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흔들리는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

강대현 | 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민주시민교육을 가장 중요한 교육 의제로 삼아 추진해 왔다. 또한 최근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세계화 흐름 속에서 경제교육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추진이라는 대통령 공약에 얽매여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을 약화시키는 교육과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경제교육 강화 움직임도 거스르는, 이해할 수 없는 교육과정 개정 방향이다.

강대현 | 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강대현 | 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고교학점제 추진을 위해 고등학교 교과목 체제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현재 교육부가 제시한 개정 방향에 따르면, 고교 교과목은 필수,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등 4개의 과목군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향후 고교 교과목 체제는 최소한의 필수과목, 일정 수의 일반선택과목, 다양한 형태의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으로 개발되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과목 선택폭이 확장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그 결과 학생들의 교과목 이수 형태는 필수과목은 모든 학생들이 다 듣게 되고, 일반선택과목은 다수의 학생들이 선택해 듣게 되고,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은 해당 분야 및 주제에 관심 있는 소수의 학생들만 선택해 듣게 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과목 체제를 모든 교과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과 교과목 체제 개편이다.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목에는 지리, 역사, 일반사회뿐만 아니라 윤리 영역 과목까지 들어와 있다. 그리고 현행 교육과정에서 사회과 필수과목은 통합사회, 한국사 두 과목이고, 일반선택과목은 지리 영역의 한국지리, 세계지리 두 과목, 역사 영역의 세계사, 동아시아사 두 과목, 일반사회 영역의 정치와 법, 경제, 사회·문화 세 과목, 윤리 영역의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두 과목 등 총 9과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총리 산하의 국가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는 정책 연구진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사회과 일반선택과목을 과학과처럼 네 과목 이내로 줄이라는 권고문을 정책 연구진에게 전달해 교육과정 개정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

이러한 권고문에 따르면, 결국 사회과 일반선택과목은 지리, 역사, 일반사회, 윤리 등 영역별로 한 과목씩만 남게 되고, 현행 일반선택과목의 상당수는 진로 및 융합선택과목으로 전환되어 해당 분야나 주제에 관심 있는 소수의 학생만 듣게 되는 과목이 된다. 그런데 이에 따를 경우 민주주의, 인권과 헌법, 시장 경제 등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의 핵심 내용을 다루는 정치와 법, 경제 과목이 관련 진로를 탐색하는 소수의 학생들만 듣게 되는 과목으로 전락하게 된다. 심지어 관련 진로를 탐색하는 학생들조차 일반선택과목에서 정치, 법, 경제 내용을 다루는 과목의 부재로 인해 정보 부족으로 해당 과목들을 제대로 선택해 듣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고 대학 교육과의 연계를 원활히 한다는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부가 앞장서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을 국가의 기본 교육 내용이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 및 적성 교육의 차원으로 평가절하해 버린 것이다. 만약 교육부 당국자들이 교육과정 개정이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을 약화시키는 것을 알고서도 추진하는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 초기의 교육정책과 모순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이중적인 처신이며, 모르고 추진하는 것이라면 무능을 자인하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복수 및 연계 전공 등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 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 추진에 신중하게 접근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세계 주요 국가들처럼 경제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을 받아 대학 및 사회 생활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기를 바란다.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 활성화야말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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