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은 정녕 교육을 망치려 하는가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 분야에서는 변화와 개혁을 위한 정치적 의지와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일 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분야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교육 분야에 대한 정책적 소홀은 국가 미래를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첫째, 교육의 때를 놓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현재 지명되기는 하였으나 거의 4개월 넘게 공석이었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지각 출범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적한 많은 교육 현안 추진이 미뤄지거나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내년이나 그 후로 미뤄지고 있다. 교육정책은 그 특성상 한번 결정되면 장기적인 변화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부작용이 크다.

봄에 파종을 못하면 가을에 추수를 못하듯이 잠시일지라도 정책적 지체나 지연이 일어나면 당장 늦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 교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칫 지금의 소홀과 지체로 후대가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둘째, 교육 분야에서 대통령의 관심은 ‘반도체 인력’ 양성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산업의 경쟁 환경에서 반도체 인력 육성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집중은 교육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몰아붙이면, 관련 부처나 대학들은 반도체 분야로 매몰될 수밖에 없고, 인적·물적 자원들이 한쪽으로 쏠려 기초과학 및 기본교육이 소홀히 될 수 있다. 이는 교육 기반 전체를 훼손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전체 교육 시스템을 더 튼튼하고 발전적으로 구축하고 그 토대 위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을 볼 때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사교육, 과열경쟁, 교육격차, 비인간화 등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내부 교육 문제로 국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놓여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기후변화, 인구 감소, 국제질서 격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 등 엄청난 변화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의 미래 방향을 제대로 잡아 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국가에 있으며, 그 국가를 이끄는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는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국가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도, 국민들의 삶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관심이나 발언을 보면 지나치게 현재 먹고사는 문제에 경도되어 교육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교육은 50년, 100년을 내다보며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교육철학과 방향을 잡고 엄중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미래 교육을 준비해 나가야 할 시기에 대통령의 교육철학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 교육의 미래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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