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합리적 전기료 체계 없인 탄소중립 요원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지난 8월5일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2050년까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4배 증가해온 점을 감안하면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비용이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탄소중립은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투자, 친환경 차량 보급, 생산시설의 친환경 전환, 건물 에너지 효율향상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독일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난방과 수송 부문에 탄소 가격제를 도입하였다. 탄소 가격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t당 10유로(약 1만3600원)에서 35유로(약 4만7500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독일의 2020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0.3유로(약 400원)로 EU국가 중 가장 비싸다. 이는 20년 전 약 200원에서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인데, 전기요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과 세금이고 전력망 관련비용도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올 초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2·4분기와 3·4분기 연료비 단가 조정이 연료비 인상분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0년 평균 배럴당 42달러였던 두바이 유가가 올해 8월 초 70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는데, 연료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고,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전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19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연료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전력구입비용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에너지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저탄소 사회구조 정착을 위한 각종 지원 및 규제와 함께 국가적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에너지 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여기에 필요한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을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미 도입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 운영하면서 탄소 감축을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한파, 폭염, 대형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의 경고를 무시한 채 언제까지 기후위기를 외면할 것인가.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더 이상 후세에 미룰 수는 없다. 에너지산업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이 방향전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늦기 전에 정책적 결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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