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마솥’의 난감함을 생각하다 The world’s biggest cooking kettle?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101), 2023.10.11,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Arch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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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가마솥, 기네스북, K축제, 관광,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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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머리말 2.쓸모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관광 3.‘노잼’이 된 기네스북 : 기획된 쓸모없음 4‘K축제’와 ‘K가마솥’의 개미지옥 5.맺음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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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최근 한 왕가마솥에 슬픈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충북 괴산군이 군민 성금 2억여원을 포함해 5억을 넘게 들여 만든 둘레 17.85m, 무게 43.5톤에 이르는 거대한 무쇠가마솥의 이야긴데요. 이 가마솥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5년에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이라는 타이틀로 기네스 기록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다 만들어놓고보니 호주에 더 큰 크기의 질그릇이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기네스북 등재에 실패했고요.(링크) 어쨌든 이왕 만들어놓은 코끼리만한 솥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 4만명분의 밥을 만들거나 막대한 양의 옥수수를 쪄먹거나 하려고 했지만, 솥바닥이 너무 두꺼워 음식이 고루 익지 않았고, 뚜껑을 여는 데만도 4천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녹이 슬지 않기 위해 매년 천만원어치의 들기름을 발라주어야 했기 때문에 최근엔 검정 페인트로 칠해버렸습니다. 탄생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불쌍한 가마솥이 최근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시금 주목을 받자, 괴산군은 최근 전국민을 대상으로 상금을 내걸고 “가마솥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주세요”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실패박물관을 만들자, 가마솥에서 목욕을 하자...), 지난 4일 공지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당선작은 없었다고 합니다(링크). 원래부터도 줄곧 애물단지였지만, 그야말로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할 만합니다. 전국민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봐도 도저히 쓸모가 없다는 게 공식 인증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사람들은 화를 내며 “이 바보같은 실패 사례를 길이길이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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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 방송국은 ‘낭비 그 자체, 망친 가마솥으로 공모전 또 망치기’라는 제목으로 가마솥과 공모전 관련 소식을 알렸습니다.(왼쪽·영상) 실은 우리나라엔 이미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런저런 별 인기없는 관광지들이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컸었'던' 광주의 7m짜리 우체통은 현재 방치되어 있습니다. 채널A,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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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우리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가마솥이 의도대로 기네스에 등재가 됐어도 딱히 쓸데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연구자님은 광주 광산구에 세워진 높이 7m, 무게 6톤의 우체통(링크)과 영동군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북과 49만여장의 CD로 만들어진 파사드(링크), 경기도 양주에 있는 7만명이 일제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1만4000리터 들이 머그잔(링크)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이런 거대 조형물들은 왕가마솥과는 달리 기네스 기록을 인정받았지만, 잊혀진 것들입니다. 먼 훗날 키 15m의 외계인들이 한국에 정착해 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들일테지만, 이 역시 가마솥과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별 쓸모가 없습니다. 이 밖에도 관 주도의 휘황찬란한 관광물들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죠. 예를 들면 악당과 싸울 일 없는 12m짜리 태권브이라든지요.(링크) 왜 자꾸 이런 것들을 만드는 걸까요? 가마솥이 쓸모가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까요? 우리가 이 일련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관광의 시선>(존 어리 외)과 <전국축제자랑>(김혼비 외)을 지팡이 삼아 어리둥절해지는 ‘K가마솥’과 관광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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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쓸모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 관광의 본질】 괴산군의 왕가마솥은 쓸모가 없습니다. 가마솥을 한번 더 괴롭히기 위해, 머리말에 이어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며 본문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광, 기념물의 본질이 대체로 원래 그렇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기 위해섭니다. 애초에 관광은 대체로 쓸모때문에 가는 게 아니고, 관광지 역시 마찬가집니다. 