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 우리의 미래일까

박종성 논설위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은 나라에서 일자리가 무너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은 정반대다. 미국은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점, 대형 마켓, 트럭 운전 등 서비스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하다. 임금을 올려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오지 않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급여 인상과 함께 대학등록금 지원을 내걸고 인력을 모집했다. 인력 확보 전쟁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박종성 논설위원

미국 언론은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희생자를 목도하면서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인생을 즐기겠다’는 식으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한다. 코로나 지원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업자는 실업급여에다 추가 지원금, 보육세, 세액공제, 오바마케어까지 합하면 한 해 4만달러 챙기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퇴직연금(401K) 백만장자’의 무더기 탄생이다.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백만장자는 44만2000명으로 전년(33만4000명) 대비 32% 늘었다.

401K는 미국에서 1982년 도입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상품이다. 가입자는 급여의 일정 금액 적립하고, 직장은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한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적립된 금액을 자신이 보험,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다. 2020년 현재 가입자는 6000만명이며 금액은 7조3억달러(약 9000조원)다.

퇴직연금 백만장자의 탄생은 미국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최근 10년간은 특히 높았다. 2012년 4월 초 대비 2022년 4월 초 상승률을 보자. S&P500 지수는 1419.04에서 4545.86으로 220% 올랐다. 기술주인 나스닥지수는 3119.70에서 14261.50으로 357% 상승했다. 10년간 3~4배 이상 오르면서 가입자들도 높은 수익을 얻었다.

한국 주식시장은 어땠을까. 지난 10년간(4월 기준) 코스피는 2029.29에서 2739.85로 35% 상승했다. 미국시장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박스권에 묶인 코스피를‘박스피’라고 부른다. 한국시장 옹호자들(증권업 종사자)은 장기간으로 보면 한국시장이 우수한 때도 있어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가. 다시 보자. 코스피 시장이 출발한 1980년 이후 상승률을 보면 코스피는 100에서 2739.85를 기록한 반면 미국 S&P500은 110에서 4545.85, 나스닥은 151.84에서 14261.50으로 올랐다. 장단기 모두 미국시장이 월등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조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주주의 횡포를 막을 장치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에서 볼 수 있듯이 잘못된 것을 알고도 속수무책이다. 주주에 대한 푸대접은 주주환원정책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정책은 부끄러울 정도다.

최근 벌어진 대형 기업들의 무더기 상장도 문제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기회로 기업들은 한꺼번에 기업공개를 했다. 크레프톤, 카카오뱅크,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공모금액만 17조원이다. 지난해 공모금액은 2010년(8조8억원) 이후 최대다. 여기에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공모가 12조7500억원)은 ‘공모 폭탄’을 터트렸다. 2010년 무더기 상장 이후 코스피는 10년 넘게 2000선에 머물렀다. 또한 오스템임플란트, 클리오의 횡령사건에서 보듯 끊이지 않는 부실관리도 시장을 불신케 한다. 물론 일확천금, 단타, 미수, 몰빵, 리딩방, 작전에 기대는 개미들의 투자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시장에 문제가 있어도 한국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 개미’들이 많다. 과연 그런 태도가 개미투자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또 국가공동체에도 좋은 방안일까. 이런 측면에서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부)의 조언은 들을 만하다. 그는 <혁신의 시작>에서 개인들의 대외금융투자를 권했다. 근거로 과거에는 무역흑자를 통해 대외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국제 금융투자 수익을 올리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해외의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수익이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학개미’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조심스럽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투자시장은 전 세계로 확대됐다. 미래를 준비하는 개미들에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라도 해외시장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금융의 대항해 시대’에 우물안 개구리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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