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연결고리를 끊어라 KBS 1TV <다큐 인사이트> <모던코리아>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KBS 2TV <고려 거란 전쟁> <추적 60분>, 클래식 전문 라디오 채널 KBS 1FM, 장애인 전문 채널 KBS3라디오, EBS <위대한 수업> <책맹인류> <다큐 프라임-바닷속 밀리미터의 세상> 오늘 점선면을 준비하며 독자님께 공영 방송에 내는 수신료의 가치를 언제 체감하시는지 예고를 통해 여쭤보았습니다. 위에 나열한 것들이 바로 점선면 독자님들께 공영 방송의 가치를 전해준 방송 프로그램 혹은 채널들이에요. 다큐멘터리부터 시사 교양, 대하사극 드라마까지 소개해주신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보면 독자님들이 생각하시는 공영 방송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Clodel님께서는 공영 방송이 "힘이 없어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방송"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송"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공감합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각종 플랫폼에서 쏟아내는 콘텐츠의 포화 속에서도 공영 방송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시민의 편'에 서는 방송에 대한 시민의 필요와 욕구 때문일 거예요. 그럼에도 종종 의문이 듭니다. 공영 방송은 정말 '시민의 편'일까요? TV를 틀면 "힘이 있고 사회에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목소리만 자주 들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속에서 공영 방송까지 권력과 자본을 가진 기득권의 편을 들고 있다고 느낄 때면, 조금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무력함을 떨치고 싶어서 쓰는 점선면입니다. 공영 방송은 누구 편일까요? 만약 시민의 편이 아니라면, 어떻게 돌려세울 수 있을까요? 미디어를 담당하는 강한들 기자와 함께 준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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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방통위에서 생긴 일 - 올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한 뉴스로 내내 뜨거웠습니다.
- 5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조기 면직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은 임기가 두 달 남아 있었습니다.
- 7월5일. 방통위가 KBS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따로 징수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의결합니다. 윤 대통령의 권고가 전달된 지 한 달 만입니다.
- 8월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장악'을 시도했던 그는 이번엔 '공영 방송 개혁'을 기치로 삼았습니다
- 9월12일. 윤 대통령이 KBS 이사회가 의결한 김의철 KBS 사장 해임안을 재가했습니다.
- 11월12일. 박민 KBS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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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 새 앵커 박장범 기자. KBS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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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13일. KBS 2TV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 등이 폐지되고 <뉴스9> 앵커가 교체됐습니다. 바뀐 <뉴스9> 앵커는 오프닝에서 "그동안 공영 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앞으로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12월1일. 이동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합니다. 그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급하게 결정한 사퇴였습니다.
- 12월6일. 윤 대통령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이동관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인 김 위원장은 방송·통신 경력이 전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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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의 면직·임명·사퇴, K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진·사장 교체 등으로 끊임없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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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명이면 충분합니다 독자님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잘 아시나요? '공영 방송'으로 불리는 KBS·MBC·EBS를 누가 지배하는지 알려면, 방통위를 살펴야 합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과 규제를 관장하는 행정기구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소속 합의체로 설치됐어요. 방통위의 잘 알려진 역할은 KBS·MBC·SBS 등 지상파 사업자를 정기적으로 심사해 전파 사용에 대한 재허가를 하는 것입니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므로,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가 국민을 위한 공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방통위가 국민을 대신해 확인하겠다는 거예요. 방통위의 역할 중 하나는 KBS와 EBS의 이사, 그리고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를 임명 혹은 추천하는 거예요. 각 이사회는 방송사의 사장을 임명하거나 제청하는 권한을 갖죠.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듯, 지상파 중에서도 특히 공영 방송 KBS·MBC·EBS에 미치는 방통위의 권능은 어마어마합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방통위의 영향력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2008년 기구 출범 당시부터 나왔어요. 집권 세력이 방통위를 통해 방송사를 쥐락펴락하기 쉬운 구조라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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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국회 추천 3인을 공석으로 둔 채 2인 체제로 출범한 6기 방송통신위원회.