에펠탑에 피뢰침 효과가 있어서 인기가 많다거나, 산티아고길을 걸으면 머리가 좋아지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들여 스페인으로 날아가 그 길을 걷는 게 아닌 것처럼요. * 영국 사회학자 존 어리 등이 쓴 <관광의 시선>은 19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관광’의 변천사를 살펴본 책인데요. 역시 이 책에서 제가 흥미롭게 읽었던 메시지는, 애초에 관광은 태생부터가 쓸모가 없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쓸모가 없는 걸 넘어서 아예, 반(反)-쓸모같은 느낌이었죠. <관광의 시선>에 따르면 모두가 함께 쉰다! 어디론가 떠난다!라는 ‘관광’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철도가 생겨나 이동이 쉬워지고, 정기적으로 휴가를 제공하는 꽉 짜인 일자리(노동)가 생겨나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이 가능해진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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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여가활동으로서, 그 반대의 활동(규제되고 조직화된 노동)을 전제로 한다[...] 19세기 이전까지는, 상류계급 이외의 사람이 노동이나 사업과는 관련 없는 대상을 보기 위해 여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여행과 휴가가 필수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근대적인 생활의 결정적인 요소이다. -존 어리 외, <관광의 시선>(이하 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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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전에는 ‘쉬기 위해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별장을 가지거나 이동에 제약이 없었던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는데요. 이때 관광이란 상류층들의 치료(온천여행), 교양 함양(그랜드투어·링크), 풍경 감상(풍경화 그리기, 수집) 등 놀기는 놀되, 어느정도 목적을 지니는 활동이었습니다. 다만 19세기 이후 ‘대중 관광’의 핵심 가치는 단 하나입니다. ‘노동(일상)에서 벗어나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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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대 영국에서 최초로 '패키지 관광'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토마스 쿡의 여행사 모습(왼쪽) 애초에 19세기에 관광이라는 개념이 '반-노동'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격렬한' 마음(탈-일상)은 관광의 핵심이라고도 할만합니다. 휴양지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밥을 만들어야 한다면 싫겠죠. Getty, 인터넷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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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관광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체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입니다. 제 휴일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대체로 공감이 가는데요. 고틀리프는 ‘일상의 전복’으로서의 관광의 가치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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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계급의 관광객은 ‘1일 농민’이 되려고 하며 하위 중산 계급의 관광객은 ‘1일 왕’이 되려고 할 것이다[…]다시말하면, 친숙한 것과 멀리 있는 것 사이의 구별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차이들이 뚜렷한 종류의 경계적 구역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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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휴가 때 ‘100% 쉬고 싶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소에 워낙 힘들게 일을 하는 데다가, 평소 휴가 때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안목을 키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딱히 관광에 목적성이 없는 것이죠. 이 때문에 1840년대부터 영국에서는 최초의 ‘패키지 여행’이 생겨나고, 덕분에 가난한 관광객들은 대규모로, 싼 값에 별 신경을 안쓰면서도 나름의 기분전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무쓸모 관광은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여튼 일상에서 벗어나 한숨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애초에 ‘놀기’ 자체가 쓸모를 생각하는 행동이 아니기도 하고요.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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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들어서도, 이처럼 ‘격렬하게 쉬기’라는 관광의 주된 목적은 대체로 유지됐습니다만, 꽤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선택지가 아주 많아지면서 - 심지어 ‘장소가 어딘지조차 크게 상관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차이를 만든 결정적인 요소는 1.미디어 2.교통의 발전(=저가항공)이었는데요. 폰 카메라, 인터넷, SNS 등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실제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도 엄청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요. 철도가 관광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냈듯 - 저가항공 등을 통해 비용이 훅 줄어들면서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동등한 선택지에 넣고 고민해보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죠. 