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아침 태양, 1952, 캔버스에 유채, 101.98×71.5㎝, 콜럼버스 미술관 소장

에드워드 호퍼, 아침 태양, 1952, 캔버스에 유채, 101.98×71.5㎝, 콜럼버스 미술관 소장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모닝루틴, 아침 습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의 아침 습관은 창밖의 전봇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눈을 뜨고 고개를 살짝 창문 방향으로 돌리면 전봇대가 하늘을 가르는 장면이 들어온다. 어떤 날은 사방으로 뻗어나간 시커먼 전깃줄이 그렇게 난폭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가 없다. 전깃줄 없는 하늘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동하여, 오늘이야말로 구청 홈페이지에 전깃줄 지중화 사업을 서둘러 달라는 민원을 올려야겠다 중얼거리며 침대를 벗어난다. 또 어떤 날은 그런대로 하늘과 전깃줄이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하늘을 가르는 전선들을 따라 시선을 멈추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같은 대상을 향해 마음이 달라지는 건 간밤의 꿈 때문인가, 그날의 날씨 때문인가. 매일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풍경을 향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머릿속 다른 세계를 향하기 때문인가.

오늘 아침에는, 밤새 열어둔 창문으로 여름치고는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순간 눈을 떴다. 끝없이 회의가 이어지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고 보니, 잠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른하게 누워 바라보던 풍경과 확연히 다른 풍경이 낯설었다. 시선의 방향이 달라지니, 전봇대 너머의 풍경이 바뀌었다. 하늘뿐 아니라 앞집 지붕,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멀리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까지 창을 통해 눈에 들어온다. 바람결에 꿈에서 현실로 끌려 나온 나의 모습 위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아침 태양’ 속 인물이 겹쳤다. 그가 왜 그렇게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것만 같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건, 내 앞에 도착한 아침은 어제의 내가 했던 선택과 결정을 근거 삼아 머리 위로 희망과 불안의 명암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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