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각장이 들어서기 전 이 마을은 어땠나요.
"전형적인 농촌, 시골 마을이었죠. 나름 자연환경과 농촌 경관이 살아 있는 마을이었어요. 주민들 대부분이 종중이거나 친·인척들로 한 집 건너 두 집꼴로 다 아는 얼굴이고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알 정도로 서로 정답게 지내는 곳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공동체가 많이 깨지고, 환경도 나빠졌습니다."
💻 소각장이 얼마나 들어와 있나요.
"주민 주거지 3㎞ 이내에 세 개가 자리해 있습니다. 민간 소각업체 클렌코(옛 진주산업)가 하루 약 400t, 우진환경이 130t, 다나에너지솔루션이 130t, 총 700t 정도 소각하고 있습니다. 옆 마을 오창읍 후기리에도 소각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청주시와 행정소송 중입니다. 그리고 북이·내수·에어로폴리스지구 등 산업단지가 입지할 예정이어서 그 안에 폐기물 매립장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 어디서 어떤 폐기물이 들어오나요.
"충청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있지만 수도권, 경상도 등 타지에서 오는 것이 더 많아요. 건설폐기물, 반도체폐기물, 고무·폐타이어, 합성섬유도 많이 들어와요. 일반 제조업 폐기물보다 독성이 강한 석면·유독물 등 지정폐기물도 12t 정도 들어옵니다."
💻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냄새를 많이 호소해요. 소각장 인근 밭의 배추에 까만 재가 내려앉기도 했어요. 민들레 엑기스 사업을 하던 분은 접어야 했고요. 그러니 친환경 먹거리 생산이 되겠어요? 무엇보다 암 환자, 그중에서도 폐암 환자가 유난히 많은 것도 그것과 관계가 있다고 봐요."
그는 2018년 북이면 51개 마을 중 19개 마을을 직접 조사한 결과 5~6년 사이 암으로 숨진 사람이 60명이고, 그중 폐암이 31명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여성이 다수였다. 지역 보건소의 재가 암환자 조사 결과 북이면의 암 발병 비율이 소각장이 없는 다른 마을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듬해 주민 1523명이 환경부에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국내 최초로 산업폐기물 소각장의 암 발생 영향조사가 이뤄졌다.
"주민들 몸속의 다이옥신,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발암물질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왔어요.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전국 평균보다 6배 가까이 높게 검출됐고요. 하지만 환경부는 폐기물 대란을 염려했는지, 소각장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제한적'이라고 애매하게 결론내렸어요. 인과성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죠. 납득할 수 없어 재조사를 요청했고 60여일간 환경부와 대치하기도 했습니다. 재조사가 결정됐고 곧 결과가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 현 제도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단일 지역에서 너무 많은 양의 폐기물을 처리하다 보니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무의미하게 된 것이죠. 게다가 민간 소각장이다 보니 불법과 탈법이 만연하고 관리·감독기관에서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생활폐기물은 11.5%, 산업폐기물은 88.5%이다. 생활폐기물은 대부분 공공이 관리하고, 광역지자체 권역 내에서 처분하도록 돼 있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민간이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광역권 경계를 넘어 이동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환경부의 관심은 국민 안전과 건강에 있지 않고 오로지 발생된 폐기물을 매립이든 소각이든 없애서 처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생활폐기물은 공공이 처리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설비가 노후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즉각 수리하고 교체에 들어가지만 산업폐기물은 그런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됩니다. 공공시설의 경우 주민 지원과 감시 제도가 있지만 민간시설은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 불법·편법이 만연하겠네요.
"더 많은 폐기물을 가져와 처리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이니 허가 용량 이상으로 소각하고,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활성탄을 사용하지 않아 완전 연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죠. 또 점검이라고 해야 사실상 미리 계획하에 하는 자체 점검이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입니다. 문제가 된 클렌코의 경우도 조사 과정에서 6개월간 1만3000t 이상 과다 소각한 사실이 적발됐어요. 다이옥신을 기준치보다 2~5배 많이 배출한 적도 있습니다."
💻 그런데 왜 하필 북이면이었을까요.
"북이면은 청주시의 외곽에 있고 경부IC와 중부IC가 10분 이내 거리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에서 폐기물을 운송해오기 편리합니다. 농촌이어서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은 데다 고령화돼 있다 보니 저항의 목소리도 작습니다. 그러니 폐기물업자들 입장에서는 호구로 보는 거죠. 농촌 특성상 지역에서 목소리 크고 방귀깨나 뀐다는 직능단체장이나 이장 몇명만 구워 삶으면 반대 목소리도 쉽게 가라앉힐 수 있는 환경이죠."
청주시 전체가 전국 산업폐기물의 16%를 처리하고, 북이면이 그중 3분의 1 이상을 받아내고 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있었습니까.
"대부분 주민들은 그런 게 들어오는지도 몰랐어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처리장이기 때문에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시의 허가만 받으면 쉽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1일 소각량이 100t 이하면 신고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고요. 업자들은 일단 허가받아 들어와서, 증설을 하는 게 주목적입니다. 증설을 해야 돈을 긁어모으거든요. 이 사업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클렌코에 외국계 투기자본 맥쿼리 자산운용이 투자하고, 최근 이 소각업체가 대기업인 SK에코플랜트에 2000억원 넘는 돈에 팔린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클렌코가 이 지역에서 소각업을 시작한 2001년, "처음엔 어디서 연기가 올라오는데 가마솥 올려놓고 불을 때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루 3~4t 정도로 소량 소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양은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2016년 352.8t으로 허가 용량의 4배 가까이 증설됐다. 그 후 또 다른 소각업체 우진환경이 소각장 5배 증설을 도모했다. 하지만 실상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의 강한 반발로 아직까지 증설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