요새는 해외 주요 관광지에 한국인들이 워낙 많다보니 ‘동두천시 후쿠오카’ ‘경기도 다낭시’같은 말도 있을정도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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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는 관광객의 시선에 대한 담론, 형태, 구체적 사안들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던 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크게 확장(되었다)[…]우리의 다중적 시선이 어마어마한 여파로 거의 모든 곳을 쓸어담으며 세계적 문화의 중심이 되어 왔다[…]구체적이고 분명한 종류의 시공간에서 발생하는 본래의 ‘관광’은 거의 사라지고, 남겨지는 것은 보다 일반적인 ‘기호의 경제’ 안에 있는 ‘관광의 종말’이다[…]’홈’과 ‘원정’에서의 행동 양식이 점점 비슷해지는 것이다. 관광이 대규모로 미디어화됨에 따라서 관광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동안 일상적인 활동 장소는 다수의 테마화된 환경들처럼 ‘관광객의’ 양식으로 재설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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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지’ 등이 관광지로서 인기를 끌기도 하는데요. 이미 영화, 드라마를 보며 TV 속에서 감탄한 풍경을 단지 ‘확인’하고 ‘인증’샷을 찍으러 현장에 가는 거죠. 21세기의 관광객에게 중요한 건 ‘장소’보다도, 거기에 어떤 스토리가 있고 거기서 내가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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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퀘어를 실시간으로 비추는 유튜브 채널 어스캠 라이브. 이 밖에도 코로나 기간에 다양한 원거리 여행이 유행했습니다 (왼쪽·링크) 경기도 가평에 있는 프랑스 컨셉의 마을 '쁘띠 프랑스'. 강원 횡성은 '네덜란드 마을'을, 강원 삼척시는 중세 유럽풍 테마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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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굳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멋진’ 장소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고 스토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새로운 각양각색의 관광지가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실제 이 책은 미국에서 1968년 대비 1985년 국가 지정 사적지로 등록된 곳이 20년 간 거의 약 31배 많아졌다(1200건→3만7000건)고 적고 있습니다. * 한 마디로, 과거에는 ‘멋진 곳’으로 사람들이 이동했다면 20세기 후반~21세기의 관광 추세는 ‘멋진 곳 자체를 만들어버린다’는 것이죠. 별 쓸모를 생각하지 않고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OK’입니다. ✏️ “(맥키넬은) 성지화의 과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 성지화는 어떤 특정한 자연적 또는 문화적 인공물을 관광 의례의 신성한 대상이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어떤 것이든 명소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특기할 만하거나 볼만한 것이라고 남들에게 알려주는 수고를 감내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존 어리 외, <관광의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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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관광'의 무쓸모한 특성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놀이하는 인간’을 탐구한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핵심 특징으로 1.자유로운 행위 2.일상에서 벗어나 ‘~체 하기’ 3.무사무욕. 4.적절한 순간에 종료 5.공간의 제약 -등을 꼽는데요. 그는 놀이가 '~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열등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외려 (아주 재미난 놀이를 할 땐) 진짜로 열중해서 '~체한다'는 사실 자체를 깡그리 잊어버리게 된다는 거죠. 하위징아의 책을 펼쳐두고 곰곰 생각해보면, 관광의 ‘무쓸모함’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이렇게 기업적, 정부주도적으로 만들어낸 놀이(관광)의 내용물이 얼마나 즐거울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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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노잼’이 된 기네스북 : 기획된 쓸모없음】 이상 ‘관광은 원래 쓸모가 없는 게 대체로 당연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왕가마솥이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입니다. 다만 ‘쓸모없음’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쓸모없음’은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쓸모없음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하거나 왠지 모르게 매혹시키지만, 단지 홍보를 위해 기획된 쓸모없음은 노잼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많은 짜여진 패키지 관광, 정부가 홍보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기념물이 쓸모없으면서도 심지어 노잼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는 신기하게도 K가마솥이 등재를 노렸던 ‘기네스북의 역사’와도 연결이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반세기 넘는 전통의 기네스북이 쇠락하고 있는 최근 상황과 관련된 이야깁니다. 지난 5월 가디언의 흥미로운 기획 기사(링크)에 따르면, 오늘날엔 ‘기록을 검증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인증 비용’이 기네스북 전체 비즈니스 수익의 50%를 차지하게 되면서(2009년 기준) 홍보성, 만들어진 기록이 대폭 늘고 있다고 합니다. 20세기 기네스북 전성기 땐 개인의 엉뚱하고도 매력적인 도전이 주가 되었다면, 21세기엔 주로 정부 주도의 관광용 혹은 기업의 홍보용 기록이 급격하게 비중이 높아진 거죠. 그 결과 점차 매력도 떨어지게 되었고요. * ‘기네스북’의 흥미로운 역사에 대해 짧게 얘기해보면, 우선 기네스북에서 ‘기네스’는 여러분이 떠올릴만한 그 맥주회사가 맞습니다. 1950년대 한 기네스 맥주 관계자(휴 비버)가 술을 마시면서 ‘세상에서 제일 빠른 동물이 뭐게!’ ‘세상에서 제일 키가 큰 사람은 누굴까?’ 같은 시시껄렁한 술자리 내기를 할 때 이런 이야깃거리를 모아놓은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맥위터 쌍둥이 형제에게 조사 집필 제안을 합니다. 