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보니파치오 벰보, 비스콘티 스포르차 타로 카드 중 최후의 심판, 1480~1500, 173×87㎜, 모건도서관 소장 ⓒMorgan Library&Museum

보니파치오 벰보, 비스콘티 스포르차 타로 카드 중 최후의 심판, 1480~1500, 173×87㎜, 모건도서관 소장 ⓒMorgan Library&Museum

퇴근 후 챗GPT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이것저것 질문해본다. 챗GPT는 팬데믹 이후 미술전시의 구조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답할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기술의 사용이 증가할 것이고, 전시의 규모나 방향이 축소되는 대신 개별 작품과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지 않겠냐는 의견, 건강과 안전 문제가 더 강조되지 않겠냐는 의견, 실내 공간에서 벌어지는 많은 제약 때문에 조각공원 같은 야외 전시가 활성화되고, 티켓 판매율이 떨어질 테니, 스폰서십이나 온라인 세일즈가 활성화되지 않겠냐는 진단 등 상식적이지만 타당한 답변이 이어진다.

그 가운데 작은 규모의 전시 안에 더 친밀하게 작품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솔깃했다. 팬데믹이 우리를 스펙터클의 강박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면, 한 작품을 오래 바라보는 전시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면 작가의 예술세계 안에서 더 흥미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발길을 떼기 어려웠던 전시장, 인상적인 작품에 대한 나의 경험 데이터를 되짚어보았다. 나의 데이터는 뉴욕의 모건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비스콘티 스포르차 가문의 타로 카드를 답변으로 내놓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로덱으로, 정교한 세밀화 속에 가문의 운명 성쇠를 뛰어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바보’가 여행을 떠나 경험하는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타로는 내가 어떤 카드를 어떤 순서로 뽑느냐에 따라 무한대에 가까운 이야기를 끌어낸다. 카드의 이미지를 읽는 과정은 이 카드를 선택한 나의 무의식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챗GPT에 타로 카드를 선택해보라고 해야겠다. 그러면 그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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