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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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견제 장치는 있습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인이 의견을 모아 결정을 내리는 합의체 기구인데요.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 중 1인은 국회 여당이, 2인은 야당에서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어요. 국민을 대표하는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주체들이 상임위 구성에 고루 개입하도록 한 거예요. 하지만 결국 '정부·여당:야당=3:2'의 구성입니다. 집권 세력의 영향을 견제하기엔, 야당 추천 위원의 숫자가 아쉬운 상황이죠. 상임위 합의체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방통위'를 형식적으로나마 구현하려는 명분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런데 이 허술한 명분조차 제 발로 걷어차버린 정부가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정부죠. 지난 8월 말부터 이동관 위원장의 사퇴 전까지 방통위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단 2명으로만 운영됐어요. (지금은 1명만 남은 셈이죠😓) 두 사람은 모두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위원입니다. 국회가 추천하는 나머지 3자리는 그간 공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야당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에 대한 임명을 윤 대통령이 한없이 미룬 탓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같은 편'인 상임위원 2명이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방통위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온 것인데요. 예컨대 KBS 이사회의 빈자리를 '같은 편'으로 서둘러 채우고, '같은 편' 사람이 KBS 신임 사장 후보로 추천될 수 있도록 이사회의 규정 위반을 눈감아 주는 식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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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신임 사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로 들어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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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바뀐 KBS 사장은 취임 이틀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지난 정권하에 KBS가 내보낸 보도가 '불공정했다'면서요. 동시에 KBS 주요 뉴스 진행자, 간부 70여명, 부장급 102명의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그 방향이 좋든 나쁘든, KBS 구성원으로서는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격변임에는 틀림 없어보여요. KBS를 이렇게 뒤집어 놓는 데 단 2명이면 충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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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삑! 공수 교대! 방통위 합의체는 허울만 좋아요. 최근 이동관 2인 체제가 그 허울을 훌훌 벗고 '합의 없는 합의체'의 진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정부·여당이 방통위를 통해 공영 방송에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번 정부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예컨대 2017년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야권 성향 이사를 해임해 KBS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뒤집고, 고대영 KBS 사장을 해임했죠. 2008년 이명박 정부 방통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어요. 후에 법원은 이들에게 내려진 해임 처분이 모두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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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방통위를 상대로 해임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심문기일 출석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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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당파적 이익에만 매몰돼 공영 방송이 독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 8월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해임됐지만, 법원은 방통위가 주장한 해임 사유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해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어요. 정권 교체는 마치 여야의 공수 교대를 알리는 호루라기 같습니다. 법원도 인정하지 않는 '무리한 해임'을 무기 삼아, 집권 세력은 공영 방송을 '같은 편' 사람들로 채워 넣기 위한 공격에 나서죠.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1973년 이후 KBS 사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33.4개월로 BBC(67.6개월)·NHK(45.3개월)와 비교해 현저히 짧았습니다. 새로운 정부 출범 후 8개월 이내에 KBS 사장이 교체되는 빈도는 78%에 달하고요. 이런 속에서 공영 방송은 운동장의 축구공처럼 '이쪽 편'과 '저쪽 편'을 하릴없이 오갑니다. 그때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은 위기에 처하고요. 정부·여당→방통위→공영 방송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연결고리를 손보지 않는다면, 이 위험한 공놀이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이유로 공영 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지속돼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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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이사회의 여야 성향 비율은 관행상 고정돼 있다. KBS 이사 11인 중에서는 여권이 7명을, 야권이 4명을 추천한다. 