이에 기네스북을 기획해 실제로 만들어 배포하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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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을 조사, 집필한 맥위터 형제. 처음엔 천부만 찍어 배포했지만,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한때 전세계적으로 1억권이 넘게 팔리기도 했습니다.(왼쪽)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술집(건물)'이라는 이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Sean's bar. 900년부터 영업해 거의 1천년이 넘었다는데요. 이런식으로 초기의 기네스북은 어떤 진정성 있는 장소, 사람에 한층 매력적인 서사를 부여하는 일을 했고 실제 큰 홍보 효과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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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별 생각없이 술집에서의 맥주 브랜드 홍보용 정도로(이를테면 ‘진로소주 깔깔농담집’같은 느낌입니다) 만들었던 이 책이 시장에 나오자 수십만권, 아니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총 1억권이 날개돋친듯 팔리게 되어 깜짝 놀랐고요. 이후 얼떨결에 반세기 넘게 기네스북은 마치 공신력있는 기관처럼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인들의 수많은 도전을 직접 확인하고, 또 증서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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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우리의 성의 표시로 받아주세요. 특별 방수 처리해 맥주에도 끄떡없고 북적거리는 펍에서 막 다루어도 잘 견디도록 제본했습니다.” -잭 린치, <지식의 전진, 바빌론에서 위키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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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21세기 들어서 책이 더 이상 안팔리게 됐다는 겁니다. 기네스북에 나올만한 재미난 내깃거리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켜면 검색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에 기네스북 측은 수익 모델을 출판이 아닌, 인증 그 자체를 통해 얻는 모델로 방향을 바꾸게 되죠. * 가디언의 분석 기사에서 웨스트나이츠는 기존의 기네스 기록 유형을 네 가지로 정리하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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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연스러운 기록 (ex.가장 독이 강한 독사, 가장 많은 단어가 들어간 노래 등) 2.스포츠와 관련된 성과 (ex.복싱에서 가장 빠른 KO 판정-4초) 3.기록을 위한 기록들 (ex.오렌지를 코로 1미터 가장 빨리 굴리기, 머리로 변기를 빨리 깨기 등) 4.마케팅을 위한 기록들 (ex.세상에서 제일 큰 피자, 세계 최대 세탁기 피라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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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3, 4 항목인데요. 3번 항목(기록을 위한 기록들)이 인간적인 매력, 온갖 바보같으면서도 존경스러운 집념을 뽐낸 - 과거 기네스북 전성기의 핵심이었다면, 오늘날엔 4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본연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기네스북 창시자의 아들 알레스데어 맥위터는 “오늘날 기네스북 산업은 쌍둥이 창업자가 가졌던 지적인 완전성을 잃었습니다. 창시자들에게 있어서 기네스북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탐구였고, 엄청난 열정의 산물이었습니다.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죠”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오늘날엔 돈만 있으면 얼마든 기네스북에 오르는 게 가능합니다. 심지어 최근 기네스북 관리 회사는 고객이 기네스북에 효과적으로 오를 수 있도록 도전 항목을 추천해주는 ‘기획 상담’까지 해주기도 한다는데요. 투르크메니스탄의 독재자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2007~2022 통치)는 ‘세계 최대의 카펫’(링크) 등 재임 기간 7개의 기록을 등재했고, 이 기록을 위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을정도로 막대한 돈을 기네스북 측에 지불했다고 합니다. 카펫을 만드는데는 여성노동자 117명의 헌신이 들어갔지만, 그 ‘쓸모없음’은 결국 독재자의 힘을 과시하는 역할만을 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중국 외 다수의 개도국, 낙후된 도시의 지자체에서도 주민의 삶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 정부 주도로 ‘홍보를 위한 홍보’용 기록에 돈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도 합니다.(링크) 우리나라의 왕가마솥 역시 4번 범주에 들어가겠죠. (비록 등재는 실패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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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네스에 등재된 '세탁기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이 피라미드는 영국의 전자제품 유통회사인 Curry PC World의 캠페인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왼쪽·링크) 2005년 아시리타 퍼먼Ashrita Furman이 ‘당구 큐대 손가락으로 균형 오래 잡기’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는 모습. 