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개편, 수사권 조정 대의 살리되 장관 수사 승인은 안 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출근길에 “조직개편안에 대한 (검찰과의)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밝혔다. 전날 밤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이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말도 했다. 대검찰청이 전날 법무부가 내놓은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해 ‘법 위반 소지가 있고,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수용을 거부한 뒤 곧바로 법무·검찰 수장이 조율에 들어갔음을 알린 것이다.

검찰의 반발은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내부 의견수렴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총장이 주재한 대검 부장(검사장)급 회의에서 결정한 뒤 공개적으로 발표한 형식과 강도 모두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검찰 인사·직제개편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과 달리 박 장관·김 총장이 해법을 찾는 소통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검찰의 이의제기에는 수긍할 대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청에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수사하려면 법무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부분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했다. 직접수사 축소와 통제는 검찰개혁의 출발선이지만, 장관의 개입은 두고두고 정치적 시비를 낳을 수 있다. 뿔 바로잡으려다 소 죽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흔들 수 있는 6대 범죄의 장관 승인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

법무부·검찰 모두 인권보호·사법통제 조직의 강화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검경이 협업한 LH 수사나 경찰의 이용구 법무차관 부실 수사 논란에서 보듯 공수처까지 출범한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 역할이 크다는 공감대일 것이다. 김 총장도 과잉수사나 자의적인 수사·기소권 행사를 절제하겠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박 장관은 민생 수사의 공백 우려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6대 범죄는 전담부서(반부패·공공수사·외사)가 없는 지검에선 형사부 말(末)부가 맡도록 했으나, 인원·업무가 늘수록 민생 수사는 소홀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검사의 직접수사를 검찰총장에게 승인받도록 한 걸 문제삼는 시각도 있으나, 합리적인 인지수사를 총장이 막을 이유는 없다. 대검 예규로 정하면 될 일이다. ‘디테일의 영역’에 있는 사안일수록 세밀한 해법을 찾기 바란다.

공은 다시 박 장관에게 넘어갔다. 조만간 확정·발표될 검찰 직제개편은 천리길의 봇짐 챙기듯 멀리 보아야 하며, 무엇보다 인권보호나 수사역량의 후퇴가 없도록 짜야 한다. 직접수사를 줄이는 검찰개혁과 수사권 조정의 대의와 방향을 살리되, 속도보다 안착이 중요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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