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의 ‘무엇인가’

<비인간> 1924   ⓒ마르셀 레르비에

<비인간> 1924 ⓒ마르셀 레르비에

대중이 선망하는 가수 클레르의 별명이 ‘비인간’인 이유는 그의 비현실적인 화려한 외모와 더불어, 인간적인 감정이 메마른 듯한 그의 뾰족한 성격 때문이다. 명성에 구속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자신을 흠모하는 명망가들을 초대한 만찬 자리에서 ‘무엇인가(quelque chose)’가 붙잡지 않는 한 리사이틀 이후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권력, 부, 명성을 두루 갖춘 이들이 자신의 남다른 조건을 앞세우며 그들 곁에 클레르를 붙잡고 싶어할 때, 젊은 엔지니어 에이나르는 사랑의 감정을 내세우며 그녀가 떠나면 죽겠다고 말한다. 클레르가 떠나기로 결심하자, 에이나르는 정말 죽고 말았다.

마르셀 레르비에의 <비인간>은 한 여성과 그를 둘러싼 남성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영상으로 담는다. 영화는 연극과 구별되는 고유한 예술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믿었던 감독은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서사구조보다 시각적인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이 작품을 위해 감독은 파리에서 활동하던 쟁쟁한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건축가 로베르 말레-스테벵스가 영화의 전체 세트를 담당했고, 미래주의 화가 페르낭 레제가 에이나르의 실험실 디자인에 참여해 작품의 비현실적이고 SF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전하는 원판, 시계를 비롯하여 다양한 기하학적 도형들이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에이나르의 실험실은,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생명소생 장치, 실시간 영상송출 장치 등 당시에는 실재하지 않았던 기술을 향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당시 가장 새로운 분야였던 영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실험을 꿈꾸던 이들 사이의 흥미진진한 교류는 실험적 예술작품으로 완성되었지만, 당시에는 지나치게 장식적이라는 이유로 대중에게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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