그는 2017년 기준 600여개의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 두 사진은 기네스북의 현재와 과거(4유형, 3유형)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PA, Reut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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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기네스북의 현재와 <관광의 시선>에서 읽은 내용을 겹쳐보자면 - 오늘날 어차피 ‘장소’가 어디든 상관이 없으니 기네스북은 산업적으로 ‘관광지 같은 것’을 돈만 주면 마구 생산해주는 관광지 공장이라고 할만합니다. (관광지는 ‘기네스북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고, 기네스북은 관광지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걸로 돈을 버는, 악어와 악어새같은 관계입니다) 하지만 보통 기네스북과 관련해 우리의 마음을 가장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3번 부류의 - 바보같고 쓸모없지만, 무언가 그 자체로 아우라를 갖게 되는 기묘한 개인들의 도전,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인간적인 매력이었습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오렌지를 코로 1미터 가장 빨리 굴리기’라는 쓸데없고 바보같은 목표를 떠올리고, 그걸 진짜로 해내고 마는 사람이라니요! * 반면 관 주도로 막대한 돈을 투입해봤자,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결과물에는 딱히 사람들의 눈을 끄는 부분이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21세기들어 기네스북의 매력이 떨어지고 점차 외면받는 이유가 곧 이런 종류의 상업화와도 연계되어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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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축제’와 ‘K가마솥’의 개미지옥】 실은 왕가마솥의 탄생과 특징을 곰곰 생각해보면, ‘K관광’의 정수를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그곳에 뜬금없이 그게 왜 있는지 알수가 없고, 왜 생겼는지도 알 수가 없고, 맥락도 감동도 역사도 재미도 모르겠고, 그런데 일단은 뭔가 이상한 방식으로 위압적이고, 마지막으로는 군민들의 각별한 성금(노력)이 들어갔다는 측면에서 입니다. 이런 막연한 생각은 역시 김혼비·박태하의 <전국축제자랑>(2021)을 읽으면서 더욱 확실해져갔습니다. * <전국축제자랑>은 저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12가지 축제를 탐방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책인데요. K축제의 위력이 워낙 만만치않다보니, 저자들이 마치 상식을 의지할 수 없는 외계에 뚝 떨어진 사람처럼 여기서도 깜짝 놀라고 저기서도 어리둥절하는 좌충우돌 기행이 맛깔나게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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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책 표지 (왼쪽) 충남 예산군이 대흥면 의좋은형제공원에서 14일 개최한 '의좋은 형제 축제'에서 어린이가 자기 키만한 지게에 볏단을 싣고 나르고 있습니다. 민음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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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이 책을 펼치기 전에도, ‘K축제는 정말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역시나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의좋은형제축제’는 전래동화 속 서로의 ‘볏짚’을 형과 동생의 집 마당에 옮겨둔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축젠데요. ‘아기상어 EDM’이 흘러나오는 이곳에선 의좋은 형제와는 1도 관련이 없는 마술쇼가 진행됩니다. ‘의병제전’의 이벤트인 ‘제8회 홍의장군배 전국 무에타이 킥복싱 대회’에선 성조기가 그려진 비키니를 입은 라운드걸들이 서른명 남짓한 구경꾼에게 파프리카를 나눠주고, 인근에선 ‘부자 기(氣) 받기 투어’2)가 진행됩니다. 갯벌 레포츠대회에서는 참가자가 없어서 갑자기 본종목 대신 냅다 신발던지기(?)가 진행되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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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를 그나마 끌어올린 건 EDM 파티였다. 그것도 그냥 EDM이 아니라 ‘어린이 EDM’. 토끼가면을 쓴 DJ가 나와 뽀로로 주제가, 상어가족, 올챙이와 개구리 같은 동요를 현란한 전자음에 실어 귀가 찢어질 듯 틀어댔고[…]어린이집과 클럽의 융복합같은 요상한 시공간이 만들어졌다[…]홀로 무대를 등지고 서서 스마트폰의 전광판 앱으로 쓴 ‘대흥면 최고’라는 문구를 관객들을 향해 흔들며 춤을 추는 한 아주머니의 끝 모를 애향심에 숙연해졌다. 한편 DJ 토끼가면맨은 공연이 끝나자 뒤돌아 퇴장하는 도중 덜컥 가면을 벗어 버려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의좋은형제축제’) * 휘말린 관광객들은 한편에 있는 ‘품바 분장 체험’ 부스에 제 발로 들어가 완벽한 품바의 얼굴이 된 뒤 얼굴과 함께 영혼도 변한듯 품바적 그루브를 타며 축제장에 섞여 들었다. 그러니까 품바들이 눈앞에서 무한 증식까지 하고 있었다! (좀비다!)[…]’그지 떼’와 ‘별 그지 같은 것들’이 그득그득 들어차 만들어내는 이런 분위기가 축제 내내 이어졌고, 그래서 축제장을 걷다 보면 몰입도도 피로도도 엄청 났다…(‘의성품바축제’) -김혼비 외, <전국축제자랑>(이하 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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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엉망진창 축제인데, 그런데 결국 이 책이 ‘K엉망축제 규탄’이 아닌, 그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매력을 옴팡 전하는 책이 되는 이유는 축제를 어떻게든 꾸리고, 그 안에서 한바탕 놀아보려는 ‘사람’들의 즐거움, 노력 때문입니다. 제가 주목한 지점도 이쪽이었고요. 실은 관 주도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축제지만, 문화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역에 살며 1년에 몇번 안되게 모이는 사람들이 맛난 떡도 먹고 노래도 부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밀양 아리랑 가사 개작 대회의 참가 학생들은 사뭇 진지하게 자신의 과제를 해내고, 의병제전에서는 10대 아이들부터 70대 노인들까지 시가를 행진하는데 이 장면에서 저자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방과후 떡볶이 먹자’라고 킥킥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일상을 뒤로하고 대의에 몸을 던지는 각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영산포 홍어 축제 경매에서는 ‘깍쟁이 도시사람들’처럼 누군가를 약삭빠르게 속이지 못하는 경매진행자의 어설픔과, 홍어를 얻은 아저씨의 태연한 ‘반칙’ 등도 인상적이라서 왠지 모르게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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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있는 방식으로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은 ‘홍어 경매’였다..”이거 만원에 가져가실 분?”[…]”그럼 만오천원에 사실 분 계십니까?"로 가격을 확 올렸다. 여전히 서른 명 넘게 손을 들고 있었고, 사회자는 "아 이게 원가가, 이게, 이 이상을 받을 수는 없는 단가인데..."라며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하기 시작했고[...]큰 결심을 한듯 외쳤다. ”그냥 만 오천원 선착순 하겠습니다. 