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양육에 대한 생각 육류를 먹지 않다 보니, 시킬 게 별로 없다는 것도 배민을 많이 쓰지 않게 된 배경 중 하나입니다. "그럼 배양육은 먹을 거야?" 지난 주말, 이 질문이 제게 떨어졌습니다. 수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채식을 한 지 좀 되었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물어온 것이었어요.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어... 못 먹을 건 아닌데... 그냥 고기 맛을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인데..." 사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맛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것은 윤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지금처럼 동물을 키우고 죽여서 양껏 먹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점점 더 커져왔어요. 빌 게이츠는 배양육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포함해 식물성 재료로 고기를 만드는 여러 기업에 투자했고, 대체육을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에 구글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 속속 투자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국내에도 식물성 재료로 계란과 고기를 대체할 식품을 개발하는 훌륭한 업체가 여럿 있습니다. 우유를 대체할 대체 음료가 속속 나오는 것도 기쁘고요. (아메리카노 말고 라떼를 주문할 수 있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배양육' 질문에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답하고 싶은 것은, 음식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기술중심주의로만 수렴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좋은 음식에서 멀어진 데는 바로 이 '기술'이 아주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맛있는 가공식품이 많이 개발돼 그걸 실컷 누리는 동안에 좋은 식습관, 그리고 건강과 멀어졌지요. 비료를 많이 써서 농작물을 빨리 키우는 동안에 땅이 많이 오염되어 우리가 먹는 채소의 영양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고요. 이 문제를 다시 '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기술을 가진 기업은 돈을 많이 벌겠지만, 우리의 식생활은 여전히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까이 두고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던 흔하고 몸에 좋은 음식, 그리고 오랜 시간 인류가 발전시켜온 좋은 식문화를 다시 보려는, 어찌 보면 다소 보수적인 태도가 식생활에 있어서는 필요한 게 아닌가 해요. 동물의 세포로 키운 배양육이든, 곡물과 채소로 고기 맛을 모방한 식재료든, 전 인류가 손쉽게 '대체육'을 소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때까지 그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일단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고기 외에 어떤 맛있는 게 있는지 열심히 탐구하자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는 일이 기쁨을 희생하고, 재미와 멀어지고, 쾌락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여전히 맛있는 것들은 아주 많고 우리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계속 열심히 탐구해 보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끼니어님의 생각도 궁금해요. 대체육이나 배양육, 혹은 육식이나 채식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끼니어님께서는, 메일 하단의 버튼을 꾹 눌러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