총원 9명인 방문진과 EBS 이사는 여권이 6명을, 야권이 3명을 추천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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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에 드리운 정치권의 영향은 KBS·방문진·EBS 이사회의 '여권 성향' '야권 성향' 인사 비율이 늘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사실 공영방송 이사회의 여야 비율을 어떻게 구성하라는 법은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20년 가까이 정권이 수차례 바뀌면서도 아시회 여야 비율은 일종의 불문율처럼 고정돼 있어요(위 그래픽 참고). 이사진을 임명하는 방통위의 '여야 3:2 구도'를 고스란히 물려받는 모양새죠. 그렇담 이 오래된 불문율을 깨고, 국회뿐만 아니라 시청자·학자·전문가·직능인 등 다양한 시민 주체들이 함께 공영 방송 이사 추천권을 나눠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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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 개정안에 담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 공영방송 이사회의 총원을 확대하고 추천 권한을 다양하게 배분해 정치권의 입김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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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3법 개정안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죠. 현재 11명인 KBS 이사회, 각 9명인 방문진·EBS 이사회를 21명의 운영위원회로 확대하고 다양한 시민 주체들에게 이사 추천 권한을 나눠 주자는 거예요(위 그래픽 참고). 이런 방편만으론 공영 방송을 흔드는 정치권의 입김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방송 3법의 디테일한 문제들을 지적한 칼럼도 있어요). 하지만 법 시행을 통해 시도라도 해봤다면 공영 방송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초석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연하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사실 지금의 공고한 양당제하에서 공영 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불가능한 해결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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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있었는데 없었던 공영 방송
막간 질문입니다. 공영 방송의 정의는 뭘까요? 논문과 책을 들춰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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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소유 관계가 공적이고, 재원을 공공에서 충당하며, 공공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방송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송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KBS와 EBS는 공적 소유이면서 수신료를 받지만, 광고도 한다." 📚 정영주·오형일·홍종윤, "한국의 공식적 법 제도에서는 정치적 독립성과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갖는 공영 방송이 없다. 여기에서 KBS는 공영 방송이라기보다 공기업(공사)으로 운영되는 국가의 기간 지상파 방송에 불과하다." 📃 조항제, 논문 '공영 방송 반세기, 선 자리와 갈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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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지점인데요. 우리 사회에는 '이상적인 형태의 공영 방송'이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 현행 방송법 어디에도 '공영 방송'이란 용어와 법적 정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KBS와 EBS, MBC를 '공영 방송'으로 정의한 건 방송법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이었습니다. 공영 방송에만 요구하는 차별화된 역할과 책무 역시 법으로 규정된 바가 없습니다. 방통위의 방송 평가, KBS의 자체 경영 평가, 국회 KBS 결산 승인 심사 과정 어디에도 공영 방송만이 추구해야 할 공적 목표나 구체적 책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KBS는 국가 기간 방송사로서 요구 받는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다양성 등의 실현은 사실 이건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부여된 책임이기 때문에 차별화되지 않아요. 법의 공백은 논의의 공백처럼 느껴집니다. 공영 방송이 무엇이며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아직 대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예요. 국가나 정부의 편이 아닌 오로지 '시민의 편'으로서의 공영 방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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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KBS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는 국가대표 운동 선수들이 겪는 성차별 문제를 다룬다. 연출을 맡은 이은규 PD는 '2030 여성들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곧 공영 방송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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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공영·민영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방송 사업자에게 요구해 온 '공익성' '공공성' 같은 막연한 책무로는 공공의 재원을 기반 삼는 공영 방송이 굳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영 방송은 시민의 편'이라는 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민의 어떤 필요를 충족해야 하는지 공영 방송만의 지향이 명확하게 세워져야 한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정치 권력이 공영 방송을 '내 편'처럼 휘두르는 지배구조는 문제를 한층 악화시킵니다. 많은 부분 공백으로 남겨져 있는 '공영 방송'의 개념을 편향적이거나 불공정한 것으로 오염시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공영 방송≒정부 혹은 기득권의 편≒국영 방송'. 