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스포츠클럽법이 되려면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모두를 위한 스포츠클럽법이 되려면

지난 21일 ‘스포츠클럽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갈등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각을 세워 보도하는 스포츠 저널리즘의 속성상 이 법의 의미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한국 스포츠의 재건과 활기차고 건강한 사회문화 형성에 이 법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문체부 발표에 의하면 ‘누구나 일상에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고 이렇게 되면 국민의 체육활동 참여 기회가 늘어나고 전문선수 육성의 저변도 확대되며 체육인의 일자리도 창출된다. 스포츠폭력·인권침해의 이유로 지목되는 ‘성적 지상주의’가 완화될 수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이 법의 제정 취지는 충분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문체부의 발표대로 ‘체육활동 참여 확대, 선수 저변 확대,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하는 스포츠클럽법 제정은, 첫 단추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이 법 하나로 ‘일타삼피’가 자동적으로 획득되지는 않는다. 보다 상위의,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스포츠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스포츠기본권’의 실현까지 도모해야 한다.

정부와 학계 및 체육계가 지난 십 수년간 논의하고 추진해온 스포츠클럽은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그 정책과 사업에 투여되는 자원을 공공적 목적에 부합하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발적 회원 가입, 민주적 의사결정, 자율적 운영, 지역공동체의 결속 등이 스포츠클럽의 대전제다.

이런 전제에 의하여 스포츠클럽은 활기찬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회문화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스포츠클럽의 활동가와 참여자들은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활력 창출의 기획자가 되고, 학교 교과 외의 사회 교육을 담당하는 매개자가 되며, 궁극적으로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사회 관계망을 형성해내는 촉진자가 된다. 스포츠클럽 제정 과정에서, 정부와 스포츠계가 과연 이러한 인식과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렇게 강조하는 까닭은 자칫 이 법이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고, 여유 있는 사람이 더 여유를 즐기는’ 차원으로 그 사업 범위가 제한되고 ‘체육인 일자리 창출’ 또한 체육인의 사회적 삶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으로 확장되지 않고 계기적이고 기능적인 결합 정도로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렇게 제한되고 축소되면, 이 법은 특정 분야의 이권이나 이해 관심사로 그 의미가 줄어들게 된다.

부산복지개발원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난한 동네가 인정이 넘치고 서로 도우며 살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부산의 ‘부유계층 밀집마을 가구주의 경우 취약계층 밀집마을 가구주보다 사회적 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교육, 문화 및 특히 스포츠시설의 만족도는 실핏줄처럼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관계 맺기를 촉진한다.

물론 이는 일종의 ‘내부적 네트워킹을 통한 폐쇄적 네트워크’의 속성 또한 있지만, 어쨌거나 스포츠시설을 포함한 제반의 사회문화 기반이 충분한 집단일수록 사회 관계망의 형성 욕망과 밀착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위 보고서와 여러 사회계층 실태조사를 참조하면, 가난한 마을일수록 사회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고 개인 건강의 도모가 여의치 않으며 상호부조적인 관계망 형성도 어렵다. 저녁이면 폐타이어로 주차공간부터 확보해야 하는 가난한 동네에서 사회 관계망 형성을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스포츠클럽법은 바로 이런 상황의 점진적 해결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흔히 거론되는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북구 선진국 사례’도 갑자기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스포츠클럽을 장려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노동운동, 지역운동, 교육운동의 민주적 전개 과정 속에서 스포츠클럽이 자연스럽게 동반하였고 또한 스포츠 고유의 특장을 살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몸으로 서로 느끼고 교류하는 ‘과정의 민주주의’를 아름답게 실천하였던 것이다. 스포츠클럽법은 이러한 의미를 분명하게 실천하여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육계 일자리 창출’로 축소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복잡한 이해와 갈등관계로 뒤엉켜 있는 현재의 문제적 상황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으로 작동할 우려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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