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드러난 군 성추행 부실수사·2차 가해 솜방망이 처벌 안 된다

지난 3월 성추행 피해를 입은 공군 이모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80일 동안 군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국방부 합동수사 결과가 9일 나왔다. 정확한 보고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초동수사부터 지휘라인 수사까지 구멍이 뚫렸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1일 공군에서 사건을 이첩받아 38일간 벌인 수사를 이같이 중간평가하고, 관련자 22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10명을 재판에 넘겼고, 15명을 보직에서 해임하고, 중대과실이 포착된 16명을 징계위에 회부키로 했다. 악습을 끊을 첫발은 뗐지만, 고위층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혹평도 피할 수 없다.

성추행 피해 신고를 막으려 한 가해자와 지휘관의 회유·협박·은폐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이들과 피해자가 두 달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살도록 방치했고, 새로 옮겨간 부대에서도 인사 공문이 노출돼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이 중사 사망 직후 공군참모총장에게 전달된 성추행 피해가 국방부 보고에선 누락돼 ‘단순 변사’로 둔갑됐다.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나 수사를 기대할 수 없고, 2차 가해만 난무하는 곳에서 젊은 부사관이 느꼈을 좌절과 울분을 군 수사보고서는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군 합동조사단도 부실수사 윗선 규명과 문책은 지체되고 있다. 군경찰의 초동수사를 총괄한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엄중경고에 그쳤고, 55일간 가해자 조사를 뭉갠 군검찰의 지휘자인 공군 법무실장은 본인의 입회 거부로 24일째 휴대폰 포렌식도 못한 채 9일에야 참고인으로 첫 소환조사했다. 상급자에게만 수사의 칼날이 무뎌지고 있다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다.

국방부는 또다시 장관 직속의 성폭력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재발방지책이 피해자 중심으로 더 촘촘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해 군내 성폭력을 근절하기를 바란다. 성폭력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솜방망이 처벌이 군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군 구성원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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