이런 식의 생각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점점 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국민의 60.3%가 KBS 뉴스가 '정확하고 객관적'이라는 데 찬성하면서도, 이보다 많은 78.8%가 '과거보다 공정성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한국리서치, 2023)도 있습니다. 정치적 외풍에 휩쓸리느라 빈칸으로 남겨진 '공영 방송'의 개념과 책무는 방송 종사자들에게도 고민을 안깁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의 논문에서 한 KBS PD는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한국사회에서 공영 방송의 정치적 종속성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달라진 역할에 대한 고민 자체가 묻히고 있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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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수신료와 전기 요금이 함께 부과된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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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도 종사자도 '공영 방송'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이 위기 상황은 공영 방송의 존재 기반인 수신료에 대한 시민의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TV 수신료는 1981년부터 40년 넘게 2500원으로 동결된 상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돈을 아까워합니다. '난 KBS 안 보는데 왜 내?'라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수신료에 대한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상'과 '반대' 혹은 '분리 징수' 사이만 오갔을 뿐, 시민의 수신료로 공영 방송의 어떤 목표와 책무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낸 수신료가 실제로 어떤 공적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분명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난 KBS 안 봐' 투덜대던 사람이라도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4. 차라리 민영화?
정파성에 휩쓸리면 휩쓸릴수록, 그로 인해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 받을수록, 공영 방송은 계속해서 정권 아닌 '시민의 편'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공영 방송 스스로의 '설명 책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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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은 끊임없이 자신의 공적 책무 이행 결과를 수신료 납부자인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성과와 함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설명과 설득, 개선 계획 제시도 필요하다. 상시적인 시민과의 소통 창구 마련, 시청자 불만 처리 결과와 시청자 의견에 대한 공식적·공개적 답변, 정기적인 문서 공표 등의 형태로 가능하다." 📚 정영주·오형일·홍종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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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문제에 완전히 다른 진단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공영 방송이 정치권에 휘둘리는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면 차라리 민영화가 낫다는 주장이에요. 예컨대 지난 8월 KBS 보궐이사로 임명된 황근 선문대 교수는 논문에서 공영 방송이 "정치 권력을 비호하고 홍보하는 선전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KBS 민영화를 주장합니다. 사실 '공영 방송 민영화'는 윤석열 정부의 지향점이기도 하죠.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공영 방송 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 "공영 방송이 국민의 선택과 심판이라는 견제 속에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면서 공영 방송 축소와 민영화를 시사한 바 있어요. 하지만 민영화가 공영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반박도 많습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 등은 논문에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민영화 방안의 실효성은 입증된 바 없다"고 잘라 말하죠. 공영 방송 민영화는 정권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고 실현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특히 KBS 2TV는 올해 말 진행될 방통위의 재허가 과정에서 허가가 취소된다면, 기업에 주파수를 판매하는 등의 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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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방통위→공영 방송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연결고리로 인해 공영 방송의 독립성·공정성이 지속적으로 위협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 방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의 부재는 공영 방송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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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의 아침은 KBS 1TV의 <아침마당> 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로 이어집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수다를 떨고, 의학건강 정보를 얻습니다. 현란한 상업 광고와 유행으로 점철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저게 무슨 뜻이고?' 를 일삼는 할머니의 속도와 눈높이에 맞춘 이 몇 가지 프로그램은 무척 귀합니다. 그리고 모두 공영 방송에서 만들어지죠. 자본에 의해 제작되고 유통되는 방송사들은 결국 젊은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과 무관하게 방 한구석에서 TV로 세상을 가늠하는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 공영 방송의 진정한 의미는 이러한 데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방송. 노인과 어린이들과 장애인들과 여러 이유들로 배제되는 이들을 위한 방송.