가 학습한 이 세상의 온갖 어둡고 끔찍하고 잔인한 면은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으로 걸러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윤리를 부여하는 작업이 비윤리적 착취를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윤리적 질문에 부닥치겠죠. 점선면팀도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들이 나눠주시는 생각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독자님들의 의견으로 시야가 넓어질 때 특별한 보람을 느낀답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
|
|
경향신문 뉴스레터팀 광고, 기타 문의: letter@khan.kr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l 02-3701-111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