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가로막는 전기요금 정책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7월 캐나다와 미국 서부 지역의 열돔 현상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탄소 배출이 계속되면 폭염 발생 가능성은 2021~2050년에 2~7배, 2051~2080년에는 3~21배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탄소중립은 단순한 기후 이슈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탄소중립을 위해 총력을 모으는 데 비해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한 대응에 크게 뒤처져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기’라는 재화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의 요금 정책을 고수한 채 에너지 전환을 하려 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현행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으로는 석탄발전소 등 좌초자산의 보상비용을 마련하거나 실업에 처한 발전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을 지원할 수 없으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의 투자를 감당할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에너지 전환이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전기는 당연히 싸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지만, 이는 그동안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전기가 원래 싼 것은 아니다. 전기와 관련된 직접비용인 연료비 외에도 미세먼지, 공기 오염, 원자력 연료 재처리 비용 등 간접비용이 있는데 그동안 간접비용은 물론이고 반드시 반영해야 할 연료비마저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전기요금을 책정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한편으로는 과도한 탄소 배출과 생명의 위협, 다른 한편으로는 공기업의 적자 누적이다.

탄소중립의 핵심인 재생에너지도 싸지 않다. 기존 발전원보다 큰 부지가 필요하며 기술적 제약이 많다. 적당한 발전소 부지를 선정한 이후 부지 보상문제 해결 역시 녹록지 않다. 또한 어렵게 발전소를 건설해도 기후 여건으로 인해 발전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도 대규모로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은 전기란 비싼 것임을 국민들이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 비용구조의 투명화,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9차 전력수급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비용 추계,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역시 재원 규모와 구체적 조달 방안은 나와 있지 않다.

최근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 등이 도입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비는 고사하고 연료비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한전은 19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이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낮은 전기요금으로 한국이 과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로 갈 수 있을까? 탄소중립 달성은 인류의 생존이 달린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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