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대학교육, 도전과 변화가 필요해

박수정 |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초·중등학교가 대부분 2학기 개학을 했다. 1학기부터 ‘전면 등교’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출석수업을 통해 정상적인 교육 운영으로 복귀하자는 움직임이 컸다. 학교 선생님들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되었고, 수능 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의 접종도 이루어졌다.

박수정 |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박수정 |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그렇다면 대학은 어떨까? 대학 교직원에 대한 백신 접종은 거의 거론된 바 없다. 학교와 보육기관에 양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학에서 교육은 하지 말라는 뜻인가 싶다.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20대 청년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정부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다. 백신을 예약한 학생들에 따르면 2차 접종이 완료되는 시기는 11월 초중반이다. 다가오는 2학기의 상황이 눈에 그려진다. 비대면 교육의 연장이 불가피하다.

대학은 초·중등학교에 비해 비대면 교육의 비중이 훨씬 높다. 초·중등학교는 대체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번갈아 이루어졌고, 소규모 학교는 출석수업을 했다. 그러나 대학은 비대면 수업 비중이 90%가 넘을 것이다. 실험실습 수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벌써 3학기 연속 이러한 상황이다. 다음 학기까지 이러하다면, 4개 학기는 대학 생활의 절반에 해당하며, 전문대는 졸업을 맞게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부분의 교수자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제대로 학습할 기회도 없었다. 대학의 교수자들은 각자 ‘알아서’ 수업을 해나가고, 대학생들은 ‘혼자 하는 학습’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동영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한 실시간 수업이 많아졌다. 동영상 제공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실시간 수업이 점차 활발해지게 된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나, 실시간 수업을 ‘동영상 강의’처럼 운영한다면 동영상 제공보다 못한 수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업의 방식은 대학의 교수자들에게 대부분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수업의 자율성을 포함하며, 이는 전문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전면적인 원격교육은 사실 거의 대부분의 교수자가 처음으로 하게 된 경험이다. 이 상황에서 어떠한 안내와 교육이 제공되었는가. 일부 대학에서는 자료 제공 외에도 상호작용을 위한 실시간 수업을 반드시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자율이다. 여전히 동영상만 제공하는 수업도 있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대학 수업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필자는 평소 오프라인 수업에서 팀기반 학습(TBL), 액션러닝, 프로젝트 학습 등 팀을 기반으로 하는 수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온라인 수업에서도 팀 학습이 가능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대면 교육 상황에서 이렇게 도전과 변화를 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에서 ‘교육과 수업’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대학 교수자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원격수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을 운영하는 방법, 무엇보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학생들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하고 피드백하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학습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차원에서 교육과 수업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 설정, 학사 운영 전략 수립, 수업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역량진단 가결과 발표의 후폭풍이 거세다. ‘살생부’를 받지 않아 일단 안도하는 대학들도 앞으로의 여정이 걱정이다. 정부의 대학 평가를 넘겼다 해도, 문제는 과연 대학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학이 수업에 관심을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위한 평가, 구조조정과 학생 모집에 대한 우려와 준비에 힘을 쏟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교육’이다. 학교가 존재하는 것은 ‘학생’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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