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판과 저주의 차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언론 책임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가 어제 경향신문 등 ‘좌파성향의 신문’을 비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경향신문 등이 그동안 사설, 칼럼, 기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 상실을 질타해 놓고 이제 와서 현정권, 검찰, 메이저언론 책임론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중에는 그를 비판하다가 서거 후에는 ‘정치적 타살’이라고 자가당착적 주장을 편다는 것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누가 정치적 타살을 주장하는가’란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데스크 칼럼을 썼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을 내버려 두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반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이들 신문은 비판과 비난을 의도적으로 혼동했다. 경향신문은 진보·개혁성을 내걸고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이 금전 비리에 얽혀드는 모습을 비판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는 끝도 없이 잘못과 결점을 책잡고 나쁘게 말한다는 뜻의 비난과 다르다. 우리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신문들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아니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목소리로 그에게 비난을 퍼부어 온 사실을 기억한다. 그것은 비난을 넘어 사실상 ‘저주’의 수준이었다. 어떤 소설가가 표현한 바 ‘희빈 장씨의 저주’가 그만했겠는가 싶을 정도였다.

이들은 또 논조의 흐름, 사설·기사의 전후 맥락을 무시한 채 부분을 부각시켜 전체를 판단케 하는 일반화를 꾀했다. 지엽을 강조해 본질을 퇴색시키는 사(邪)논리의 전형이다. 노 전 대통령을 ‘잡범’으로 몰아 놓고 “너나 나나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우기는 것은 조폭(組暴)적 행태나 다름없다. 지난 국민장 기간 우리는 “경향신문도 언론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새기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보도 논평이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오로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론의 기본 원칙인 객관성과 공정성, 비판성을 벼리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보수신문들이 이 시점에서 ‘공범의식’을 강요하고 나선 데는 필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당장은 6월 미디어 입법 정국을 앞둔 전열정비로 보인다. 이들이 하나의 정파로서 사익 추구에 몰두해온 모습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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