손 드신 분들 선착순 나오세요!” “헉, 이게 뭐야 대체!”[…]"손 안들고 계셨던 분들은 나오시면 안돼요!"라고 덧붙였지만 섞여든 사람들 무리에서 누가 손을 들고 있었는지 확인해볼 방법이 있을리가 없으니 참으로 하나 마나한 외침이었고[...]우리 앞에서 손 한번 들지 않고 시큰둥하게 서있던 아저씨는 빠른 발을 살려 ‘득템’에 성공하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엉망진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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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실은 ‘K축제’라는 ‘만들어진 시끌벅적’을 한발짝만 벗어나도 스산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거리엔 ‘폐점’이 붙은 빈가게들이 줄지어있고, 장날인데도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만큼만 돌아다니며 아이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노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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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이 영산포 홍어축제에서 개최된 '홍어 예쁘게 썰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왼쪽) 충남 홍성의 한 거리에 철거되지 않은 빈집들이 방치돼 있습니다.(*두 사진은 서로 관련이 없으며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영산포 홍어축제, 충청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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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산포 홍어축제의 흥성거림을 뒤로 하며 저자는 이렇게 떠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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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산포 터미널에서 축제장으로 오는 길에 이미 한바탕 진한 을씨년스러움을 느꼈더랬다. 곳곳의 폐가와 폐건물, 페인트칠이 벗겨지다 못해 통째로 뜯겨 나간 것 같은 담장들[…]어느 담에는 청사초롱을 든 홍어 캐릭터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청사초롱도 홍어의 미소도 거리를 밝게 비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영산포는 ‘지방의 도심’도 아닌 ‘지방의 부도심’[…]이런 상황에서 영산포라는 지역은 자신의 미래를 두고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따지고보면 이 축제 자체가 이러한 영산포를 어떻게든 살리고 저떻게든 알리기 위한 발버둥인 셈이다[…]이런걸 해봤자 지역 재생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리 없다는 걸 알지만 이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축제. 얼마나 요식이든 어쩔 수 없이, 하지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야만 할 축제[…]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딜레마를 갖고 있을 것이다[…]불황일수록 그나마 유일하게 노력해볼 구석은 관광 마케팅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뻥축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력의 축구팀이 그나마 기댈 게 바로 그 ‘뻥축구’인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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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그저 자신이 나고 자란 터전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사라지고, 어렸을 때 친구들과 방과후 뛰어놀던 정든 동네는 자꾸만 낙후되어만가고, 상점은 문을 닫고,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향합니다. 커다란 회사를 유치하고, 멋진 영화관과 대학교를 세우는 것보다는 촌스럽더라도 ‘K축제’를 여는 것이 그나마 주민들의 손으로 할 수 있는 - 현실성 있는 일인지라, 비록 어설플지언정 복잡한 마음으로 K축제를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서울에는 ‘K축제’도 ‘K가마솥’도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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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령에 있는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생가와 LG 구인회 회장 생가(진주), 효성 조홍제 회장 생가(함안)을 묶은 투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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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맺음말】 오늘 레터에서 다룬 ‘K가마솥’과 ‘K축제’, 그리고 ‘홍보용으로 제작된 기네스 기록들’에는 꽤 명확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쓸모없지만 그닥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쓸모없는 것 자체는 절대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유희의 본질입니다. 어쩌면 가마솥 사태는 ‘제대로 쓸모없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달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 실은 저 역시 괴산군의 ‘가마솥 쓸모찾기’ 공모전 소식을 일찍이 신문 귀퉁이에서 읽고 나서 공모전에 참가하고 싶어서 근 일주일간 틈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좋은 생각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참가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느꼈던 이런저런 답답함과 어리둥절함(쓸모없는 건데 왜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을까? 왜 이 왕가마솥의 쓸모를 만들어지고 나서 생각해야 하는 걸까? 제작 과정에서 군민의 의견은 반영이 됐을까? 애초에 이게 쓸모가 있어야 하는 건가?...)이 어쩌면 오늘 레터를 쓰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레터를 쓰면서 돌이켜봅니다. 애초에 쓸모없는 것에서 쓸모를 찾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인 것입니다. 쓸모가 없으니까 관광이고 놀기입니다. 