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CBM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 선언한 북한의 폭주

북한이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은 어제 정부 성명을 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또 “김정은 동지는 오늘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선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75일 동안의 침묵을 깨고 미사일 도발 재개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것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폭주를 강력 규탄한다.

이번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주장대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통상 미사일의 사거리가 최고 고도의 2~3배이므로 북한이 밝힌 것처럼 화성-15형이 최고 고도 4475㎞, 사거리 950㎞를 날아갔다면 실제 사거리는 1만3000㎞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워싱턴 등 미국 전역을 타격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고난도의 탄두 대기권 재진입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 개발을 입증한 바 없다. 일정 부분 탄도미사일의 기술 진전을 인정한다 해도 핵무력 완성을 선포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는 대내외 과시용 성격이 짙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서는 올 초 자신이 내건 ‘연내 핵무력 완성’ 목표가 달성됐음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북한의 의도야 어떻든 북핵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스스로 핵무력 완성을 공표한 북한은 대외관계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의 위상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북한과 국제사회는 핵보유국 지위 보장과 비핵화라는 근본적 차이를 둘러싼 대립을 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그만큼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핵개발 단계와 핵무력 완성 단계에서의 비핵화는 협상·보상의 내용과 방법에서 차이가 크다. 서로 요구하는 것을 수용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그만큼 거래의 비용도 더 커지게 된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은 지난 75일 동안 적극적, 선제적 조치로 국면 전환의 기회를 살려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언제나 양면성을 갖는다.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을 선포한 것은 북핵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논리에 따르면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북핵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대북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을 내세운 바 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는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재·압박과 외교적 접근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북한은 정부 성명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 수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면 북한은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내년 2~3월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이 열린다. 한국은 평화의 올림픽으로 치르기를 고대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북한과 미국이, 남한과 북한이 평화를 위한 접촉과 협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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