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관전포인트 ‘셋’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매년 이맘때면 기업들을 비롯해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새해 계획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성과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에는 좀 더 나은 한 해를 기대하며 새해 경영이나 사업 환경을 점검해보고 새로운 사업목표를 세우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도전이나 위험요인들을 짚어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물론 이런 예상이나 계획에는 늘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법이다. 전망이란 본래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고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 혹은 오류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새해 계획을 수립하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2년째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시달려야 했던 처지에서는 2022년 경제환경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변수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위드 코로나’의 향배다. 제로 코로나가 현실적으로 요원해진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하면서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고강도의 방역체계에 짓눌려온 소비나 서비스 경기가 원기를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와중에 새롭게 자리를 튼 홈코노미나 보상소비의 영향으로 내구재와 사치품 소비가 비교적 견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방역완화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걱정이다. 게다가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 정책을 취했던 유럽 등의 경험을 볼 때, 감염 재확산에 따른 재봉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아직도 코로나를 넘어선 정상화를 확신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오히려 일상의 회복이 거듭 지체되는 가운데 자칫 방역완화라는 명분하에 각종 지원정책이 종료되면서 경제가 다시 충격을 받게 될 위험도 상존한다.

다음으로 최근 경제 향방의 최대 리스크로 평가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들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복해서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던 양상과는 천양지차이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반가운 일 아닌가? 통상적으로 수요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과 맞물린 ‘좋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막대한 유동성 투입에다 생산 및 공급 차질이 맞물린 ‘나쁜’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하다. 혹은 이런 인플레이션 이전에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과 가계 및 기업 부채 누증에 따른 금융 불균형의 위험이 더 심각한지도 모른다. 위드 코로나 이슈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경제 정상화에 앞서 성급한 정책 정상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세번째, 요소수 대란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급망 차질의 영향도 주의를 요한다. 바다 건너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엉뚱하게도 우리나라 화물·여객 운송 부문의 마비 위험으로 파급된 현실은 오늘날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의 부정적인 이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미 국제 공급망 교란에 따른 반도체 공급 차질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빚어졌을 뿐이라는 해석도 많지만, 21세기 새로운 진영 대립으로 확대 조짐을 보이는 미·중 갈등을 감안할 때 단순한 교란 정도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오늘날 최대 화두로 자리 잡은 기후변화 대응 역시 야심찬 정책 전환에 비해 더딘 현실로 인해 도리어 에너지와 원자재 위주로 구조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처럼 내년에도 아직 그 출구를 알 수 없는 도전들이 산적해 있다. 코로나19가 재촉한 일상생활과 경제의 구조변화 역시 해답보다는 문제가 더 많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 혹은 정상화의 미망에 집착하기보다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신중한 견지에서 2022년 경제환경의 취약성을 점검하고 그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새해에는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적 이벤트도 가세한다. 아무쪼록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낼 생산적인 정책 토론과 실험을 고대해본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