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가능한 생명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알렉산드리아 데이지 긴스버그, 대체물, 2019, 영상설치

알렉산드리아 데이지 긴스버그, 대체물, 2019, 영상설치

지난 4일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북부흰코뿔소 ‘나진’이 폐사했다는 소식이 SNS에 퍼졌다. 다음날, 북부흰코뿔소를 관리하고 있는 ‘올 퍼제타 보호구역’은 이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렸다. 현재 암컷 두 마리만 남아 있어 ‘기능적 멸종’에 처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죽은 것은 2018년 3월20일이다. 피부 상처, 합병증 등으로 큰 고통을 겪는 고령의 ‘수단’을 지켜보던 이들은 ‘안락사’를 결정했고, 밀렵군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24시간 보호받던 45세의 ‘수단’은 남은 암컷과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유전물질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알렉산드리아 데이지 긴스버그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멸종의 원인을 제공한 인간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기 무섭게 유전공학의 힘에 기대 새 생명을 만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새로운 코뿔소는 진짜일까?”

2019년 그는 죽은 ‘수단’을 모티브로 ‘대체물’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인간의 자부심이 집적되어 있는 기술력으로 북부흰코뿔소를 디지털 세계 안에 부활시킨다. 연구기반 인공지능 연구소 ‘딥마인드’에서 생활하는 코뿔소는 그가 존재하는 환경을 학습하고, 그 안에서 생존한다. 작가는 인공 코뿔소를 실물 크기에 가까운 5m 영상으로 프로젝션하여, 가상세계를 배회하는 그의 일상을 추적한다. 공간에 익숙해지면 그는 형태와 사운드를 변화시킨다.

기존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무시하거나 외면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파괴해왔으면서도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기묘한 집착을 담은 이 작업은 생명에 대한 인간의 가치관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묻는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