게다가 놀이와 관광이란 결국 사람의 즐거움이라 어떤 판을 화려하게 깔아놓는다고 그것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이 그걸 갖고 놀고 싶고, 자꾸 가서 보고 싶고, 왠지 모를 매력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할 때 가마솥이 얼마나 거대한지, 기네스북에 등재됐는지 여부보다도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아무리 휘황찬란 멋진 놀이터라고 해도 그 안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듯요. * 거대한 가마솥을 지역 농산물유통센터 마당에 가져다놓은 기묘함, 그리고 거기에 족욕을 할지 4만인분의 옥수수를 쪄먹을지 전력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난감함, 이런 이상한 솥을 만드는데 십시일반으로 도운 군민들의 손길, 이 동네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의 삶, 어떻게든 이곳을 홍보하고 싶었던 어설픈 관의 대응- 그 복잡한 결을 곰곰 살펴봅니다. 그 이상한 쓸모없음과 씁쓸함, 엉망진창, K키치야말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가마솥을 단지 아주 바보같고 쓸모없는 ‘실패사례’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 이처럼 가마솥이라도 만들고 싶어했던,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든 내가 살아온 사랑하는 마을에 손님들을 초대하고 싶었던, 그래서 마을이 흥할 수 있기를 원했던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을 곰곰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K가마솥 문제’의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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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존 어리 외, 도재학 외 옮김, 『관광의 시선』, 소명출판, 2021. -‘관광’이라고 하면 목에 카메라를 달랑 매달고 시끄럽게 다니는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이 책의 저자들은 관광-시선을 단순히 그냥 얕은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자체의 다양한 맥락 ,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피고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는 이 책 중 관광의 변천사, 스펙터클화되는 관광에 대해 설명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보았습니다. 다만 이 책이 관광을 중립적인 의미로 다룬다고 해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결말부분은 관광이 야기하는 부정적인 효과들(대표적으로는 현지인의 삶 침해, 불평등, 지나치게 많은 연료 사용 등)을 강조하며, 과연 이런 20세기형 관광이 지속가능할까? -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새롭게 '보는' 방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로 끝맺습니다. 김혼비 외, 『전국축제자랑』, 민음사, 2021. -이 책은 꽤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직접 읽어보진 못하고 있다가, 기사를 읽고 나서 K가마솥에 대해 곰곰 생각하던 차에 왠지 이 책이 반짝 머릿속에 떠올랐고 키득거리면서 재미나게 읽게 되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K가마솥과 K축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개된 축제들 가운데 가장 직접 가보고 싶었던 축제는 품바축제였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K축제에 대해 복잡한 애틋함을 느끼게 되지만, 역시 이런 형태의 '예산 투하형' 행사들은 지속가능하진 않겠죠. 어떻게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즐기며 궁극적으로는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행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K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도 직접 놀러올만한 매력을 지닌 축제라면 좋겠죠. [기사]Imogen West-Knights, “The strange survival of Guinness World Records”, Guardian, 2023.5.25 (링크) -본문에도 삽입한 기사 링크입니다. 기네스북이 변화해온 역사를 바라보며, 기존에 우리가 기네스북의 아주 바보같고 엉뚱하면서도 우리를 두근대게 하고, 압도했던 것들 - 우리를 매혹시켜온 것의 정체를 생각해보게 하는 기사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예전에 이그노벨상 회차를 준비하며 관련된 자료를 읽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이그노벨상은 세계 최고의 바보같은 연구에 주는 상인데, 지난 기록들을 읽다보니 간혹 특정 기업의 독특한 마케팅같은 프로젝트가 보이기도 했고 이 경우 이상하게도 놀라울정도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과연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 건지는 명확하게 짚기는 어렵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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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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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전망대? 애물단지 공공조형물 독서시간: 약 12분 / 글자수: 약 6500자 🖍글 속 한 문장 “최영희 창원시의원은 “콘텐츠와 스토리는 개발하지 않은 채, 큰 조형물만 만들면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잘못됐다. 기대했던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소통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계획으로 공공조형물을 세우면 그저 세금만 낭비할 뿐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전국 각지에 관 주도로 우후죽순 생겨난 관광 목적의 공공조형물에 대한 심층 기사입니다. 관련 사례와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근 괴산군 가마솥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기사들도 대체로 유사한 맥락의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즉, 괴산군만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진행형 문제라는 겁니다. 