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 정치 참여, 제한적으로 확대돼야

구한민 연세대 일반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공무원은 사전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공적 업무를 담당한다는 특수성을 가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자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다. 따라서 이들에겐 헌법상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 의무가 부과된다. 이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모두에게 일괄 적용되는 법원칙이다.

행정이 정치와 분리되지 않았던 시기엔 어땠을까. 당시에는 엽관제(獵官制)가 일반적이었다. 공무원의 정치 참여가 무제한적이어서, 행정이 정치화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쉽게 말해, 한 정파가 집권하면 이른바 ‘우리 줄’에 선 사람을 공무원으로 임용하고, ‘다른 줄’에 선 사람들은 가차 없이 내쫓았다.

하지만 현대국가에서는 선출한 권력의 정치성과는 별개로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대의 행정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대신 이들의 신분을 보장한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안정적인 지위의 전제는 정치적 자유의 일부를 ‘비당파성’이라는 형태로 제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 부정부패의 유혹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함은 물론이다.

공무원이 공인(公人)이기 이전에 사인(私人)으로서 갖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비당파성 역시 헌법적 가치다. 2021년 9월,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정당 가입 권유 및 기부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결과는 합헌이었다. 결정의 요지는 공무원의 정치운동 제한에 관한 공무원법의 조항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것이며, 공무원의 정치운동, 선거 개입에 대한 반성적 고려를 바탕으로 규정된 것이므로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에 관해서는 여전히 현재 수준의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공무원이 사인인 동시에 공인이므로, 공무를 수행할 때만큼은 당파적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유도한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후원, 근무 시간 외의 정치 표현 등 일상적인 정치 행위의 자유는 현재보다 더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넘어 공무원이 직접적인 선거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서 공무를 중립적으로 수행할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마땅할 것이다. 일례로 교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보장하는 독일을 살펴보자. 이들은 정치교육을 일선 학교에 제도적으로 편입하는 대신, 정치적 편향성을 띠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공무원도 공인이기 이전에 사인이다. 그래서 모든 자유권을 갖는다. 단, 공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비정파성을 기계적으로라도 가져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정치 참여는 확대하되, 제한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구한민 연세대 일반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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