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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정책 시대와 도전
신산업정책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중 해외우려기관(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에 대한 세부규정을 발표했다. FEOC로 분류되면 IRA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미 에너지부는 해외기관, 해외정부, 법률적 관할권, 소유·통제·지시의 4가지 기준을 통해 FEOC를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기준은 ‘25% 지분율’과 ‘실효적 통제권 행사 여부’이다. 해외우려국(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4개국) 정부가 이사회 의석, 의결권, 지분의 25% 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은 이들 정부로부터 소유·통제·지시를 받는 것으로 해석되어 FEOC에 해당된다. 이때 해외정부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관련 기관 및 기구뿐 아니라 지배정당이나 전직 및 현직 고위 정치인도 포함된다. 또한 이들이 라이선스계약 및 기타 계약을 통해 핵심광물, 배터리부품 또는 구성... -
초고령사회와 시니어케어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것이다. 고령화 이슈는 비단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은 2003년, 독일은 2008년, 프랑스는 2018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미국은 2030년, 중국은 2033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7억명에서 2050년 15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은 소위 고령친화산업 육성이라는 산업적 측면과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이라고 하는 사회보험적 측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고령친화산업 진흥법 제정을 기점으로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총 73조원이다. 기존 고령층에 비해 높은 경제력과 다양한 선호를 보유한 베이비붐 세... -
IMF 세계경제 전망과 리스크
바야흐로 전망의 계절이다.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 2.9%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역사적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1%에서 1.5%로, 중국은 5.0%에서 4.2%로 예상된다. IMF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내년 전망치에 비해 미국은 0.5%포인트 올랐고, 반대로 중국은 0.3%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경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당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이른바 ‘연착륙’이 가능한 반면, 중국은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지난 18개월간 많은 국가들, 특히 미국의 빠르고 큰 폭의 금리인상을 촉발했던 물가상승률 또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소비자물가는 올해 4.6%에서 내년 3.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물가는 4.1%에서 2.8%로... -
중국 경제와 리밸런싱
지난 8월 초 총자산이 330조원에 이르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300억원의 달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고,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21년 9월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 지난 7월 완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어 불거진 부동산발(發) 충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부동산시장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 등으로 개발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금조달난도 심화됐다. 단적으로 중국 A주에 상장된 부동산 기업 67곳 중 42곳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미지급했던 달러채 이자 상환에 성공하면서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 하지만 2023~2026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가 134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해 채무이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중국 정부는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해 ‘방주불초’(주택은 거주용이... -
부(富)와 성장의 미래
아직 몇 가지 불안요인들이 남아 있지만, 지난 1년 반에 걸쳐 빠르게 진행돼왔던 전 세계적인 통화긴축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글로벌 경제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는 거시경제와 글로벌 대차대조표의 변화를 중심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 보고서를 내놨다. MGI 보고서를 토대로 앞으로 펼쳐질 경제상황을 조망해보자. 주지하듯이 2000년을 전후해 세계 경제의 순자산 증가와 (경제주체별) 대차대조표의 확장 속도는 국내총생산(GDP)의 증가 속도를 빠르게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주로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의 상승 때문이었다. 2000~2021년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160조달러 규모의 ‘장부상 부(paper wealth)’ 또는 ‘부(富)의 착각(wealth illusion)’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이러한 대차대조표의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에 생산적 투자는 크게 감... -
실리콘밸리은행은 실패한 모델일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지 넉 달이 지났다. SVB의 파산 과정은 디지털 뱅크런의 위험, 이사회와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소홀, 당국의 감독 실패 등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동일한 사태의 재발 방지와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우리가 이 시점에서 되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SVB는 과연 실패한 모델인가. 즉 SVB는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고, ‘내재적으로’ 취약한 서비스모델이었던 것일까. 1983년 설립 이후 40년간 존속하고 성장했던 SVB가 금융시스템 내에서 수행했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너무 쉽게 망각할 이유는 없다. 부채구조의 편중이나 자산-부채 간 만기 불일치 관리 소홀 같은 문제로 파산에 이르게 됐지만, 자산 운용 측면에서 SVB가 보여준 장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가 배워야 할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던 이유는 이들의 서비스모델, 특히 벤처대출(venture de... -
스테이블 코인 대 예금 토큰
국제적으로 디지털화폐를 둘러싼 논의와 실험이 점점 구체화·가속화하고 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예금 토큰(deposit token)의 도입과 적용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 활발하다. 가치 변동성 또는 신뢰성 문제로 비트코인과 여러 알트코인 등은 사실상 제외되고,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적용 가능성이 초점이다. 핵심적인 관건은 토큰화(tokenisation) 기술에 기반한 거래의 효율성 등 잠재적 이점과 금융거래 시스템의 안정성 간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이다. 토큰화란 프로그램 가능한 플랫폼(결국 스마트 계약이 가능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전통적인 자산의 디지털 표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칭한다. 디지털화폐는 이런 토큰화 과정을 통해 작동한다. 토큰화를 통한 거래는 실시간 즉시 결제와 당사자 간 직접 이체가 가능하고, 고객들이 거래의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 투명성을 높이며,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나아가 ... -
산업정책과 성장전략 트릴레마
산업정책의 시대가 부활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필두로 세계 주요국이 너도나도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안 시장의 효율성과 민간의 자발성을 중시하던 흐름이 크게 뒤틀리고 있는 셈이다. 국가자본주의를 앞세운 중국의 부상과 자원의 무기화를 도모하는 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의 위협도 문제지만, 이미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산업안보라는 명목으로 주요 전략산업에 대한 각국의 산업정책을 부추기고 있다. 미·중 갈등은 물론 한층 복잡해진 대내외 경제 여건에 요동치고 있는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그렇다면 산업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산업정책은 다수의 성공 사례가 있다고 평가되곤 한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과거 산업화 시기에 산업정책을 통해 경제적 도약에 성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당시 중상주의나 보호주의가 일시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
뱅크런 vs 금융감독과 예금보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이 지속적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지난 2개월 사이에 벌써 4번째 은행 파산이다. 이제 미국 중소 지역은행들의 뱅크런이 이번으로 끝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번 사태가 고도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은행 또는 잘못 경영된 은행의 ‘개별적인’ 실패인가, 아니면 은행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일련의 ‘구조적’ 문제들을 드러내는 징후인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대처는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가? 막대한 비보장성 예금의 존재와 디지털 뱅크런이 가능한 시대에 예금보험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한 것인가? 이런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제기된다.그 와중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검토 보고서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보험제도 개혁 방안 보고서를 각각 발표했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뱅크런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 -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은 진행 중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시작으로 지난 3주간 미국 은행들, 심지어 유럽의 대형은행들을 둘러싼 혼란과 우려가 금융시장에 팽배했다. 일단 급한 불은 꺼진 모양새이지만 진화완료 선언을 하기에는 때 이른 지금 조심스럽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몇 개 있다. 우선 진행 경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자산 규모로 미국 16위인 은행이 예금주들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던 채권을 방매(fire sales)하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되고, 이로 인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증자를 추진했으나 실패하면서 번개 같은 속도로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파산을 선고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해당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SVB는 설립 이후 40년간 미국 벤처기업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은행으로 유명하다. SVB는 벤처캐피털(VC) 및 벤처기업과의 삼각 협업관계를 기반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벤처대출을 제공하거나 VC 등에 대한 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