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이런 봄날엔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 이런 봄날엔

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當奈公何). 고교 교과서에 실렸던 ‘공무도하가’는 아련한 봄날이면 생각난다. 물에 빠져 죽은 임을 향한 탄식을 담은 고조선의 시가이다.

올드팬들은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강한 인상을 남긴 가수 이상은을 기억할 것이다. 큰 키에 겅중거리는 춤으로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상은은 자신이 댄스풍의 노래로 각인된 것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어느날 훌쩍 미국 유학을 떠나 미술학도가 된 이상은은 묵직한 음악을 구사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왔다. 강렬한 록사운드를 담은 3집 <더딘 하루>, 4집 <너에게 주고 싶은 것>과 5집 <언젠가는>에서는 뉴잭스윙 사운드와 포크 사운드를 구사했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이상은은 그곳에서 동양적 감성으로 무장한 음악을 만들었다. 그런 실험의 정점에 선 앨범이 6집 <공무도하가>였다. 전 곡을 본인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채운 앨범이었다.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네/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 님을 어이 할꼬.’

‘공무도하가’는 가슴을 치는 북소리와 피리소리로 ‘님’ 잃은 설움을 극대화한다. 이상은은 읊조리는 듯한 창법으로 여백의 미를 살리며 노래를 이끌어간다. 아코디언 연주로 시작하는 또 다른 곡 ‘Bohemian’에서는 정처 없이 떠도는 히피의 모습으로 자신을 투영시킨다.

이상은의 앨범은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꼽을 때마다 늘 10위권 안에 드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런 봄날 아지랑이 피는 강가에 설 때마다 ‘공무도하가’가 떠오르는 건 이상은이 만들어낸 중독성 강한 음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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