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맹에 깊은 상처 준, 해리스 전 미대사의 무례

정한범 | 국방대학교 교수

한·미동맹을 글로벌 차원의 동맹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해 5월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한국민은 동맹국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 오랜만에 감동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로 종전선언 문안에 대한 한·미 간의 합의가 목전에 와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동맹정신을 위협하는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종전선언 무용론이 나왔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필자와 같은 학자들은 사심 어린 이 발언이 동맹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정한범 | 국방대학교 교수

정한범 | 국방대학교 교수

해리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한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했다. 종전선언은 우리가 북한에 시혜를 베풀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종전선언을 통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나라는 북한도 미국도 아닌 한국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로 줄곧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다. 한국의 안보불안이 국제사회에서 위험요소로 통한다는 뜻이다. 종전선언이 성사되면 한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다. 그것이 동맹국 미국에도 당연히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 아니다. 해리스는 ‘정전선언’이 ‘훌륭한’ 종전선언이라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정전은 종전이 아니다.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군사적 적대행위를 영원히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참으로 실망스럽다.

일국의 대사를 지냈다는 인사의 입에서 나오는 이러한 무례하고도 무지한 표현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동맹국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외교관을 파견할 때는 상대국에 대한 존중과 최소한의 이해를 가진 사람을 보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의 존중이나 이해를 보여주지 못했다. 훈계라도 하듯이 “이상주의는 현실주의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했는데, 정전체제를 종식시킬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 바로 종전선언이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는 외교관 한 명이 동맹의 전열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똑똑히 보았다. 마크 리퍼트나 마크 네퍼 전 대사, 그리고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이 보여준 동맹에 대한 존경과 이해는 한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대로 해리스나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동맹국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미국과 동맹에 대한 믿음에 큰 상처를 주었다.

설령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더라도 직전 주재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솔직히 해리스 자신은 한반도 전문가도 아니다.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단순히 몇 년을 근무했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해리스는 한국에서의 근무 경험을 더 이상 자신의 비즈니스에 이용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이제 한국에 대한 위선적인 관심을 사양한다.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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