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유영하는 사람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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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클래식 채널 1FM, 장애인 방송 3라디오 채널 등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정상급 클래식 공연 실황 등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방송을 제작해 의식 제고를 하는 방송은 KBS가 유일합니다." (🤗쏭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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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나 케이블 방송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콘텐츠가 공급되는 요즘이지만, 대다수 플랫폼의 타겟 시청층은 20대부터 50대 사이의 청장년층입니다.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할 권리는 곧 공영 방송의 탄탄한 입지와 활성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연꿈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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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 독자님들께서는 이미 공영 방송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해 보신 듯합니다. 세 분의 독자님들은 무엇보다 다채로운 집단의 이해와 생각을 담아내는 다양성의 가치를 공영 방송의 책무로 보고 계신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콘텐츠 경쟁이 격화된 OTT 시대, 공영 방송의 생존법은 이와 같은 시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목표와 존재 이유를 설정하는 데 있습니다. 독립적이고 신뢰도 높은 저널리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콘텐츠, 비정규직 중심의 외주 제작 관행의 개선, 보편적이고 전문적인 재난 방송 등 그 기준은 다양할 수 있을 거예요. 영국의 공영 방송 BBC의 경우 2021년 임원, 기자, 직원, 방송 진행자 등 100여명이 넘는 직원 인터뷰를 통해 제작 체계와 문화를 분석한 <세로타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10가지 실행 계획인 발표해 실제 방송의 평가 지침으로 삼았습니다. 독자님께서는 KBS의 제작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의견을 보태고 싶으신가요? 시민 각자가 생각하는 공영 방송의 책무를 구체화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여기서부터 공영 방송에 대한 새 논의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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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각자가 생각하는 공영 방송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시민의 편'인 공영 방송을 향한 첫 걸음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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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의 면직·임명·사퇴, K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진·사장 교체 등으로 끊임없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 정부·여당→방통위→공영 방송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연결고리로 인해 공영 방송의 독립성·공정성이 지속적으로 위협 받고 있습니다. ☑️ '공영 방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지금의 위기를 타파하는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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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민영화를 막기 위한 시민 주주운동 '와주라(와이티엔 주주가 되어주라)'를 소개한 기사입니다. '준공영방송'으로 분류되는 YTN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
임기 두 달을 앞두고 조기 면직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박주연 기자가 만났습니다. 그는 방통위가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상임위를 구성한 이후에는 합의제 기구로서 임기와 독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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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뿐만 아니라 서울로 대표되는 도시는 지역(시골)을 '착취'하며 외적 성장만 향해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도시민들이 사용하는 전기는 어디에서 출발했고,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핵폐기장과 쓰레기장은 왜 시골에만 있는 걸까요? 지역(시골, 비수도권)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또, 도시 사람들은 시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쓰레기장을, 핵폐기장을 서울 한복판에 만들면 안 되나요?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 문제를 그저 손 놓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얀나라님) 📬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합니다. 종량제 봉투에 넣고 배출해도, 트럭에 실어 보내도, 묻어버리고 태워버린다고 해도 이 세상에서 전혀 없었던 것이 되지 않고 환경 문제, 지역 문제, 정치 문제, 또 국제 문제까지 다양한 맥락에 영향을 주고 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찰보리빵님)
📝 "지난 점선면Lite <🧹 서울에 내린 눈, 청주가 치우나요?>를 읽은 독자님들께서 보내주신 이야기예요. 지방자치가 없던 시절의 중앙정부처럼 특정 지역에 특정 시설을 설치하도록 강요할 게 아니라면 '우리 지역에서 난 쓰레기, 우리 지역에서 치우겠다'고 용단하는 선출직 단체장이 하나쯤은 보여야 문제가 풀릴 텐데요. 아직은 그런 단체장을 보지 못해서 참 안타깝습니다. 단체장들을 한날한시에 모아놓고 '발생지 처리 원칙'에 서약하는 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균형발전을 외치는 정치인이 무척 많은데, 구호도 좋지만 쓰레기 매립지·소각장의 지역 분배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점선면팀은 꾸준히 지역 불평등 문제를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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