섬네일은 연대별 공공조형물의 개수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1959년엔 고작 20개였던 조형물이 1980년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대관령을 넘는 건 오랜 꿈이었어요.” “일자리는 귀향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예로 강릉의 지역내총생산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숙박이나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71.9%)이다. 전국 평균(59.8%)을 크게 웃돈다. ‘강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카페 아니면 공무원’이라는 자조가 우연이 아니다[...]서울이 제공하는 성장, 미래, 기회와 기꺼이 맞바꿀 무언가가 지방에 없는 한 이들의 귀향은 없을 것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경향신문의 <절반의 한국> 기획(2021)입니다. 취재팀은 강원도 강릉의 한 반 학생들을 추적해 그들이 현재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취재했습니다. 관광에 대한 이야기의 끝에는 결국 지방불균형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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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지 못한 우리네 축제 독서시간: 약 8분 / 글자수: 약 4600자 🖍글 속 한 문장 “저자들은 축제의 현장에서 집요하고 성실하게 “이 축제는 왜 이런가”라는 문제의식을 키워나갔고, 그 차고 넘치는 노력 끝에 나름의 맥락을 얻었다. 지역에서 축제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지방 중소 도시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다들 하는 마당에 안 할 수도 없어 어떻게든 그럴싸하게 뽑아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라고[...]하지만 그건 관람객의 마음이지, 나태한 기획을 방어할 일은 아니다(이건 나의 생각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지역문화진흥원 공식 웹진(<지:문>)에 실린, 천소현 트레비 부편집장의 <전국축제자랑> 서평입니다. 지역 축제의 관계자 입장에서 이 책을 성찰적으로 읽는 시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사려깊은 책에 사려깊은 서평입니다. 오늘 레터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관광의 시선>에는 관람객(게스트)과 현지 주민(호스트)의 미묘한 알력 관계에 대해 짚고 있기도 한데요. 현지인과 손님이 함께 즐기고 윈윈할 수 있는 기획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
당신들에겐 여행지, 우리에겐 주거지 독서시간: 약 6분 / 글자수: 약 2800자 🖍글 속 한 문장 “조용하고 평범했던 마을에는 이후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외국인들은 사진기를 목에 건 채 골목을 점령했다. 2017년이 정점이었다. 주민 7500명이 사는 마을에 외국인 관광객만 280만 명이 찾아왔다. 김씨는 "관광객이 많을 땐 골목을 가득 채운 인파를 헤집고 출근해야 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사람이 살지 않는 한옥은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가꾸는 사람이 있어야 볼거리가 생기죠. 주민 없는 관광지는 결국 낙후할 겁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아무리 ‘장소가 중요치 않은’ 시대라곤 해도 이탈리아의 피렌체 등 세계적인 관광지는 현지 주민의 숫자보다도 한해 관광객의 숫자가 훨씬 많은데요. 최근엔 관광객 수를 조정하는 규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영상)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일보가 북촌 등 우리나라의 유명 관광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처지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8월부터 연재 중인 시리즈 기획(<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입니다. 진정한 환대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삶을 존중하고 상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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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차(‘40년 후 나는, 오늘 무슨 글을 읽었는지 기억할까?[9월의 김스피]’)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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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를 누르시면 이벤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경향신문이 칸업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로그인을 하고 기사를 읽으면 ‘내공’이 쌓이고, 내가 기사를 얼마나 읽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기사를 편하게 스크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일 시사 퀴즈를 통해 시사 상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 이벤트 기간 동안 사이트 회원 가입을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추첨하여 다이어리를 드리는 등, 다양한 이벤트, 상품들이 준비되어있으므로 둘러보세요. 이벤트 기간은 오는 11월 5일까지입니다. 👥10월 셋째주 휴재 공지 -9월 말 레터에서도 공지했듯, 10월 셋째주는 늦은 여름 휴가로 인해 한주를 쉬어갑니다. 잘 쉬고 돌아와 알찬 내용으로 10월 넷째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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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편지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오늘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을 보내주세요. 간단한 한줄 감상도 좋고, 연구자님이 떠올리신 독특한 해찰거리도 좋습니다 :) 레터를 통해서 보내주시는 작은 격려와 의견들이 레터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흥미로운 해찰은 레터를 통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피아에서 차후 다뤄볼만한 주제나 좋은 콘텐츠 등의 추천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변에 레터를 추천해주시면 창작에 큰 힘이 됩니다. 친구에게 레터를 소개해주시려면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나오는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오늘도 레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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